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의 범위(채식주의자)

독서 노트4 <채식주의자>

by 김진우





영혜가 처음이 상해진 것은

삼 년여 전 갑작스럽게 채식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평범하디 평범한 주부였던 영혜.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그녀의 채식.

남편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그녀에게

'채식주의자'라는 꼬리표를 물린다.



이젠

고기를 먹지 않는 식습관을 비롯해 갑갑하다며

브래지어를 차지 않는 행동마저 그들 눈에는

어떤 하나의 질환 같은 기이한 행동으로 여겨지고, 그녀의 병을 치료해야만 한다는 근거 없는 책임감을 갖게 되면서 이야기의 갈등은 심화된다.




아버지는 영혜의 뺨을 때리고,

입을 억지로 벌리게 한 뒤 고깃덩어리를 쑤셔 넣었다.





더 이상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딸에게 강압적으로 입을 벌려 고기를 밀어 넣는 아버지.



이 끔찍하고도 폭력적인 장면을

작가는 너무나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고 빠르게 책장을 넘겼다. 제삼자의 시선도 부담스럽기만 한 상황

'영혜'본인에겐 얼마나 잔인하고 초라한 순간이었을까?





그녀는 마치 자신이 얻어맞은 것처럼 몸을 떨었다. 영혜가 짐승 같은 고함을 지르며 고깃덩어리를 뱉는 것을, 과도를 집어 들고 자신의 손목을 긋는 것을 그녀는 딱딱하게 굳은 몸으로 지켜보았다.




마치 자신의 천적들에게 둘러싸여 목숨을 위협받는 정체절명의 순간에 초식동물이 할 수 있는 최후의 발악을 지켜보는 안쓰러움 이랄까...


그렇게 영혜는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눈을 쏘아보며 과도로 본인의 손목을 긋는다.


책 <채식주의자>는 3명의 시선으로

주인공 영혜의 사건을 지켜본다. 영혜에 대한 걱정은 남편에겐 증오와 피해의식, 형부에겐 참을 수 없는 욕망의 시발점이며, 언니 인혜에겐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과 견딜 수 없는 죄책감으로 변모했다.


나는 이 세명의 시선이 아닌 영혜의 1 인칭적인 관점에 주목하고 싶었고, 그녀가 주변의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시선에 괴롭힘을 당하는 것 같아 너무 안쓰럽게 여겨졌다.




"뭐 하는 거야, 지금!"




"미쳤군, 완전히 맛이 갔어."





주인공 영혜는 너무도 담담히 답변한다.



"꿈을 꿨어"



이 모든 게 '꿈'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영혜는 그녀를 걱정하는 주변 사람들 시선에는 아랑곳 않고 너무나 태연히 그리고 오롯이

자신의 의식세계에 집중한다.


그래서인지 일상생활에 대한 그녀의 태도는 무책임해 보이기도 하고 평온해 보이기도 하며 신비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마치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영혜는

보내줘야만 했다.

애초에 잡을 수도 없었고

꿈을 꾸게 된 것도 어쩌면 필연적이었을 것이다. '규범'이라는 철창 사이를 자유롭게 통과할 만큼 그녀의 몸은 야위어갔지만 의식세계에 대한 적응력은 더 굳건해져 갔다.




처음 고기를 거부하기 시작했던 건

'채식주의자'가 되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본래 그녀가 있어야 할 곳으로 가기 위한

여정의 시작이었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우린 우리가 이해하는 범위 이상의 것을 마주하면 당황하거나 겁을 먹고 지나치게 방어적이거나 공격적인 제스처를 취한다. 그것을 굴복시키려고 하고 아예 없던 것처럼 무시를 해버린다.



그래서 우린 영혜에게

'채식주의자'라는

꼬리표를 달아 이해의 범위에 가두려 했던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책 제목 '채식주의자'가 과연 진정한 영혜를 일컫는 말인지 아니면 우리가 생각하고 싶은 영혜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것이다.




참고문헌


*한강. 채식주의자. (주)창비.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