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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미 Dec 22. 2019

고객에게 날린 셀프 고소장

갑질, 참지 마세요.

블로그에는 게시하지 못한 글이 두 개가 있다.


1.     작성일 2017년 9월 15일, 제목 - 소비자 갑질에 고개 숙이지 않겠습니다.

2.     작성일 2018년 1월 06일, 제목 – 심기를 거스를만한 글


블로그에 글은 게시하지 못했지만, 실행으로 옮겼다. 1년에 한 번씩 부들거리고 눈물 흘리며 글을 쓰는 일이 없어졌다. 말끔히 사라졌다. 실행에 옮긴 것은 뭐였을까?


제목은 “둥글게 살아요”, 부재 “’ 값’을 지불한다고 다 ‘갑’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모임 공간에 비치된 게시글과 사전 안내 글이었다.


저렇게 자극적으로 게시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모임 공간을 오후에 예약한 손님이 오전에 예약했다며 공간을 당장 써야겠다고 한다. 오후에 예약했고 예약 안내 문자도 정상적으로 오후 예약 시간으로 안내해 드렸다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오전 시간은 예약이 모두 완료되어 다른 공간을 대여해 줄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재차 설명만 하는 내게 손님은 오후 예약한 예약금을 환불해 달라고 했지만 거절했다. 이게 화근이었다.


타 블로거가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 자기가 올린 후기 글에 악플이 달렸으니 확인해보라는 거다. 그 사람이다. 게시되어 있는 수십 개의 포스팅 글에 악플을 달아놓았다. 본인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은 채, 고객에게 불리하게 했다며 한국소비자원에도 중재신청을 했다. 소비자원은 내 손을 들어줬고 악플에 대해 게시글 모두 삭제하고 사과하라며 나도 댓글로 맞대응했다. 악플이 달린 댓글들을 찾아 해명 댓글을 달았고 이 해명 댓글에 또다시 반박글이 달렸다.


며칠을 내내 울었다. 억울하고 화가 났고 모든 내용을 캡처해 고소장을 제출했다.


 결과는 기각되었다. 사유는 ‘증거 불충분’.


무엇이 허위사실인지 정확히 명시하지 않은 내 탓도 있겠지만 당시에는 이런 댓글로 인한 무형의 재산상 손해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것 같다. 경찰들도 단순 의견이 아니냐며 귀찮아 했고 담당자가 몇 번이나 바뀌었다.


얼마 되지 않아 ‘마카롱 사건’이 터졌고 여론은 뜨겁게 달궈졌다. ‘마카롱 사건’이 터지기 전 추가 증거를 수집하여 고소장을 다시 제출하였었고 뜨거워진 여론 덕분인지 관심 없던 경찰들의 수사가 이루어졌다. 허위 게재된 글들에 대해 일반적인 후기 댓글과는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기까지 4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악플을 단 손님과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법적 공방까지 갔지만 서로의 오해였다며 합의로 끝난 ‘마카롱 사건’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서로의 합의로 끝났다. 수사가 다시 진행되자 매장으로 전화를 걸어 진심 어린 사과를 했고 모든 글들을 자진 삭세하기로 하였다. 나는 그렇게 고소 취하서를 제출하였다. 4개월을 이 사건에 매달렸다는 것이 참 어린 행동이었다는 생각을 하며 미안함과 후회가 밀려왔다.




고소사건 이후 업장의 모든 통화는 녹음됨을 안내하게 되었고 예약 시 예약일시를 확인하고 유의사항에 동의하는 경우에만 예약금을 입금해 달라는 안내문을 보내고 있다. 사소한 오해를 만들고 싶지 않았고, 정확하게 하고 싶었다. 왜들 그렇게 듣지 못했고 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지...


그리고, 둥글게 살자고, 무례한 행동은 하지 말아 달라고 게시해 두었다. 눈살을 찌푸리는 분들도 있었지만 내가 숨을 쉬어야 살 수 있을 것 같아 무리하게 그냥 두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도 말했다. 무례한 요구와 성희롱 같은 것들 참지 말라고. 다 내가 책임질 테니 당당히 불쾌함을 표시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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