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어울리는 공간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갈등을 당연하게 보는 시각은 아이들의 갈등을 침착하게 해결해 줄 첫 번째 열쇠입니다.
두 번째 열쇠는 갈등을 배움의 기회로 보고 긍정적으로 다가가는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3화. 친절한 교사가 갈등을 대하는 법을 참고해 주세요.)
위 두 가지 열쇠를 갖추었다면 친절하게 갈등을 해결해 줄 준비가 된 것입니다.
제가 다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립한 갈등해결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0단계. 대화의 규칙을 알려줍니다.
한 사람이 말할 때 상대방은 끼어들지 않고 끝까지 듣는 것.
쉬워 보이지만 처음에는 꽤 어렵습니다. 어른에게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그러나 배우는 속도가 빠른 아이들은 두세 번 반복하면 금방 습관으로 자리 잡습니다.
1단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게 합니다.
누가 먼저 말할지는 다음과 같이 평화적으로 정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니? 누구부터 말해 볼까?”
한 명이 손을 든다면 그 아이부터, 둘 다 손을 들면 이렇게 말합니다.
“누가 양보해 줄까?”
그러면 반드시 양보하는 친구가 생깁니다. 이것도 놀랍죠. 아이들은 생각보다 더 순수합니다.
만약 둘 다 감정이 격해서 양보하는 친구가 안 나온다면 마음을 추스르고 이따가 이야기하자고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대화를 시작해 보면 양보하는 친구가 나옵니다. 화났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졌거든요.
누군가 양보했다는 사실부터 아름답지 않나요. 거기서 이미 대화의 끝은 결정이 난 샘입니다.
한 사람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할 때 다른 사람은 끼어들지 않고 끝까지 듣게 합니다. 중간에 사실과 다른 얘기라며 끼어드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이 친구 이야기가 끝나면 네 이야기도 끝까지 들을 거야. 기다려.”라고 부드럽게 말하며 제지합니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끝나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습니다. 만약 자기 차례에서 미처 얘기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하면 그것도 끝까지 듣습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다면 이미 80프로 해결한 샘입니다. 상대방이 내 말을 끝까지 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부분 마음이 풀리거든요. 그리고 상대의 말을 듣다 보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상대의 입장과 감정, 오해를 알게 됩니다.
2단계.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이 잘못한 점이나 반성할 점을 말하게 합니다.
이때 비난은 금지입니다. 상대의 잘못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말하게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놀랍게도 자신의 잘못을 말하고 바로 상대를 보며 사과까지 합니다.
정말 예쁘지 않나요?
누가 시켜서 하는 사과보다 스스로 내뱉는 사과가 더 진정성 있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스스로 하는 사과는 사과를 하는 사람과 사과를 받는 사람 모두에게 좋습니다.
3단계(선택). 바라는 점을 말하게 합니다.
앞 단계에서 반성하고 사과하여 갈등이 종료되었기 때문에 이는 선택 사항입니다.
시간이 있을 때 혹은 사건이 클 때 3단계까지 갑니다.
이는 잘못된 행동에 대한 분명한 지침을 줍니다.
“앞으로는 놀리지 말아 줘.”
“앞으로는 내 물건을 만지지 말아 줘.”
그러면 잘못된 행동을 한 아이들이 한 번 더 다짐을 합니다.
피해 학생이 이런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 교사가 분명한 지침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저의 갈등해결법의 핵심은 끝까지 듣기(경청)와 스스로 돌아보기(반성)입니다.
절차가 간단해서 아이들도 몇 번 반복하면 금방 익숙해집니다.
대화 과정에서 교사의 가치 판단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도 이 대화법의 큰 장점입니다.
“뭐? 때렸다고? 잘못했네! 어서 사과해!”
교사가 이렇게 말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할 기회가 줄어듭니다. 그리고 억울한 마음이 들어 사과는 대충 하고 마음은 여전히 씩씩거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앞에 제시한 갈등해결법을 활용하면 스스로 반성하고 사과하며 갈등이 더 평화적으로 해결됩니다.
또,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과정에서 서로의 생각이나 관점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되어 이해와 포용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됩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배움입니다.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한 학생들에게 칭찬도 아끼지 않습니다. 눈빛으로, 끄덕임으로 ‘너희가 대견해’라는 느낌을 주고 때로는 말로도 표현합니다.
“이렇게 친구의 말을 끝까지 듣고 스스로 반성하다니, 참 대견하다.”
평화롭게 대화를 나누며 크고 작은 갈등을 해결해 본 아이들은 점점 더 상대를 이해하게 됩니다.
상대방에게도 이유가 있을 거라고 혹은 오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갈등 상황에서 대화를 시도합니다.
상처받았다고 꽁해있고 미워하며 그 미움을 키워가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스스로를 보호하고 건강한 공동체로 나아갑니다.
불신과 불안이 가득했던 교실이 시간이 지날수록,
갈등이 생겨도 평화롭게 풀어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가득 찹니다.
언제나 갈등은 끊이지 않지만 괜찮습니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