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에게는 쉬는 시간이 없습니다.
수업 시간에는 수업을 하고, 쉬는 시간에는 아이들 간의 갈등을 해결해 주거나 문제 행동에 대한 지도를 합니다.
“선생님, 누구(이름)가 놀렸어요.”
“선생님, 누구(이름)가 때렸어요.”
끊임없이 밀려오는 아이들의 도움 요청에 화장실 한 번 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갈등 상황에서 싫은 내색을 하지 않습니다.
‘선생님이 필요한 순간이 왔구나.’
이 순간이 원만하게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초임 시절에는 아이들의 갈등이나 다툼을 골칫거리로 생각했습니다. 수업 전문성을 교사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겼기에 쉬는 시간에는 다음 수업 준비를 하고 싶었지요.
그러나 사회가 변함에 따라 학교의 역할 그리고 교사의 역할이 변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갈등을 바라보는 저의 인식도 변하였지요.
문맹률이 높았던 시기에 학교는 한글을 배우는 곳이었습니다.
도서관과 학원이 거의 없던 시절에는 학문을 배우는 곳이었습니다.
건강이 중요한 화두가 된 후로는 체육과 보건 교육이 강화되었고, 예술적 감수성이 강조된 후에는 다양한 예술 교육이 학교에 들어왔습니다.
학교의 역할은 곧 사회의 필요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것이 공교육이고 사회가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는 사람이 바로 교사이지요.
현재 학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공동체 속에서 ‘함께 어울리는 법’을 배우게 하는 것입니다.
자녀 수가 줄고 외동 비율이 늘어난 요즘, 학교는 작은 사회로서 사회성을 기르는 역할을 톡톡히 해야 합니다.
여럿이 함께 지내는 공간에서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갈등을 피할 수 없다면 우리는 그것을 원만하게 풀어가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은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있나요?
저의 기억에는 없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현재 사회가 극심한 갈등과 대립 속에 놓여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에는 갈등과 관련한 단원이 있습니다.
갈등에 대해 알아보고 갈등을 대화로 해결하는 것의 중요성을 배우지요.
그런데 수업 시간에 배우는 이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가장 좋은 배움은 경험에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아이들의 갈등이나 다툼은 살아 숨 쉬는 교육 자료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당면한 갈등 속에서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경험을 쌓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치지요.
갈등을 해결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 장에서 계속됩니다.
<자녀의 갈등을 마주하신 부모님께>
가정에서는 여럿이 함께 어울리는 법을 배우기 어렵습니다. 가정교육을 잘 받아 예의와 배려를 갖춘 아이들조차 또래와의 갈등을 잘 해결하지 못하고 사회생활을 어려워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친구 관계에서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고 온갖 상처 속에서 자신을 피해자로 혹은 가해자로 인식하며 학교 폭력의 주체가 되기도 합니다.
많은 부모들은 초등학생 자녀가 상처를 주고받는 학교 폭력 상황에 놓이면 그저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려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기만을 기다립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일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오랜 기간 풀리지 않은 갈등으로 서로에 대한 감정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지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 어른이 됩니다.
자녀의 갈등 상황을 만나면 자녀가 힘들어하는 모습에 괴로우시겠지만, 배움의 기회로 여겨보시면 어떨까요?
갈등은 꼬여 있을 때는 해롭지만, 풀었을 때는 경험과 지혜가 됩니다.
자녀가 갈등 속에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