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by 애나

여름방학이 다가왔다.

빈 교실에 거북이들을 둘 수는 없었다.

아이들은 일주일 전부터 묻기 시작했다.


“선생님, 호박이랑 망고 방학 때는 어떡해요?”

“선생님, 제가 집에 데려가서 키우면 안돼요?”

“저도 데려가고 싶어요!”


부모님이 안 좋아하실 텐데...

아니, 좋아하시려나?


“부모님 허락 받으면.”


다음날, 허락 받았다며 여기저기서 손을 드는 아이들.

집에서 얼마나 졸랐을지 눈에 훤했다.

역시, 부모님들이 안 좋아하셨겠지.


아마도 ‘한 달인데... 저렇게 좋아하는데...’

하는 생각에 허락하지 않으셨을까.


여튼 남편에게는 희소식이었다.

4일 연휴 동안 조금 익숙해졌지만

거북이를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니니까.

아무렴. 4일과 4주는 느낌이 다르지.


그러나 세상 일은 알 수 없는 법.

방학식을 앞두고 거북이 직업 아이들이 말했다.


“선생님, 저희가 의논을 해보았는데요, 선생님께서

데려가시는 게 좋겠어요.”

“선생님께서 제일 잘 키우실 것 같아요.”


아이들은 거북이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한 것마냥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나의 의견은 묻지 않았지만

선생님이라면 당연히 해주시겠지라는 눈빛이었다.


그 기대를 고스란히 남편에게 전했다.

6살 아들도 신이 났다.


“엄마, 거북이 집에 데려와. 응? 응?”


남편은 알고 있었을까?

그렇게 끔찍이도 싫어하던 동물을

방학 내내 키우게 될 줄을.




방학동안 거북이들을 더 관찰하고

더 다양한 시도들을 해볼 수 있었다.


호박이와 망고는 색깔 뿐만 아니라

등딱지 모양도 달랐다.

사람마다 지문 모양이 다르듯

거북이들은 등딱지 무늬가 각자의 고유한 특색인

듯했다.

이제 호박이와 망고를

등딱지 모양으로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강아지나 고양이를 만지듯

거북이도 만져보고 싶어서 시도를 했다.


한동안 부드러운 면봉으로

거북이 턱과 발을 살살 문질러 보았다.

처음에는 놀라서 등딱지 속으로 쏙 들어가거나

물로 호다닥 뛰어 들어갔다.


그러나 호박이는 역시 똑똑했다.

자신을 해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아는듯

조금씩 가만히 몸을 내어놓았다.

방학이 끝나갈 무렵

호박이의 턱과 발을 손으로 만질 수 있게 되었다.


망고는 역시 겁이 많았다.

조금만 가까이 가도 쏙 숨거나 휙 도망쳤다.

주인을 좀 알아봐 주지.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

한 배에서 나온 자식도 다르다고 했다.

호박이와 망고는 참으로 달랐다.




개학식.

처음 거북이를 교실에 들여놓을 때의 설렘으로

아침 일찍 거북이 수조를 설치했다.


아이들의 반응은 놀라웠다.

그새 엄청 커졌다고 했다.


하긴. 처음 만났을 때는 500원 동전 크기였는데

어느덧 작은 오렌지크기로 커졌다.


그런데 얘들아, 그거 아니?

너희도 엄청 컸다는 거.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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