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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디 작은 희망일지라도

영화 10 <쉰들러 리스트>

by 김진우






“가령 쇠로 막은 방이

하나 있다고 하세.


창문이라곤 없고 절대 부술 수도 없어.


그 안엔 수많은 사람이

깊은 잠에 빠져 있어.

머지않아 숨이 막혀 죽겠지.


하나

혼수상태에서

죽는 것이니

죽음의 비애 같은 건 느끼지 못할 거야.


그런데 지금 자네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의식이 붙어 있는 몇몇이라도

깨운다고 하세.


그러면 이 불행한 몇몇에게

가망 없는 임종의 고통을 주게 되는데

자넨 그들에게 미안하지 않겠나?”



루쉰

1881-1936

<철방의 고사 중>











1939년 9월 독일은 폴란드군을 2주 만에 격파했다. 그리고 매일 만 명 이상의 유대인들을 카라 코프 지역으로 이주시켜 철저한 차별정책을 실시할 밑 작업을 진행한다.




그들이 떠난 집은 모두 독일인들의 차지.

바로 이곳에 오스카 쉰들러가 있었다.



40대의 중년 리암 니슨이 연기하는

오스카 쉰들러는 젠틀한 사교계의 황태자다.



특유의 유쾌함과 친화력으로 단숨에 독일 고위 장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오스카.


회계사 이자크 스턴과 마주앉은 오스카


쉰들러는

유대인은 사유재산 및 사업체를

더 이상 경영할 수없다는 약점을 이용해

유대인 회계사 이자크 스턴과

자본을 대줄 투자자들을 물색해

군수품 제작사업을 시작하려 한다.



유대인 일인당 임금은 5마르크

하지만 그 마저도 상부에서 임금지급을

관리하기 때문에 사실상 그들에게 지급되는

돈은 한 푼도 없다. 유대인들 중 쓸모가 없다고 여겨지는 이들은 트럭에 실려 어딘가로 보내 지기 때문에 오스카의 공장에서 무급일지라도 일할수 있는 기회는 곧 생존과 직결된 것이었다. 유대인 회계사 스턴은 서류를 대신 위조해줄 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서 직원들을 자신들만의 피신처 오스카 공장으로 데려오려 한다.




이미 사로잡은 독일 군간부들,

적극적으로 오스카의 사업을 돕는다.

날개 돋치듯 팔려나가는 군수용 그릇.

오스카는 이미 성공을 거머쥔듯하다.









그리고 그즈음 부임해오는

새 소위 아몬 괴트.

첫 장 면부터 드러나는

신경질적이고 괴팍한 그의 성격은

앞으로 벌어질 재앙들을

짐작하게끔 한다.





이 순간부터 영화의 흑과 백의 명백한

대비처럼 같은 상황에 너무나

다르게 대처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부임해온 첫날부터

온 군인들을 총동원해

집단 거주지역에 있던 유대인들을

마구잡이로 쏘아대며, 그들을

수용소로 몰아넣는다.



심심하면 총을 들고

그의 빌라 테라스에서 불특정 다수를

쏘아 죽이는 괴트, 닭 한 마리가 없어졌다는

이유로 방아쇠를 당긴다.





이 모든 재앙을 두 눈으로 목격한 오스카 쉰들러.

새로 부임한 괴트 소위와 새로운 동업자로서

파트너십을 맺지만 그뿐, 괴트와는 정반대의 삶을 살기로 결정한다. 아니 사실 영화 속엔 그가 어떤 결심을 맺은듯한 뚜렷한 계기는 없는듯하다.

오스카는 독일인 나치당원임에도 불구하고 본래 그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그는 사랑한다는 의미의 키스가 아닌 슬픔에 지친 이를 위한 위로의 키스를 할 줄 아는 남자였고, 자신의 생일파티에 노동자를 대표해온 유대인 여자아이의

생일 축하에 진정한 감사의 키스를 할 줄아는 휴머니스트였다.



