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5<비행운>
비행운은 누구나 외면하고 싶은 지극히 초라한 모습, 가리고 숨기고 감추고싶지만,
늘 그것들이 조금이라도 드러나면 어쩌나 마음을 졸이는 우리의 치부를 낯낯이 드러낸 소설이었다.
나이를 떠나, 성별을 떠나 우리 인간 모두가 얼마나 찌질한지, 소심한지, 볼것없이 나약하고 불행한지를 자연스럽고 덤덤하게 묘사하는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지 않을수없었다.
왜 작가의 단편 소설 속 주인공들은 저렇게까지 불행하고 못났을까.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정말 미련하고 답답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행동거지를 마주했을땐 눈쌀이 찌푸려지고 화도 났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내가 김애란 작가에 의해 관찰되어져 소설속 주인공으로 그려진다면, 독자들 또한 내 삶을 보며, 수많은 찌질하고 못난 내 모습을 보며 눈쌀을 찌푸리진 않을 까 겁도 났다.
난 늘 ‘제목’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작가가 왜 이름을 이렇게 지었을까, 내용을 통해 명명의 이유를 찾아보기도하고, 미리 얼마간의 추측을 한후 책을 읽기도 한다.
‘비행운’이라 지은 이유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고 또 소설의 마지막장 비평의 힌트를 빌려 나름의 해석을 내려보았다. 비평가의 말처럼, 불운한 인생을 힘겹게 버텨가는 이들에게 무엇이 제일 간절할까. 지금 이 지옥같은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 제일이 아닐까.
탈출, 여행, 비행. 듣는 순간 시원해지고 가뿐해지는 단어들.
하지만 그들의 삶은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행복의 도피라기 보단, 가족들이 모두 해외여행을 떠났지만 혼자 집에 남겨진 이의 외로움과 가엾음과 더 닮아있었다.
비행기는 떠나고 그 뒤에 적적히 남겨진 비행운(飞行云) 같이 말이다.
“언제나 어디가 중요하다. 그걸 알아야 머물수도 떠날수도 있다고,“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에, 이 불행한 삶 속에 머물러 있는 지도 모르겠다.
거듭되는 불행, 행운이 아닌 것에 견딜수 없이 힘든 이유는 내 자리가 어딘지 모르겠어서 일지도. 그래서 불행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쉽사리 다음 행보를 정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힘든건 불행이 아니라.. 행복을 기다리는게 지겨운 거였어. “
사실 누구에게나 시련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다만 그 시련이 길고 지난하게 느껴짐에 지쳐갈 뿐이다. 행복을 기다린다는 말은 이미 내 삶이 불행하다고, 내일은 더 나아질거라고, 오늘을 부정하고 내일을 기대하는 말과 다름없다. 소설속 주인공들의 삶은 확실히 궁상맞고, 처절하리만큼 못난 순간들로 가득차있었지만,
“말하자니 쩨쩨하고, 숨기자니 옹졸해지는 무엇들로”
충분히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장면들이었다. 그래서 더 부끄럽고 불쌍하게 여겨졌다. 작가가 그들의 못난 모습을 아니 너무나 사실적인 모습들을 조금의 미화와 덧붙임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얻고자하는바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슬픈이야기, 무서운이야기, 더러운 모습은 일부로 피하고 싶다. 하지만 소설 비행운은, 그 모든것들로 가득차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 마지막장을 덮은 순간 까지도 어떠한 일말의 불편함이 남아있지않았다. “그것은 너무 자명해 서럽도록 생생한 감각으로 다가왔다.”
오물의 배설만큼, 슬픔과 우울의 감정의 배설은 너무나 상쾌하다. 작가의 적나라한 사실적 묘사를 통해 소설 속 인물들의 삶속에 완전히 녹아들어여서 일까. 같이 작아지고 찌질해지는 과정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되어서인지 시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