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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큰 공식

영화 9 <테이큰 시리즈>

by 김진우




36도에 육박하는 찌는듯한 더위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로도

식힐 수 없는 이 열기.


어찌할까 하는 와중에

떠오른 액션 영화 한 편.



예전부터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도 미루었던

그 액션 명작 '테이큰'을 오늘에서야 보고 말았다.


테이큰은 2008년 1을 시작으로

2015년 테이큰 3까지 연작으로 이어졌다.

잘생기고 젊은 배우들이 출연하는 액션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는 할리우드에서 다 늙은 중년 아저씨가 나오는 영화라니. 하지만 이런 우려와는 달리 리암 니슨이 연기하는 테이큰의 주인공은 젊은 남자들 못지않게 멋있고 섹시하다. 007 시리즈마저 예전만큼 의 아성을 떨치지 못하고

더 이상 새로울게 없이 뻔한 스토리 전개와 지루하기만 한 액션 영화판에 그 뻔함으로 당당히 도전했고 승리를 거머쥔 테이큰 시리즈.


기존의 액션 영화들과는

다른 새로운 액션 바이블 <테이큰>만의

흥행공식이 있는 게 확실하다.





테이큰 공식.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테이큰1


5살 때 딸 킴이 말한 가수라는 꿈 아버지 브라이언(리암 니슨)은 아직까지도 잊지 않고 있다.

17살 생일선물로 가라오케 기계를 고르고 손수 포장하는 자상한 아버지 브라이언은

딸밖에 모르는 딸바보다.


하지만 그는 CIA 요원으로서, 정부에 충성을 다했을진몰라도 오랜 기간 아내를 외롭게 만들었다. 그의 아내는 돈 많은 새 남편과 딸 킴 셋이서 행복하게 새 삶을 살고 있다. 뒤늦게 가족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은 브라이언은 일을 그만두고 딸이 있는 LA로 이사 온다.




해마다 찍은 딸 킴의 생일 사진을 모아 두고

기억하는 아버지 브라이언.



이혼한 뒤 혼자서 사는 브라이언에겐 3명의 친구들이 있다. 맥주 좋아하게 생긴 이 아재들 역시

전 CIA 요원들이다. 주기적으로 만남을 가지며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는 그들. 은퇴 후에도 할리우드 스타들의 경호를 하며 먹고사는 그들은 브라이언에게 유명 여가수의 보디가드일을 제안한다.



일을 하는 와중에도 딸 생각이 나, 여가수에게

가수 지망생 딸을 위한 조언을 구한다.





"라즈베리 바나나 밀크셰이크 체리 듬뿍"



딸이 좋아하는 음료수를 미리 시켜놓은 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브라이언. 사실 딸은 파리 여행을 가고 싶었고, 미성년자에겐 부모님 양쪽으로부터의 동의가 필요해서 아빠를 만나려 한 것이었다. 단호하게 거절하는 아빠에게 서운한 킴은 울면서 카페를 뛰쳐나간다.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동의서를 작성한 채 다시

딸의 집을 찾는다. 뛸 듯이 기뻐하는 킴. 하지만 아빠는 여전히 마음이 불안하기만 하다.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파리 여행 첫날

딸은 괴한으로부터 납치당한다. 마지막 통화와 딸이 알려준 정황을 근거로 추적을 시작하는 브라이언.



녹슬지 않은 실력으로 무리 없이 딸을

납치한 괴한들을 추적해 제거해나가는 브라이언.

통쾌하기 그지없다. 고위인사들에게 성노리개로 팔려가는 딸을 가까스로 구해내고 무사히 귀국한다.



억만장자인 새아빠는 브라이언에게 고마움의 사례로 무엇을 갖고 싶냐고 묻는다.

브라이언은 "I've got everything in need"

"난 이미 모든 걸 가졌네"라고 답한다.



그에겐 딸이 이 세상 모든 것이고 온 우주였다.

그리고 테이큰은 브라이언이 얼마나 딸을 사랑하는 가를 충분히 절실하게 관객들에 전달한다.


비슷한 스토리의 한국영화 '아저씨'와 비교해본다면, 원빈이 어쩌다 만난 아이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버린다는 약간 억지스러운 전개보단 브라이언을 꿈틀 하게 한 복수심은 훨씬 더 자연스럽고 응당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만큼 필연적이었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행해진 복수는 정의로웠고 정당 한 것이었다. 가족을 지킨다는 당위성 아래 이유 있는 폭력과 살인은 무자 비하 다기보다는 무언가 더 와 닿는달까. 그래서 더 통쾌하고 누구보다 그를 응원하게 만든다. 모두의 아버지를 바라보고

응원하는 마음처럼 말이다.







테이큰2




알바니아 트로포쟈의 한마을

집단 장례식이 거행되고 있다.

죽은 형제들의 복수를 갚자는 그들은 다름 아닌 브라이언의 딸 과친구를 납치했던 인신매매범 일당들. 아들 마르코를 잃은 조직의 보스를 중심으로 조직원들은 브라이언이 경호업무차 이스탄불에 온 것을 틈타 납치 계획을 세운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관계는 바뀌어갔다.

애칭을 부르는 것조차 꺼렸던 전 아내 레노어도 이젠 살갑게 집에 초대해 와인을 권할 만큼 브라이언에게 마음을 열었고, 브라이언도 킴과 함께 이스탄불로 가족여행을 가자고 제안할 만큼 당당해졌다. 딸 킴도 이제는 성인이 되어 남자 친구와 동거를 하고, 아빠의 간섭을 못마땅해하기 시작한다.



