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공개수업 날,
아침부터 아이들이 조금 긴장한 듯 보입니다.
요즘은 6학년도 대부분 부모님이 공개수업을 보러 오십니다. 물론 못오시는 분들도 있지요.
“선생님, 저희집은 엄마 아빠 다 오신대요.“
“저도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살짝 들떠 있습니다. 그런데 평소 말이 많던 아이가 말이 없습니다.
“얘들아, 오늘 오시는 부모님도 있고 못오시는 부모님도 있을 거야.
그런데 그거 알아?
오시는 부모님은 공개수업에 오는 것으로 너희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시는 거고,
일이 바빠서 못오시는 부모님은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하시는 거란다.
모든 부모님께서 너희를 정말 많이 사랑하고 있단 걸 잊지 마.“
아이들의 표정이 몽글몽글해집니다.
살짝 풀이 죽어 있던 아이도 마음이 한결 편해 보입니다.
공개수업 시간이 가까워오자 몇몇 아이들이 말합니다.
“부모님 상대로 몰래카메라 하는 거 어때요?”
“재밌겠다!“
”해요! 해요!”
저는 눈이 동그레졌습니다.
지난번에 몰래카메라 한 번 했던 게 무지 재미있었나 봅니다.
그래도 학부모님을 상대로 몰래카메라라니...
저쪽에서는 한 아이가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아, 엄마가 발표 많이 하라고 했는데 어떡하지.”
“어, 나돈데...”
그때 똘똘이 학생이 손을 번쩍 들고 외칩니다.
“선생님,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발표할 때 주먹을 들면 시키지 마시고, 손가락을 뻗으면 시켜주세요.”
“와, 좋은데?”
“선생님, 그렇게 해주세요!”
“제발요!”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평소에는 발표를 그렇게 많이 하지 않는데,
오늘은 매번 손들겠다고 난리입니다.
주먹을 들면 선생님이 발표를 시키지 않지만,
손을 들었으니 부모님께 면이 선다는 겁니다.
세상에나.
학부모공개수업에서 몰래카메라는 상상해본 적도 없는데,
부모님께 잘보이기 위해 작전을 짜는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거절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걱정도 됩니다.
”얘들아, 그런데 손을 들어도 선생님이 계속 안시키면
부모님이 속상해하시지 않을까?“
그러자 아이들이 여러 경우의 수를 두고 진지하게 작전 회의를 합니다.
”오전에 발표를 많이 해서 안시키신 것 같다고 얘기하면 어때?“
“오, 좋아!“
“그런데 우리가 전부 다 주먹을 들면 어떡해?”
“그럼 어쩔 수 없다. 누군가는 발표 해야해.”
어느덧 아이들 얼굴에서 긴장과 걱정이 걷히고 해맑은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얘들아, 그런데... 주먹을 높이 들면 선생님이 헷갈려서 시킬 수도 있으니, 발표 안하고 싶으면 살짝 자신 없이 들어줄래...?”
공개수업을 앞둔 쉬는 시간.
학급의 피아니스트 학생이 멋지게 피아노 연주를 합니다. 아이들은 감상후 크게 박수 치고 환호해요. 여기까지는 평소의 교실 모습입니다.
그런데.
수업이 시작되자 평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제가 질문만 하면 거의 모든 아이들이 손을 번쩍 들어요.
손가락을 편 아이 중에 발표를 안했던 아이를 골라내느라 눈이 빙글빙글 돕니다. 골고루 발표를 시켜야 하니까요.
평소 수업 때도 질문과 발표가 끊이지 않지만 이정도로 열성적이진 않은데.
본의아니게 엄청 학구열이 높은 반이 돼버렸습니다.
친절한 교실에 오셨던 학부모님,
죄송합니다. 몰래카메라였습니다.
오늘 보신 모습은 가짜입니다!
그러나 그 속에는
진짜보다 더 값진 사랑이 담겨 있답니다.
흡족하여 돌아가신 학부모님께 차마 전하지 못한 진실을
브런치 대나무숲에서 공개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