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도 크고 건장한 남편은
겉보기와는 다르게
동물, 특히 파충류를 굉장히 무서워한다.
동물원에 가면 뱀은 쳐다보지도 못해서
나와 아들의 놀림거리가 되기도 한다.
집에서 동물을 키우는 것을
상상도 해보지 않은 남편에게
청천벽력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연휴가 다가오잖아,
교실에 있는 거북이들이 굶을 텐데
어떡하지?”
“......”
“연휴에 학교에 다녀올까 봐.”
“......”
“그냥 집에 데려다놓으면 어떨까?”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6살 아들이
옆에서 펄쩍 뛰었다.
“거북이들 집에 데려오자! 응? 응?”
가족을 끔찍하게 사랑하는 남편은 결국
끔찍하게 생각하는 동물을 집에 두기로 했다.
단 조건이 붙었다.
“나는 거북이를 쳐다도 보지 않을 거야.
거북이와 관련된 그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거야”
“그럼 그럼, 걱정 마. 내가 다 할게!”
“우와, 아빠 만세!”
그렇게
자율휴업일과 공휴일, 주말이 이어진 연휴 동안
호박이와 망고를 집에 두게 된다.
학교에 있을 때보다
거북이를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6살 아들과 나는
새로운 시도와 훈련으로
호박이와 망고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었다.
1. 거북이는 상추를 먹는다.
냉장고에 아삭이상추가 있어서 씻어서 줘봤는데
거북이들이 아주 맛있게 뜯어 먹었다.
간식으로 딱이었다.
2. 거북이는 말을 알아듣는다.
나도 모르게 거북이들에게 말을 건내곤 했는데,
대표적인 말이 “밥 먹자. 밥!” 이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호박이가 두리번거리다가 물 속으로 뛰어 들었다.
밥을 주기 전부터
미리 알고 물 속에서 대기하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우연인가 싶었는데
연이어서 계속 그러니 호박이는 “밥”이라는 말을
알아듣는구나 싶었다.
3. 거북이마다 성격이 다르다.
호박이는 똑똑하고 용감했다.
말을 알아듣고(“밥” 뿐이지만)
손으로 들면 팔다리를 팔짝팔짝 움직였다.
옮기는 동안 행여 떨어뜨릴까 싶어
“호박아 가만히 좀 있어!”
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반면에 망고는 겁이 많았다.
주로 여과기와 수조 벽 사이의 좁은 공간에 들어가
비스듬히 서서 바깥 세상을 구경했다.
손으로 들면 움츠러들거나 뻣뻣하게 굳어서
옮기는 동안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도 귀여웠다.
연휴가 끝나가자
아들이 울먹이며 말했다.
“호박이랑 망고 계속 집에 두면 안돼? 응? 응?“
“엄마 반 학생들이랑 같이 키우고 있어서,
학교에 가져가야 할 것 같아.
대신 다음에 또 데려올게.”
그러고 바로 남편을 쳐다보았다.
나와 아들의 반짝반짝 눈 공격에
남편은 못말린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생각보다 귀엽지?”
“...
나쁘지 않네.”
연휴 동안 우리 가족은
거북이들과 더 가까워졌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