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6 <바그다드 카페>
남편의 뺨을 가차없이 때리는 야스민
그리곤 짐을 챙겨 사막길을 홀로
정처없이 걷는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Jevetta steele의
'Calling you'
첫 장면부터
너무 강렬하다.
묘한 기운이 가득하다.
노래의 가사처럼
누군가가
애타게 부르고 있다.
꼭 영화 속으로
빠져들어오라는 듯이
그렇게
영화
바그다드 카페는 시작한다.
야스민과 헤어진 남편은
그녀가 챙긴 커피머신을 과감히
차에서 던져버리고 떠난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로젠하임'이라고 적힌
야스민의 나라 독일제 커피머신은
낯선 이의 손에 이끌려
바그다드 카페에 먼저 도착해있었다.
명색이 카페 이지만
때마침 커피머신이 고장 나
커피를 팔 수 없었던 상황
그런데도 왜인지
절묘하게 나타난 '로젠하임'커피머신이
달갑지 않은 바그다드 카페의 주인
미스 브랜다.
커피머신을 주워온
무능한 남편에게
빨리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라며
화를 내자, 견딜 수 없어하는 남편은
아예 떠나버린다.
이어폰을 낀 채
엄마의 말은 듣지 않고
음악만 듣는 사춘기 첫째 딸
엄마일을 돕기보단
미련할 만큼
열심히 피아노만 치는
둘째 아들
그리고 갓난아기 막내
황량한 사막 속에 허름한 카페와
쓰러져가는 모텔을 운영하는
여주 인장
브랜다
그녀에겐 혼자만 져야 하는
이 모든 책임들이
무겁고 버겁기만 하다.
힘든 삶을 버티고 있는 그녀에게
어디서 온지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커피머신은
굉장히 불편하고 낯선 거북한 존재임이
틀림없다.
슬픔에 빠져있는 그녀에게
저 멀리서 환영처럼 서서히 다가온
풍만한 몸매의 낯선 여인
야스민은 이곳에 머물고 싶다며
방을 달라 한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인연
하지만 브랜다는
이 황량한 사막에서 홀로
머물겠다는 이 낯선 이 가
의심스럽기 그지없을 뿐이다.
홀로 머문다던
야스민의 방 청소를 하다 발견한
면도칼과 여러 벌의 남자 옷들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아무 혐의가 없다는 이유로
일이 무마된다.
어느 날
야스민은 브랜다에게
필요한 것을 멀리 떨어진
도심의 마트에서 사다 달라고 부탁을 한다.
내키진 않지만
유일하게 차가 있고
카페의 업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운타운으로 향하는
브랜다.
그 틈을타 야스민은
더럽고 먼지 가득한 바그다드 카페와
창고, 모텔 구석구석을 청소하기 시작한다.
마트에서 돌아와
이 모습을 본
브랜다는
기쁘기는커녕
총을 들고 야스민에게
달려들 만큼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자기의 공간과 삶에 너무 깊게
개입한 것 같은 부담감과 위협감이었을까?
사실 야스민은 슬펐다.
외로웠고 괴로웠다.
황량한 이 곳에서 무엇이라도
해야만 이 적적함을 떨쳐낼 수 있었으리라.
다행히
그녀는 풍만한 몸만큼이나
삶의 기운도 충만했다.
전남편의 캐리어를 잘 못 가지고와
옷이 단벌일지라도 그녀는 웃었다.
남편 옷들로 인해 호기심 많은
브랜다의 딸과 친구가 되었고
음악을 좋아하고 진정으로
감상할 수 있는 유럽 감성의 소유자로서
브랜다 아들이 치는 피아노곡을
음미하는 야스민
진정한 팬을 만난 것 같은
마음에 아들도 야스민에게 마음 의문을 연다.
그리고 그녀에게 처음부터 일관되게
관심을 보이는 늙은 예술가 할아버지
늙은이의 추태라기보다는 뮤즈에게 보내는
열렬한 사랑이라고 느껴지는 그의 행동.
예술가 기질이 다분한 그는 야스민 방의 그림을 그릴만큼 실력을 갖춘 화가이기도 했다.
이후
야스민은
그의 그림 속 뮤즈가
기꺼이 되기로 한다.
처음엔 원망스럽던 무용지물
'마술도구 세트'
장난스럽게 시작한 마술
그녀의 삶은 마술 같은 일들이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자 야스민의 은은하면서도
진실한 그리고 넘치는 매력과 충만한 사랑은
자연스럽게 브랜다의 아이들은 물론 카페에 머무는 이들을 사로잡았다.
점차 그녀의 방은 물론 카페에도
생기가 가득하고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이야기 소리가
끊이질 않게 된다.
하지만
여행비자기간이 만료된
야스민은 더 이상 일도 할 수 없고,
카페에서 머물 수가 없게 된다.
야스민은 떠나고
카페는 또다시
예전처럼 고요해진다.
너무나 크기만 한
그녀의 빈자리.
단골손님, 종업원, 예술가 할아버지,
미스 브랜다 모두가
야스민을 애타게 그리워한다.
바로 그즈음
야스민은 마술처럼
다시 브랜다의 눈앞에
나타난다. 하얗고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은 채 그녀 특유의
밝은 기운을 가득 풍기며.
모든 게
제자리를
되찾은 것 같다.
예술가 할아버지는 어느 날 저녁
꽃송이들을 꺾고 야스민 방을 찾는다.
그리곤
준비해왔던
프러포즈를 한다.
웃음이 떠나 질 않는 야스민
그녀는 Yes라는 답과 함께
그녀의 솔메이트 미스 브랜다와
이 일을 상의하겠다고 대답한다.
첫째 일단 볼거리가 가득하다.
독일 여성의 클래식하면서도 절제된
스타일, 10대 딸의 펑키하고 칼라풀한 패션,
서부영화를 연상시키는 예술가 할아버지의 의상 등
두 번째로는
유쾌함이 가득하다.
이 영화의 장르는 코믹 이란다.
박장대소를 할 만큼의 큰 웃음을 선사하진
않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깨알 같은 장면들이
구석구석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등장해 입가에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확실히 코믹이 맞는 것 같다.
세 번째로는
이 영화는 감성이 충만하다.
감독은 선명한 색과 영화 중간중간 삽입된 Ost곡들을 통해 그 느낌들을 적절하게 전달한다.
콜롬비아의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야스민,
차갑고 무뚝뚝해 보이는 그녀의 첫인상 때문에
영화 초반부에 나는 사실 긴장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그녀의 사랑스러움과 명랑함에 완전히 포위되어
영화가 끝난 후 그녀는 나에게 있어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만큼이나
신비하고 성스러운 존재가 되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손에 한가득 담고도 넘치는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