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면 뭐 어때

by 애나

대학교 때 과제로 수업 계획안을 만들면서 짧은 동화를 쓴 적이 있어요. 주인공이 팔이 네 개 달린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가서 겪는 일들을 다룬 동화예요.


주인공은 우리 인간과 똑같이 생겼지만, 팔이 네 개 달린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팔이 두 개밖에 없는 장애인’이었습니다.


주인공은 미술 시간에 아무리 열심히 색칠을 해도 제시간 안에 작품을 완성할 수 없었고,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뒤쳐졌어요. 사람들은 그런 주인공을 동정했습니다.


컴퓨터 자판은 손가락 스무 개 용으로 제작되어 있어 선생님이 장애인용 자판을 가져다주어야 했어요. (우리가 쓰고 있는 손가락 열 개용 자판입니다.)


장기자랑 시간에 주인공은 피아노를 치는데요, 손가락 열 개로 아름다운 연주를 한다며 모두들 깜짝 놀랍니다.


이 동화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볼 수 있는 철학적 질문들을 담고 있습니다. 장애는 그저 다른 것일 뿐이라는 것. 세상의 기준이나 물건은 다수 사람들의 특징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기에 소수 사람들에게 맞지 않거나 불편할 뿐이라는 것. 만약 장애를 가진 사람이 동일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만 사는 세상에 산다면 그것이 일반적인 특징이 되어 더 이상 장애가 아닐 거라는 것.


소수에 해당한다는 것은 불편할 수는 있지만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서로 특징이 다른 것일 뿐 우리 모두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교직에 들어왔지만 통합교육을 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웠습니다. 모든 기준이 일반학생에게 맞추어져 있다 보니 장애학생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많았어요. 제가 교사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은 장애학생을 차별하지 않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학급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정도.


그러다 2019년, 반 아이들과 캠페인송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K-FFC(학생들이 정한 아티스트명) 학급은 학년에 한 개 반밖에 없어서 1학년때부터 5년째 같은 반이라는 특별함이 있었어요. 장애학생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함께 어울리는 법을 5년째 배워가고 있었죠.


최원준 음악감독님의 도움으로 “못하면 뭐 어때” 노래를 완성했습니다. 노래의 첫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난 노래를 못해요

난 그림을 못 그려

난 말할 수 없어요

난 걷지를 못해요


누구나 못하는 것이 있듯 장애도 그런 특징 중의 하나라고, 그저 다른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 노래는 장애인을 위한 노래이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못해서 자신감이 없는 사람을 위한 노래이기도 합니다.


후렴 앞부분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못하면 뭐 어때 (뭐 어때)

뭐든지 잘할 수는 없는걸

능력이 다를 뿐 우리는 모두 사랑인데


저는 사람을 사랑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좋아해요. 사람 글자의 미음을 둥글게 깎아 나가면 사랑이 됩니다. 우리는 서로를 위하며 사랑이 되어요.


브릿지 가사.


너와 나 다르지 않아

장점이 있듯 단점도 있는 건 당연해

우리 함께 사는 이 세상

못하면 뭐 어때 서로 돕고 살면


“못하면 뭐 어때” 노래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가사는 브릿지 후반부예요. 서로 돕고 살면 못해도 괜찮다는 메시지가 따뜻해서요. 실제로 그런 세상이 되면 좋겠어요. 못한다고 구박하는 게 아니라 서로 도와주는 세상.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주는 캠페인송을 만들고 싶었어요.


녹음하기 전에 이관제 보컬지도사님의 특별강연도 있었어요. 김영찬 사진작가님과 김가인 디자이너님의 도움으로 앨범자켓이미지도 만들었고요. 많은 분들이 적은 학교 예산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도와주셨습니다. 발매수익은 장애인단체에 기부되도록 계약했어요.


뮤직비디오는 모두 아이들이 만들었어요. 뮤비 연출, 안무 제작, 뮤비 촬영 및 편집까지 모두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도맡아 했어요. 모든 과정이 즐거웠던 것 같아요. 처음 진행한 프로젝트라 부족함이 많지만 귀엽게 봐주세요.

당시 특수선생님께서 편집하신 버전입니다.


홍보 활동까지 의미 있게 하지는 못했지만, 이후 어떻게 아셨는지 한 장애인단체에서 연락이 와서 이 노래를 개사한 “다르면 뭐 어때” 노래도 탄생했답니다. 장애인식개선을 위한 지역사회교육에 쓰인다고 했어요. 참 뿌듯하고 영광이었습니다.


저는 달리기를 못해요.

체력도 약해요.

바느질은 엄청 못하고요.

길도 자주 헤매요.

운전은 아예 못하고요.

주변도 잘 못봅니다.


그래도... 못하면 뭐 어때! 제가 못하는 건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고, 제가 잘하는 걸 열심히 하면 되죠. 함께 사는 세상인걸요.


여러분은 무엇을 못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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