갑자기 진행된 신체검사

그리고 검사에 떨어진 이들은 격리되어

기차에 실렸다. 그들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향하게 된 것이다. 찌는듯한 더위에 지친 유대인들

오스카는 이 모습을 그냥 지나 칠수가 없었다. 소방호스를 가지고와 직접 기차에 물을 쏘아 조금이라도 유대인들의 고통을 덜어주려 애쓴다.



처음 소방호스를 가지고 온다는 오스카의 말에

유대인들에게 희망을 주지 말라며 잔인한 사람이라고 비웃던 괴트와 다른 군장교들.

하지만 곧 그것이 유대인들을 진정으로 위함 이란 것을 깨닫곤 오스카를 법 위반죄로 신고한다.









시간은 흘러 독일군은 유대인들을

모두 처형시킬 마무리 단계를 진행하려 한다.

돈도 평생 벌만큼 많이 가지게 된 오스카.

남은 여생을 고향으로 돌아가 여유롭게 보내는 단꿈도 꾸어보았지만, 그에겐 혼자서 맞는 인생의 달콤함 보단 유대인들의 쓰고 진한 눈물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시작된 거래, 괴트 소위에게 1100명에 이르는 유대인들의 자유를 약속하고 엄청난 돈을 지불하기로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명단.

이른바 '쉰들러 리스트'

"The list is life."라고 말하는

회계사 스턴.



쉰들러 리스트에 오른 유대인들은 남녀 각각 다른

기차에 나누어 타 쉰들러가 계약한 멀리 떨어진 다른 공장으로 향하기로 되어있었다. 남자들 이탄 기차는 무사히 도착했으나, 여자들 이탄 기차는 어쩐 일인지 며칠이 지나도 도착하지 않는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향한 것이다.



다시 한 번 전 재산을 털어

그들을 구해내려는 오스카.

똑같은 숫자의 유대인들을 새로 보내주겠다는

독일 장교의 말에 "난 나의 사람들을 원합니다."라고 대답하는 오스카.

다시 한 번 쉰들러 리스트가 작성된다.



다시 한 번 오스카 공장에 모인

1100명에 이르는 유대인들.

그의 공장은 무려 7개월간이나

생산이 없었다. 그리고 발표된

독일의 항복 선언.



오늘 밤 자정을 기점으로

도망자 신세가 된 오스카.

그에게 고맙다며 일일이 감사의 뜻을

담은 편지를 쓴 직원들.

"한 사람을 구한다는 것은

세상을 구한다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새긴

금반지를 제작해 오스카에게 선물로 준다.



쉰들러는 한 명이라도

더 살리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는 죄책감에 울부짖는다.

그리고 그의 아내와 함께 쓸쓸히 그의 공장을 떠난다.








“그래도 기왕 몇몇이라도

깨어났다면 철방을 부술 희망이

절대 없다고 할 수야 없겠지.”





앞의 철방의 고사를 예시로든 루쉰의 질문에

약간의 희망이라도 있다면 그 희망의씨앗을 정성껏 키워보아야 한다고 그의 친구는 답한다.


'희망'이라는 단어가 화두에 오르면 늘 먼저 떠오르는 이야기이다. 유대인은 사람이 아니며 개돼지만 못하다고 여겼던 독일인들, 더위에 지친 유대인들에게 시원한 물줄기는 무의미한 것이라 말하고 닭장의 닭 한 마리보다 못한 목숨이라는 여기는 지독히 이기적이고 우월주의적인 나치즘 속에도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비치고 있었다.


사실 오스카 쉰들러는 어떤 실낱같은 희망을 굳건히 믿었다기보단, 너무나 자연스럽게 닥친 상황들에 하나하나 '쉰들러'스럽게 대처했다.

작디작은 희망은 서서히 현실이 되었고, 오스카는 온 정성으로 그 작은 기적을 품었다. 그 과정 중에 자신의 휴머니즘이 자연스럽게 베어 나왔고, 사람들을 물들였다. 오스카의 인정과 사랑은 범인류적일 뿐만 아니라 신성하기까지 하다. 마지막 순간까지 더 많은 생명을 구하지 못함을 자책하는 모습은 성인(圣人)의 경지에 이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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