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 않은 습관을 지닌 아이

by 애나

수업 시간에 다리를 떤다던가, 장난을 친다던가, 교사의 말에 계속 끼어드는 등 좋지 않은 행동이 습관으로 자리 잡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지적을 하면 바로 행동을 고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잠시뿐입니다.

습관은 고치기가 어렵거든요.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의 눈빛, 말투, 행동에서 악의가 없음이 느껴집니다. 때로는 안쓰럽기도 해요.

본인도 잘하고 싶은데 잘 안되거든요.


이런 경우 아이들을 도와주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그중 하나는 따끔하게 혼을 내는 것이겠지요.

혼난 아이는 혼나지 않기 위해 행동을 바로 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것은 콜버그의 도덕성 1단계, 가장 낮은 단계에 해당합니다. 혼내는 사람이 없으면 바른 행동을 하지 않아요. 혼나지 않기 위해 변명이나 거짓을 늘어놓기도 하지요.

또 혼을 내는 동안 교사도 스트레스, 아이도 스트레스, 그것을 보는 다른 아이들도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혼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옳은 행동을 위해서 스스로 그 행동을 선택했으면 좋겠어요.

그럴 때 저는 ‘노력 카드’를 줍니다.


옐로카드, 레드카드처럼 ‘카드’ 이름이 붙었지만 그렇게 무시무시한 카드는 아닙니다. 그저 노력할 내용을 적은 작은 종이에 불과하지요.


쉬는 시간에, 고쳐야 할 행동을 반복하는 학생을 불러서 지도를 합니다. 친절하지만 진지하게 이야기해요.

그리고 아이가 보는 앞에서 노력 카드 종이에 날짜, 이름, 노력할 점을 적어서 줍니다.


“오늘 하루 동안, 의자에 바른 자세로 앉는 걸 노력해 보는 거야. 그리고 학교 끝날 때 이 카드를 선생님에게 주면 돼.

스스로 얼마나 노력했는지 돌아보고 결과란에 ‘매우 노력’, ‘노력’, ‘노력 요함’ 중 동그라미를 그려서.


노력 카드를 주면 절반은 돌아오지 않아.

그래도 선생님은 기다릴 거야.

누구(이름)가 잊지 않고 노력해서 카드를 돌려줄 거라고 믿어.”


처음에 노력 카드를 받은 학생들 대부분은 노력 카드를 돌려주지 않습니다. 까먹어 버리고 종이도 잊어버려요.

그런데 같은 행동을 하는 아이에게 다시 노력 카드를 주면 아이의 눈빛이 흔들립니다. 부끄러움을 느끼는 듯 보입니다.


저는 늘 말해요.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면 훌륭한 거라고. 그런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고 발전할 수 있다고.


노력 카드를 여러 번 받은 아이의 모습에서는 큰 결심이 보입니다.

그리고 정말 노력해요.

처음에는 노력 카드를 받은 것이 부끄러워 숨겼던 아이들이 나중에는 노력 카드를 책상 위에 대놓고 올려놔요. 잊지 않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기 위해서.

그리고 학교 마칠 때 저에게 노력 카드를 건네요.

거기에는 ‘매우 노력’ 또는 ‘노력’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지요.


참 대견해요. 그래서 칭찬도 많이 해줘요.

당장 행동을 완벽히 고칠 수 없더라도, 종일 잊지 않고 노력했다는 사실이 너무 예뻐요.

안 좋은 습관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매우 노력’에 동그라미를 그릴 때 아이들은 얼마나 뿌듯했을까요.

저도 그 노력을 알 수 있어서 좋아요.


노력 카드의 결과에는 어떠한 조건도 걸려 있지 않습니다. 잘 해온다고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돌려주지 않는다고 벌을 주거나 눈치를 주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노력할 내용을 적은 별거 아닌 종이 하나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합니다.

그만큼 아이들이 순수하다는 것이겠죠.

때로는 협박(?)의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너희들, 또 그러면 노력 카드 줄 거야!”

그러면 아이들이 벌벌 떠는 듯이 제스처를 해요.


노력 카드가 뭔지 모르는 아이들은

“노력 카드? 그게 뭔데?”라며 순수하게 묻는데요,

노력 카드를 받아 본 아이들은 마치 호랑이가 곶감을 무서워하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요.


친절하게 훈육하려고 만든 수단인데..

아이들이 이렇게 무서워할지(?) 몰랐어요.

약속을 지키고 싶은, 선생님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은 아이들에게는 무시무시한 효과를 발휘한답니다.


늘 숙제를 미리 하지 않고 학교에서 대충 하는 아이가 있어서 공책에 노력 카드를 붙여준 적이 있어요.


“숙제 미리, 또박또박 써오기”


그랬더니 다음날 노력 카드가 돌아왔어요.

‘매우 노력’에 동그라미가 쳐진 채로, 아래에 학생의 메모가 덧붙어서요.


“선생님, 숙제 미리 해왔어요. 저 잘했죠?(하트)”


습관을 고치려면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그 노력을 돕는 수단이 바로 노력 카드입니다.

고치기 어려운 습관일 수록 노력 카드는 돌아오지 않아요. 그러나 버려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마음 속에서 말이죠.

종이는 구겨지고 버려졌더라도 노력해야 한다는 다짐이 마음 속에 남는 것 같아요.

그렇게 수차례 믿음과 노력 카드를 함께 주고 기다려주면 어느 순간 아이가 뿌듯한 표정으로 저에게 다가와요.


‘선생님, 저 노력 많이 했죠?’


이전 07화자존감이 낮은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