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보충 수업을 진행하던 중이었어요.
소수가 속닥하게 모여 수업하니 분위기가 더 부드럽고 재미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한 아이가 웃기려고 일부러 웃긴 발표들을 쏟아냈어요. 순간 저도 장난기가 발동했습니다.
“너! 나와. 이제 너가 수업해. 선생님이 학생할래.”
그 학생은 앞으로 나왔고 저는 그 학생의 자리에 앉았어요.
아이들은 새로운 광경에 신이 났어요.
아이선생님이 꺾은선그래프 문제를 풀이할 때 저는 손을 번쩍 들었어요.
“선생님!”
“???”
“이 아이는 엄청 많이 먹었나 봐요. 5개월 만에 2kg이 넘게 쪘어요!“
일부러 수업 진행과 관계없는 엉뚱한 말을 내뱉었습니다.
아이들은 깔깔깔 웃고 난리가 났어요.
아이들은 서로 선생님 해보겠다며 손을 들었고 거의 모든 학생이 한 번씩 돌아가며 앞에 나와 문제를 풀이했어요.
저는 눈치를 보다가 불쑥불쑥 하고 싶은 말을 해보았어요. 그런데 세상에 재미가 있지 뭐예요?
아이들이 이 맛에 엉뚱한 소리를 하는구나, 나름 깨달음을 얻은 경험이었어요.
아이들은 재미있는지 다음날 학급 친구들 모두가 있을 때 또 하자고 제안했어요.
다음날, 문제를 풀며 단원을 정리하는 활동에서 저는 또 학생이 되어보았어요.
제가 학생 자리에 앉으니 옆에서 “우와 선생님 내 짝꿍이다!“라고 외치는데 어찌나 귀여운지.
아이선생님이 앞에 나가자 아이들은 신이 나서 방방 떴고 아이선생님은 한 문제를 풀이하는 데도 진땀을 뺐어요. 그래도 좋은지 서로 아이선생님을 해보겠다고 교실이 들썩들썩했어요.
”얘들아, 왜 너희가 수업 시간에 엉뚱한 소리를 하는지 알겠다. 해보니까 재밌는데?“
”그쵸? 그쵸?“
장난꾸러기 아이들이, 선생님이 내 마음을 공감해 줘서 감동이라는 듯 눈빛을 반짝이는데 그 모습도 참 귀여워요.
“그래도. 수업 시간에는 하지 말자?
선생님 해본 친구들, 막상 해보니까 쉽지 않지?”
아이들이 선생님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느꼈을까요?
아니면 그저 즐거웠을까요?
무엇이 되었든 저에게는 이 경험이 나쁘지 않았어요.
학생의 자리에서 학생들과 함께 느끼는 교실의 분위기는 교사의 위치에서 느끼던 것과 사뭇 달랐어요.
아이들이 덩어리로 하나가 된 끈끈한 느낌이 있었어요. 아이들이 서로에게 굉장한 영향을 주고받겠구나,라는 것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하나로 연결된 아이들을 데리고 키를 잡아 항해하는 교사의 영향력도 느껴졌어요.
오!
저는 생각보다 더 멋진 일을 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교권이 무너지고 악성민원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어두운 교육 현실에서 좌절감과 무력감도 많이 느끼지만요.
그래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멋진 일이라는 건 변함이 없다고 말하고 싶어요.
순수한 학생들 사이에서 수업을 들어보니,
교사의 위치와 무게와 영향력이 더 눈에 보여요.
그래서 힘을 내보고 싶어요.
교육과 관련한 사건 사고를 접할 때마다 가라앉지만,
이렇게 즐거운 기록도 남기며 위안을 얻고 싶어요.
아이들과 래포가 무르익은 12월.
헤어짐이 다가오기에 하루하루가 아쉬운 나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