안 올 것처럼 말하던 아내와 딸은 연락 없이 서프라이즈로 이스탄불 여행에 합류한다.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니

너무나 기쁜 브라이언, 하지만

행복한 순간도 잠시 그들을 노리는

알바니아 갱들이 본격적으로 달려들기 시작한다.



아내가 납치된 순간,

브라이언은 딸 킴에게

전화를 건다.



가만히 숨죽이고 피해있으라는 아빠의 말에

자기가 돕겠다면 적극적으로 나서는 딸 킴.

요원 못지않게 일을 훌륭하게 해내 무사히 아빠의 구출을 돕는다.


테이큰 2에서는 킴의 활약과

또 다른 아버지 갱스터 보스의 감정에 주목해야 한다.




죽인 아들의 얼굴 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브라이언에게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갱 보스.

그의 입장에서만 보자면 어느 날 갑자기 자식이 살해당한 어이없기만 한 상황. 아들이 인신매매를 하건, 사람을 죽였던지 간에 그에겐 아들의 죽음보다 더 중요한 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시작된 복수. 충분히 이해가 된다.



조직원들을 모두 소탕하고

최종적으로 보스와 마주한 순간

그 둘은 각자 자식들의 아버지로서 마주한다.

죽은 마르코의 아버지 조직보스 와

납치당한 딸을 구하기 위해 마르코를 죽인 브라이언.

" I am tired of it" "이제 이것도 지겹소"라고 말하며 피의 복수를 그만두자고 말하는 브라이언.

여기서 그만두면 살려주겠다고 제안하는 그에게 보스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바닥에 던져진 총

뒤돌아서는 브라이언

보스는 망설이지 않고

떨어진 총을 주워 방아쇠를 당긴다.

"딸깍"



빈총이었다.

브라이언은 눈물을 삼키며 보스를 때려죽인다.



그리고 미국 LA로 돌아와

다시 행복한 일상을

맞이하는 그들.


사실 테이큰 2는 테이크 1만큼 통쾌하진 않았다.

시리즈 1보다 나은 시리즈 2는 없다는 말처럼 처음의 신선한 충격보다 덜하다는 것 외에도, 완전한 악이 아닌 악을 처단하는 데에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납치된 딸을 구하려는 마음보다 죽은 아들을 위한 복수는 어쩌면 더 절실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스와 브라이언 역시 그랬을 터, 마지막 그 둘의 대화에서 엿볼 수 있듯이, 두 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총을 들었고 서로를 향해 쏘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더 신선하다. 편파적인 관점에서만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캐릭터들을 움직인다. 악인마저도 동정할 수 있게끔 만든 영화 테이큰 2였다.







테이큰3




다 큰 딸 선물로 아직도 판다 인형을 고르는 브라이언. 딸의 나이가 몇 살이 건 아빠에겐 그저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전 아내 레노어와의 사이 역시 부쩍 가까워졌다. 당신을 너무 그리워한다고 고백하는 레노어, 그리고 자기 역시 그렇다는 브라이언, 둘은 짧지만 달콤한 키스를 나눈다. 레노어가 끝이 보이는 새 남편과의 관계를 끊으면,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브라이언. 새 희망이 보이는듯하다. 우울해하는 레노어에게 집 키를 건네며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얼마든지 오라고 말한다.



딸 킴은 동거하는 남자 친구의 아이를 갖지만, 아버지에게 섣불리 말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어느 날 아침, 조깅을 마치고 받은 문자 한 통.

집에서 기다리겠다는 레노어의 문자였다. 빵집에서

베이글을 사고 설레는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지만 마주한 건 침대에 쓰러져있는 그녀의 시체.






그리고 슬픔을 채 느낄 겨를도 없이 들이닥친 경찰,

브라이언은 일단 달아나 이상황을 파악하려 한다.




CCTV와 자신을 뒤쫓는 적들을 역추적해

아내의 살인사건의 가담자를 찾아낸다.



그는 다름 아닌 아내의 새 남편 스튜어트,

러시아 조직과의 사업이 망해 빚을 지고 쫓기던 와중에 아내 레노어의 사망보험금을 노려, 빚을 갚으려 한 것. 더불어 러시아 조직이 아내를 죽인 것처럼 브라이언을 속여 어제의 동지 오늘의 적인 러시아 조직까지 일망타진하려 한 것이었다.



전세기를 타고 달아나려는 스튜어트를 가까스로 잡은 브라이언. 인질로 납치당한 딸을 구해냈다.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브라이언 일가. 킴은 딸을 낳으면 엄마의 이름을 지을 것이라고 하며 영화는 끝을 맞는다.


영화의 대사처럼 브라이언에겐 수많은 적이 있다.

가족을 지켜야만 했던 그에겐 불가피한 요소였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냉철한 판단과 강한 체력으로 가족을 지켜낸 그에게 적들이 있다는 게 뭐가 큰 대수일까. 브라이언에겐 아버지의 이름으로 지켜야 할 딸이 있고, 이혼하긴 했지만 여전히 그리운 아내 레노어가 있었다. 테이큰 1부터 3까지 이어진 한 아버지의 이야기, 막바지에 이르면서 첫판의 약발이 다 떨어져 가는 느낌은 뭔가 아쉽지만, 그래도 여전히 테이큰만의 견고한 기본 틀은 여전히 무너지지 않고 있었다.

바로 '아버지 이름으로' 행해진 모든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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