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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것, 그것도 내 것

영화 8 <마농의 샘 1,2>

by 김진우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위골랭(다니엘 오테유)

백부 세자르(이브 몽땅)의 도움으로 카네이션 재배를 시작하기로 한다.

결혼도 하지 못한 채 독신으로 살고 있는 세자르에게는 조카 위골랭뿐이다.





꽃 재배가 일반 농작물보다 돈이 된다는 걸 알게 된 위골랭과 세자르

하지만 그들의 땅은 제일 중요한 '물'이 모자랐다. 비가 잘 오지도 않는 지역.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세자르는 어릴 적 보았던 옆 이웃의 '샘'을 떠올린다.

옆 이웃에게 찾아가 땅을 팔라고 하지만 이웃은 오히려 욕을 퍼부으며 달려든다.

기분이 상한 세자르도 격하게 대응을 하고 결국 말싸움은 몸싸움으로 번졌다.

의도치 앉게 벌어진 살인. 세자르는 오히려 이것을 이 땅을 살 수 있는 기회라 말하며 위골랭을 설득한다.




그렇게 자라나기 시작하는 그들의 욕망

세자르와 위골랭

마을 사람들도 그 '샘'에 대해선 모두들 알고 있기에,

샘이 막혀버린 것처럼 위장해 땅의 값어치를 낮추려는 비열한 음모를 꾸민다.
죽은 이웃의 상속자는 다름 아닌 여동생, 세자르가 아는 여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녀 역시 얼마 전에 죽음을 맞이해, 그녀의 아들인 꼽추 장(제라르 드 빠르지요)이
상속자로서 마을에 온다.




위골랭은 자신의 은밀한 계획을 숨긴 채 장에게 접근한다.
장에게는 아내 에메와 딸 마농이 있다. 도시에서 세관원으로 일했던

장은 마을 사람들의 걱정과 무시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현대적인 방식으로
농장을 꽤 잘 일구어나간다. 채소밭은 물론이요, 농장의 토끼는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간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토끼 개체수처럼 장과 그의 가족들의 희망도 부풀어만 갔다.



하지만 장의 삶은 여전히 힘들기만 하다.

귀농을 결심하고 실천하는 이들이라면 알 것이다.

지역 주민들의 텃세란 결코 무시할만한 일이 아니다.

도시에서 굴러먹다 온 돌인 장에게 박힌 돌들이 던지는 냉대와 무시는 너무 가혹하기만 하다.


설상가상으로 시작된 계속된 가뭄,
물이 부족해지자 2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의

먼 우물물을 기르러 온가족이 나선다.

그래도 터무니없이 부족한 물.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장. 하늘을 보며 기도를 한다.



비가 온다.
오는데, 여기가 아닌 저기 저산 너머에만 비가 온다.

신마저 외면한 절망적인 상황.


그는 좌절하지 않는다.
이젠 신에게 기대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땅을 파서 샘을 찾겠다며,

세자르에게 집 저당을 맞기고 돈을 빌려

미리 파놓은 땅굴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한다.



장은 불행하게도

다이너마이트 폭발로 인한

파편에 맞아 죽는다.

남편을 잃은 아내는 저당 잡힌 집을

세자르에게 팔아버리고

딸과 농장을 떠나려 한다.


모든 게 다 끝났다고 생각한
세자르와 위골랭은 막아두었던 샘을 다시 파낸다.

이 장면을 목격하는 마농.
아빠가 죽음을 무릅쓰며 찾아내려 했던 샘이 바로 자기

마당에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과 원망과 증오의 눈물을 흘리면서 마농의 샘 1부는 막을 내린다.









10년의 세월

마농의 샘 덕에 위골랭의 카네이션 농사는 성황을 이룬다.

많은 돈을 번 위골랭과 세자르 부러 울 것이 없다.
엄마와 함께 도시로 떠난 줄 알았던 마농은 아버지의 농장 근처 산을 이리저리 다니며

양을 치며 살고 있다. 세월이 지나 꼬마 아이는 요조숙녀가 되었고, 마을 남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매력적인 미녀가 되어있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아버지가 즐겨하던 하모니카 곡을 연주하며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도시에서 살고 있는 어머니의 연락에도 이 곳을 떠나지 않겠다며 고집을 부린다.




