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찾는 아이들

by 애나

저의 교실에는 ‘별’이라는 가상 화폐가 있습니다.

화폐 이름도 별, 단위도 별입니다.


아이들은 과제를 하고 별도장을 받을 때마다, 발표 세 번을 할 때마다, 직업이나 미션을 수행할 때마다 별기록표에 표시를 하고 별을 얻습니다.


별을 사용하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무인가게에서 학용품이나 간식을 사기도 하고, 숙제면제권이나 음악신청권 같은 쿠폰을 사기도 합니다. 또 세금을 내고 학급에 기부도 하고 경매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보상을 바라고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은 도덕성이 낮은 단계에 해당하기 때문에 저는 별을 한정적인 목적으로 사용합니다. 아이들의 자유 의지 충족, 즉 즐거움을 위해서가 90%입니다.


단순히 말을 잘 듣거나 착한 행동을 한다고 해서 별을 주고, 말을 안듣거나 나쁜 행동을 한다고 해서 별을 빼앗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을 조종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거든요.

아이들은 정해진 틀 안에서,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 성실한 생활 습관과 관련해서 별을 얻습니다. 습관을 형성하는 것은 어른도 어려워서 약간의 보상이 있으면 좋거든요. 예를 들어 발표를 하지 않는 아이들이 발표를 조금이라도 더 하게끔 동기를 부여합니다. 그래서 고학년 아이들도 발표를 많이 해요. 참여도가 높으니 더 활발하고 즐거운 수업이 됩니다.


별은 컴퓨터 시스템 안에서 관리되고 아이들은 언제든 자신의 별을 확인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별을 모으는 속도는 아이들마다 다르지만 별을 쓰는 속도도 달라서 내가 현재 가진 별이 나의 능력을 대변하지는 않습니다. 비교 수단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은 더 즐겁게 별을 모으고 사용합니다.

스스로 선택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인생 공부는 덤입니다.


별을 관리하는 유형도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아이는 별이 모이는 족족 사용합니다. 많은 별을 모으지는 못하지만 별을 쓸 때마다 작은 행복을 느낍니다.


어떤 아이는 사고 싶은 상품이나 쿠폰, 즉 목표를 정하고 별을 모아 나갑니다. 목표만큼 모이면 별을 쓰고 큰 보람을 느끼지요.


어떤 아이는 사용하지 않고 모으기만 합니다. 별부자가 되어 명성을 떨치고(?) 그 지위를 누립니다. 별을 쓰는 것보다 별이 많다는 사실 자체가 본인에게 만족을 주는 듯 보입니다.


어떤 아이는 학급에 기부를 함으로써 보람을 느낍니다.

또 어떤 아이는 친구들에게 간식을 선물하며 즐거워합니다.

어떤 아이는 좋아하는 음악을 신청하고 그 음악을 친구들이 감상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해합니다.

원하는 것을 언제든 살 수 있는 적당한 별을 유지하며 소득과 소비의 균형을 맞추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어떤 모습이든지 참 귀엽습니다.

저마다의 만족을 찾아 스스로 선택하며 자율적인 생활을 해 나갑니다.


처음 이 제도를 실시했던 이유는 학교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소수의 학생들을 위해서였습니다.

특별히 무언가를 잘하지도, 성실하지도 않아서 학교에서 칭찬받거나 보상받지 못하는 아이들.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거나 존재감이 없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에게 학교는 자유를 통제하기만 하는 갑갑한 공간일 수 있습니다. 재미도 없고요.


잘하는 아이들은 늘 칭찬과 보상을 받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학교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꼈으면 했어요.

시간이 지나면 별은 쌓이게 되어 있어서 자신감이 없던 아이들도 결국 별을 누리게 됩니다. 결국 모두가 학교 생활을 더 열심히 해요.

그렇게 만든 별제도가 매년 발전해 지금은 세금도 내고 은행에서 대출을 하기도 합니다.

(세금은 ‘세금 내는 아이들’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돈은 ‘주조된 자유’라고도 합니다. 돈이 있다는 것은 원하는 것을 얻을 자유가 있다는 뜻이지요.

또한 개인의 돈은 개인이 마음껏 쓰는 자유를 동반합니다.

그런 점에서 학급의 ‘별’은 아이들에게 자유를 선물하는 셈입니다.


사람은 자유가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자유는 행복을 이루는 기본 요소이지요

모든 사람은 자유를 원하고, 그것은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썽을 부리는 아이들을 잘 들여다보면

자유에 대한 욕구를 충분히 해소하지 못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기질적으로 통제욕이 강한 아이들이 억압을 받으면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쉽게 발현됩니다. 필요한 자유의 양이 많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게임 속 세상에서는 온전히 자유를 누릴 수 있거든요.

반면에 현실 세계에서는 초등학생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간혹 옷을 골라 입기도 하고, 저녁 메뉴를 제안하기도 하고, 용돈으로 원하는 학용품을 사기도 하지만 대부분 부모가 정해줍니다. 심지어 요즘은 자유시간도 거의 없어요. 학원을 마치고 학원 숙제를 하다 보면 저녁이 됩니다.


그래서 요즘 많은 학생들이 방학보다 학교 오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놀 수 있어서 학교가 좋대요.

아이들에게는 자유가 필요합니다.


자유로울 곳에서는 자유롭고, 규율을 따를 곳에서는 규율을 따르는 것. 그것을 가르치기 위해 교사가 있습니다.


안전한 곳에서 자유가 충족된 아이들은 교사의 말에 더 집중합니다.


별은 저에게도 선물을 줍니다.

바로, 친절할 수 있는 자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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