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아이와 무신경한 아이

by 애나

교실에는 여러 아이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중에는 예민한 아이도 있고 반대로 무신경한 아이도 있습니다.


최근 예민한 아이들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육아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학교에서 예민함을 밝히고 도움을 구하는 학생과 부모님이 많아졌습니다.


“선생님, 저는 귀가 예민해서 시끄러우면 너무 힘들어요.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이 조용히 했으면 좋겠어요.”

“선생님, 저는 먼지에 민감해요. 친구들이 청소를 더 깨끗이 하면 좋겠어요.”

“선생님, 요즘 감기가 유행이라 걱정돼요. 모든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면 좋겠어요.”

“선생님, 우리 애는 큰 소리에 민감합니다. 되도록 큰 소리를 내지 말아 주세요.”

“선생님, 우리 애는 미각이 예민합니다. 싫어하는 음식을 억지로 먹이지 말아 주세요.”


예민함의 종류만큼이나, 요구도 다양합니다.

어떤 요구는 쉽게 들어줄 수 있지만 어떤 요구는 들어주기가 어렵습니다.

학교는 단체 생활을 하는 곳인데, 소수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다수에게 불편함을 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예민하다는 것은 ‘보통의 다른 아이들보다 민감하다’는 뜻이기 때문에 소수에 해당합니다.

초등학생들은 아직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여 자신의 불편함을 크게 보고 학급 전체를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이 소수임에도 학급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바뀌기를 원하죠.


그럴 때 저는 아이의 불편함을 공감해 준 뒤 법을 만들어 오라고 합니다.

저희 반에는 ‘학급법’이 있습니다. 학급법은 정기적인 학급 회의를 거쳐서, 또는 상시에 법 제안서에 과반수의 서명을 받아서 만들거나 고칠 수 있습니다.


“급식실에서 이야기하며 밥 먹는 친구들이 있어서 불편했구나. 관련 내용으로 법을 만들어 볼래?”

“기침을 할 때 마스크를 끼지 않은 친구가 있어서 불편했구나. 원하는 것을 적어서 법으로 만들어 볼래?”

“이상한 춤을 추는 친구들이 있어서 불편했구나. 금지를 원하면 법으로 만들어 볼래?”


그러면 아이는 법을 만들기 위해 법 제안서를 작성해 교실을 돌아다닙니다. 친구들에게 법의 취지를 설명하고 서명을 받지요. 또는 학급 회의 시간에 법 제정을 건의하여 토론과 투표를 거칩니다. 그러면서 깨닫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공감을 안 해주네?’

‘내가 좀 예민했나?’


예민한 아이들과 반대로 친구들에게 작은 불편함을 주면서 무신경하게 반응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친구들이 불편하다고 말하면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래?”

“내 마음대로 이것도 못해?”

라고 말하며 자신을 방어합니다.


무신경한 아이들에게도 학급법은 유용합니다.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행동이 법으로 금지되면 그제서야 깨닫습니다.

‘내 행동이 많은 친구들을 불편하게 했구나.’

‘다른 친구들이 예민했던 게 아니라, 내가 무신경했던 거구나.’


감각은 주관적이기에, 아이의 예민함이나 무신경함을 제가 함부로 판단하는 것이 조심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제가 예민한 것일 수도, 제가 무신경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예민한 아이와 무신경한 아이가 부딪힐 때는 누구 편을 들어줘야 할지 판단하기가 참 곤란합니다.

그럴 때 저는 학급법이라는 제도를 활용합니다.


아이들은 학급법을 통해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기준과 행동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기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갑니다.


예민하거나 무신경해도 괜찮습니다.

그로 인해 스스로가 조금 불편할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경험을 통해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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