어느 한가한 날,
여느 때처럼 사냥을 나선 위골랭,

바위 위에서 천사를 목격한다.
발가벗은 채 하모니카를 부며 춤추는 '마농'

이보다 더 원초적이면서 강렬한 장면이 또 있을까.
그날 이후로 위골랭은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다.

시작된 첫사랑 그리고 짝사랑.
마농이 설치한 덫에 자신이 사냥한 사냥감을 몰래 가져다 놓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애정 표현.


한편
길을 잃은 양을 찾으러 나선 마농,

우연히 절벽 안의 동굴을 발견한다.
그곳에서 본 것은 다름 아닌 '샘'의 근원

'아버지의 샘'을 가로챈 위골랭과 세자르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묵인한 마을 사람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마농은 샘을 돌과 시멘트로 막아버린다.



그리고 시작된 마을의 가뭄과 기근.
말라버린 물처럼 마을 사람들의 인내심도 바닥이 나버렸다.
거금을 들여 전문가를 불러왔지만 도로아미타불.

결국 하나님의 뜻에 맡기는 것뿐, 마을 사람들은 모두 교회로 모인다.




그리고 시작된 주교의 연설
갓 부임한 신임 주교마저 마을의 '샘'이야기를 알고 있는 듯하다.

"죄를 지은 형제여, 회개하라." 고 말하는 주교.
마농도 그동안 굳게 다물었던 입술을 연다. 그리고 말한다.

그때 전부다 보았노라고.



사랑하는 여자로부터 사랑은커녕 증오감밖에 남겨준 게 없다니,

위골랭은 너무나 슬펐다. 그래서 그녀에게 이제까지 자기가 훔친
모든 것을 돌려주고자 한다며 유서를 남긴 채 포도나무에 목을 맨다.



위골랭의 죽음,

평소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잘생긴 마을 선생의 설득으로,
마농은 그동안 쌓아둔 마음속의 미움과 원망의 벽을 허물고

그와 함께 자기가 막아두었던 샘물의 둑을 부수어버렸다.





마농의 결혼식,

죄책감 때문에 감히 다가갈 수 없음을 느끼는 세자르.

그즈음 오랜 친구가 찾아와 비밀을 말해준다.

마농의 아빠 장이 바로 세자르의 아들이었고, 마농은 그의 손녀라는 사실을.
후회해도 너무 늦어버린 순간. 어찌 할바를 모르는 세자르.

유서를 남기고 천천히 죽음을 맞이한다.









사람들은 내 것을 지키려는 마음만큼

네 것을 탐하려는 마음이 강할 때가 있다.



남의 떡이 더커 보이는 것이 당연하고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특히 비교해야

행복한 나라 한국은 더더욱 그럴 터.

왜 그리도 남이 얻은 것은 쉽게 한 것 같고,

또 달콤해 보이는지.

행복의 기준은 남보다 더 좋은 차를 타고

더 비싼 것을 먹는 것이라는 어느 중국 드라마의 대사가 떠오른다.


위골랭과 세자르의 욕망은

장의 희망보다 빠르게 자라났다.

욕망은 물속에서 삽시간에 퍼져버리는

물감처럼 마을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침투했고

곧 그들 모두에게 '마농의 샘'은 남의 것이

아닌 그들의 것이 되었다. 그래서

장의 희망 따윈 죽음 따윈 그들의 이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다.


네 것이 네 것이고 내 것이 내 것이어야만

비로소 건전한 균형을 이루는 이 사회의 룰은

이미 깨어졌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것.


남의 옷은 남의 것.

내가 입으면 어딘가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기 마련.


훔쳐 입은 옷,

과연 편하게 맘껏 입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가.


죽여서 빼앗은 돈,

쓰면서 과연 행복하기만 할까?


신의 눈에도 이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러운 모습이 명명백백하게

보였으리라.


그래서 모든 건

신의 섭리대로

제자리를 찾아간다.


어쩌면

이모든 상황이

재앙이라고

부를지도 모를 세자르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 모든 것은 '네 것 그것도 내 것'이라는 마음을

품은 그 순간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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