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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영 Jan 16. 2023

책으로 공부하는 또다른 방법

책의 몸을 즐기는 법

학창 시절 16년을 지나왔지만 나보다 잠을 많이 자는 친구는 보지 못했다. 수업 중에도 졸음을 참느라 힘들었고 점심시간을 비롯하여 거의 모든 쉬는 시간에 잠을 자야 그나마 수업시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 학교 책상에서 잠을 자려면 책베개가 필수로,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마자 교과서 대여섯 권 정도를 포개어 놓고 엎드려 잤다. 


그 시절의 교과서는 요즘의 종이와 재질이 달라서 폭신했다. 침대와 더불어 베개도 과학이라면, 교과서야말로 꿀잠을 약속하는 최고의 과학적 쿠션감을 가지고 있었다. 내지가 비도공지라, 그램수에 비해 두께가 두터웠다. 교과서의 표면은 코팅이 없어 얼굴의 수분이나 유분을 적절히 흡수하여 잠에서 바로 깨어 수업에 들어가더라도, 잠을 잔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사람마다 앉은 키가 다르고 수면에서 원하는 배게의 높이도 다르다. 책은 적절히 두꺼운 것과 얇은 것이 섞여 있기에 그날의 컨디션이나 개인의 신체조건에 따라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 굿디자인 상이라도 주고싶을 정도다.


다들 책을 베개 삼아 자던 추억이 있는지 한때 알라딘에서 책베개 굿즈가 나온 적이 있었다. A4크기 남짓한 크기로 무진기행과 카프카의 밤 등의 표지가 인쇄된 사각형의 쿠션이었다. 나도 굿즈가 나오자마자 책과 함께 주문했다. 추억에 젖어 설레는 마음으로 푹신한 알라딘 책베개에 엎드려 낮잠을 시도했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다. 볼때기가 묻힐 정도로 푹신한 쿠션은 낯설고 불편했다.


 ‘공부를 해야 하지만 잠시 눈을 붙이는 것’을 이해하는 베개여야 했다. 

그래서 너무 푹신하면 안 되는 것이다. 수행자의 잠자리가 편안해서는 안되는 것처럼. 



수험생의 진정한 배개는 역시 종이책이다. 덤으로 시험 기간에 책을 배고 자면 책 내용이 머릿속으로 전이된다. 내가 그렇게 엎드려 자고도 찍기를 잘해 나름의 성공을 거둔 것을 보면은 아주 거짓말은  아니다. 한편으로 책이 주는 안도감으로 최소의 시간에 최고의 성공적인 낮잠으로 빠져들 수 있었기에 가장 효율적인 시간 사용을 한 것은 아닐까. 




층층이 쌓인 페이지들의 공간사이를 꿈속에서 거닐며 단어들을 쓰다듬는 상상을 하면 거침없이 잠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으리라. 요즘의 불면으로 자주 애용하는 유튜브 '요가소년의 요가 니드라'도 필요없던 시절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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