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음악 시간.
저는 음악을 좋아해서 올해 음악을 가르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좋았어요.
그런데 간과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우리반이 6학년이라는 것.
제가 6학년 담임이 된 걸 처음 체감한 순간은
방송 조례하면서 애국가를 부를 때였어요.
스피커에서 흐르는 노랫소리가 거의 전부인 고요한 순간.
들릴 듯 말 듯한 가성만이 배경음악처럼 얕게 깔려 있었죠.
이해는 됩니다.
6학년이 되면 변성기가 오고 친구들에게 보여지는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음악 시간에는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이럴 때 선생님이 꺼낼 수 있는 무기는
선생님이 먼저 노래를 크게 부르는 것입니다.
노래를 못하면 못할 수록 더욱 효과는 커집니다.
물론 선생님이 많이 부끄럽겠지만
아이들은 선생님을 보며 생각해요.
‘못해도 자신감 있게 부르면 되는 구나!’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고
즐거운 만큼 아이들의 목소리는 몇 배로 커집니다.
“선생님이 노래를 잘하지는 않지만 열심히 불러 볼게.
듣고 너희도 열심히 따라 불러 줘.”
한 소절을 부르니 아이들의 눈이 동그레집니다.
“어? 생각보다...”
아쉽게도(?) 저는 음치는 아닙니다.
노래를 멋있게 부르지는 못해도 음정은 대충 맞아요.
평소 내성적인 성격에 목소리도 작아서
노래를 크게 부르는 걸 상상하지 못했던 아이들은
용기 낸 선생님의 모습에 깜짝 놀랍니다.
그리고 살짝 배신감도 느낍니다.
“생각보다 잘하시는데!?”
교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동기 부여는 성공했습니다.
아이들이 노래를 크게 따라부르기 시작합니다.
노래를 다 익힌 후,
분단별로 노래를 시켜봅니다.
“1분단부터 불러 보자.”
누군가는 가수가 되고 누군가는 청중이 되는 상황에 아이들은 긴장하며 눈치를 봅니다.
‘크게 불러야 돼 말아야 돼?’
다행히 1분단에 크게 부르는 남학생들이 몇 명 있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크게 부른 건 어니지만 꽤 잘 불렀습니다. 6학년이 이정도 불렀으면 정말 훌륭한 거예요.
저는 진심을 다해 칭찬 보따리를 풀어보입니다.
“진~짜 잘했다. 와!! 몇명은 목소리도 크고, 첫 순서인데 용기있게 정말 잘하지 않았니?”
1분단 아이들은 흐뭇해서 어깨를 으쓱입니다.
“그래서, 1분단의 점수는...“
”점수? 점수도 있어요?“
”40점! 박수!!“
크게 박수를 유도하자 와~ 하며 박수를 치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아이들.
”저, 그런데 몇 점 만점인가요?“
”100점.”
“네??”
얼토당토않은 점수에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들.
”다음, 2분단!“
2분단 아이들도 열심히 부릅니다.
노래가 끝난 후 또 크게 박수를 유도하며 칭찬합니다.
”우와~ 2분단 전부 다 열심히 부르더라.
2분단의 점수는...
45점! 박수!!“
”와!!“
아이들이 또 빵 터졌습니다.
2분단 아이들은 1분단보다 점수가 높다고 좋아합니다.
”선생님, 저희도 다 열심히 불렀는데요!“
1분단 아이들이 진지하고 억울한 얼굴로 저를 쳐다봅니다.
”그래? 그럼 1분단도 45점!“
”와!!!“
어느덧 아이들이 모두 웃고 있습니다.
“마지막, 3분단!”
”야야, 크게만 부르면 돼.“
점수 체계를 눈치챈(?) 아이들이 조언을 합니다.
몇몇 아이들이 감기에 걸려 음정이 안맞는데도 크게 열심히 부릅니다. 삑사리가 터져 나오자 교실은 또다시 웃음바다가 됩니다.
3분단에게도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열심히 부른 모습이 정말 훌륭하다며 쌍따봉을 날려줍니다.
“그래서, 3분단의 점수는...
50점!”
“와!!!”
교실이 또 한바탕 뒤집어졌습니다.
3분단 아이들은 1등이라며 방방 뛰다가도
뭔가 이상한지 한 번 더 물어봅니다.
”선생님, 그런데 몇 점 만점이라고요?“
”100점!“
당연하다는듯 말하는 선생님의 태도에
아이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봅니다.
‘50점인데 우리 좋아하고 있는 거야?’
”으하하하하“
“아하하하하“
교실 전체가 떠내려갈듯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웃다가 눈물도 흘립니다.
웃음꽃이 피었다는 말이 왜 생겨났는지 알겠습니다.
아이들이 웃으니 온 교실에
벚꽃이 휘날리듯 꽃들이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아요.
퇴근 후 집에 와서도 자꾸 웃음이 납니다.
“오늘 학교에서 말이야...”
저녁을 먹으며 남편에게 재잘재잘 이야기를 늘어 놓습니다.
아무래도 교실에서 꽃을 붙여온 것 같습니다.
집에 와도 꽃향기가 남아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