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실에는
필요한 일을 직업으로 정해 전담하는
직업 제도가 있다.
거북이가 들어오며 자연스럽게
거북이 직업이 생겼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거북이 직업을 얻지 못한
아이들 몇몇은
똑똑하게도 ‘거북이 보조’ 직업을 만들어 가졌다.
비슷한 일의 직업이 생길지 여부는
본래 직업을 가진 사람이 정하게 되는데
거북이 직업을 가진 아이들은 쿨하게
‘거북이 보조’ 직업의 존재를 승인해 주었다.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이 많아질 경우
그 안에서 일을 총괄할 관리자도 뽑는다.
그렇게 ‘거북이 관리자’까지 생기며
거북이 담당 학생들은 충실히 직업을 수행해 나갔다.
학교에 오자마자 하는 일은
거북이 밥 주기였다.
아기 거북이들은 분리 급여를 하는 것이 편했다.
입이 작아 사료를 한입에 먹지 못하는 까닭이었다.
여러 차례 베어 무는 동안 사료 가루들이 흩어져서
수질 관리가 쉽지 않았기에
아침마다 거북이 담당자들은 거북이들을
보조 수조로 옮겨 밥을 주었다.
월요일에는 수조를 청소하고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물을 부분적으로 갈아주었다.
수조 청소는 아이들에게 묻지 않고
내가 팔을 걷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에게
힘든 일을 시키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여름이 되자 한계가 왔다.
출산 후 몸에 열이 많아져서 더위에 약해졌는데
7월의 무더위에 수조를 씻으려니
땀이 뻘뻘 나고 진이 빠졌다.
<학교 생활 Talk>
학교의 복도나 화장실은 냉난방이 되지 않아
여름이나 겨울에
교실 밖에 나가는 것은 고역이다.
화장실 잠시 다녀오는 것도
여름엔 땀이 뻘뻘 나고
겨울엔 몸이 으슬으슬 떨린다.
더군다나 교실 꼭대기 층이라
여름엔 더 덥고 겨울엔 더 춥다.
어릴 때는
엄마가 왜 그렇게 더위를 힘들어하나 했는데
출산 후 체질이 변해서 나도 엄마와 똑같아졌다.
여튼. 아이들에게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했다.
‘더워서 수조를 씻기가 힘들다.
거북이를 선생님 집에 가져가야겠다.’
그러자 거북이 직업 아이들이
본인들이 수조를 씻겠다며 발 벗고 나섰다.
수조와 육지 계단과 여과기를 혼자서 씻다가
네 명의 아이들이 나눠서 씻으니
수조 청소도 금방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이 아니라
대학교 4학년이라고 해도 믿길 정도로
책임감 있게 일을 척척 해나가는 아이들.
직업 정신이 투철한 아이들 덕분에
여름방학식 전까지 거북이들을 교실에 둘 수 있었다.
주말이 다가오면
거북이 담당 아이들은
육지 쉼터의 사료통에 마른 사료를 부어주었다.
그러면 거북이들이 육지 쉼터를 오고가며
우연히 발로 사료를 조금씩 물에 떨어뜨렸다..
월요일에 학교에 오면
밥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데 확실히 호박이는 똑똑했다.
사료가 물에 들어가야 거북이가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되는데,
호박이는 배가 고프면 마른 사료를 입에 물고
물 속으로 들어갔다.
사료를 물에 불려 먹다니,
천재잖아?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