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이 시작하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첫 교과 수업, 그때마다 아이들에게 해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혹시 1+1 할 줄 모르는 사람?
혹시 한글 못 읽는 사람?”
그러면 아이들이 무슨 뚱딴지같은 질문이냐는 듯이 저를 바라봅니다.
“당연히 없죠, 선생님. 우리는 4학년이라고요!”
당연하다는 듯, 그 정도는 기본이라는 듯 말하는 아이들.
“그럼 너희 주변에 그런 친구가 있으면 어떨 것 같아?”
아이들은 선뜻 답하지 못합니다.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인가 봅니다.
“어떻게 1+1도 모르고 한글도 모를 수 있지, 그런 의문이 들겠지?
그런데 있잖아, 너희가 더하기를 알고 한글을 아는 게 당연한 일은 아니야.
1학년 때 1학년에 맞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2학년 때도 3학년 때도 그 학년에 맞는 공부를 열심히 했기 때문에 지금의 너희가 있는 거야.
만약 너희가 공부하기 싫다고 한글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수학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그러면 기본적인 것도 모르는, ‘교육받지 않은 사람’이 되는 거야.
지금 너희가 가지고 있는 지식은 모두 너희의 배움과 노력의 결과란다.
그래서 참 대견하게 생각해. 모두 4학년 공부를 할 수 있는 수준인 거잖아. 그동안 공부하느라 수고 많았어.
4학년 공부도 열심히 해 보자.”
그러면 아이들의 눈빛이 변합니다. ‘공부는 왜 하는 거예요?’, ‘공부하기 귀찮아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쉬운 답인 것 같습니다.
‘미래를 위해서’, ‘미래의 꿈을 위해서’ 등의 답은 예쁘고 좋지만 초등학생들에게는 멀고 아득하게 느껴지는 미래의 일입니다.
그러나 현재 누군가 한글을 모르거나 1+1을 모르는 상태라면 어땠을지 상상해 보는 것은 쉽고 피부에 와닿습니다.
공부를 ‘하기 싫은 일’로 여겼던 아이들이 공부를 ‘쓸모 있는 일’, ‘당연한 일’로 여기게 되지요.
그렇게 시작한 공부는 일 년 내내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으로 다가갑니다.
때로는 어렵고 힘들어도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여기고 묵묵히 해 나갑니다.
그리고 시험 백점과 같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도 아이들은 뿌듯해합니다.
‘내가 이만큼 배웠어.’
‘내가 이런 걸 알게 됐어.’
‘두 자릿수 곱셈을 할 수 있게 됐어!‘
“아직 문화재라는 용어가 익숙한 어른들이 많아. 오늘 집에 가면 부모님께 설명드려. ‘학교에서 배웠는데 이제 문화재라는 말 대신 국가유산이란 말을 쓴대요.’ 이렇게 배운 거 꼭 자랑해.”
그러면 아이들의 눈이 즐거움으로 반짝거립니다. 학교에서의 배움 하나하나가 아이들에게는 앎의 즐거움으로 다가가지요.
그리고 저는 매주 배운 내용을 가지고 쪽지 시험을 봅니다. 수업 시간에 핵심 내용을 공책에 쓰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를 내지요. 수업 시간에 열심히 참여하고 공책을 한두 번 읽어보면 다 맞힐 수 있는 쉬운 문제들입니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쪽지 시험을 본다는 말에 놀라고 부담을 느끼지만, 횟수가 반복되면 오히려 즐거워합니다. 조금만 노력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기에 작은 성취들이 쌓여 나가지요. 수업 시간에 더 열심히 참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급기야 쪽지 시험을 기다리기도 하고, 안 보면 아쉬워하기도 합니다.
처음 쪽지시험을 볼 때 꼭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틀린 문제를 사랑하라.”
저는 아이들이 틀린 문제에 처음에는 빗금을 치지만 고쳐 오면 빗금에 하트를 그려 줍니다.
학생의 실력을 높여줄 유용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틀린 문제를 만나면 반가워하라고 말합니다.
이 문제가 나오지 않았더라면 내가 이 부분을 몰랐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넘어갔을 것입니다.
틀린 문제를 만난 덕분에 내가 잘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제대로 알고 넘어갈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고마운 문제입니다.
학부모님께도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아이가 틀린 문제에 스트레스받기보다는 실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보도록 도와주시라고요. 부모님도 함께 그렇게 여겨달라고요.
저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참 좋습니다. 초등학교에서는 틀린 문제를 반갑게 여기라고, 실패를 사랑하라고, 앎의 즐거움을 만끽하라고 마음껏 말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 한 문제 틀렸어.”라고 아쉬워하는 아이에게
“잘됐다. 덕분에 모르고 넘어갔을 문제를 제대로 알게 됐네.”라고 말해주면 아이들은 비식 웃습니다.
시험을 못 봐도 괜찮습니다. 풀이를 통해 제대로 알고 넘어가면 되지요.
쪽지 시험을 잘 못 봐도 혼내거나 싫은 소리를 하지 않습니다.
시험을 잘 본 친구는 노력한 점을 칭찬해 줍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아이들이 공책 정리를 기다리고 좋아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공부하는 과정을 힘들지만 즐거운 것으로 여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매주 작은 성취를 쌓아가며 공부에 자신감을 높여 갑니다.
그렇게 학교에서의 배움은 더욱 즐거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