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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림 Feb 18. 2022

미라클 모닝 나도 한번 해볼까

6시 기상 1주일 차의 짧은 후기

사람을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 두 부류로 나눈다면 나는 전적으로 후자에 속한다며 생각하고 살았다. 그야 아침잠은 항상 달콤했고, 전기장판의 회유에 넘어가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런 내가 미라클 모닝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요즘 내 일상이 영 엉망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온라인 세상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항상 시간보다 중요한 자원은 없다고 강조하던데. 나는 그걸 낭비하고 있고, 시간이 무한대로 나오는 항아리를 가진 억만장자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약간의 변화가 필요했다.


'3월부터 할까.'

'다음 주 월요일부터 할까.'


고민하다가 다 필요 없고 당장 내일부터 하기로 했다. 미라클 모닝 1주일 차의 짧은 후기를 남겨본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피곤하긴 하다. 확실한 건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하루를 길게 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삶에 대해 인지하고 시간이 쓰는 일이 늘어났다.  







1일 차 : 일어나긴 했다.


망했다.

분명 10시 30분에 모든 잘 준비를 마치고 누웠는데 잠들지 못했다. 지금 시간은 새벽 2시. 6시에 알람을 맞췄으니 바로 잠들어도 겨우 4시간을 자고 일어나야 한다. 그놈의 미라클 모닝인지 뭔지.


'미라클 모닝이 도대체 뭐길래 다들 난리야?'


이렇게 이른 시간에 알람을 맞춘 게 언제였을까. 아마 다음날 일찍 여행을 떠나거나 중요한 일정이 있었던 날로 기억한다. 아무런 일정이 없는데 나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알람을 맞춘다는 것이 새삼 어색하게 느껴졌다.


애매한 화요일의 2월 15일. 그래 내일부터 기적을 일으켜야 하는데. 도대체 왜 잠이 안 오는 거야.


**


"♩♪♬♬"


알람이 울렸다. 6시에 눈을 뜨긴 했다. 근데 다시 잠들었다.

30분 뒤에 다시 벨소리가 울렸다. 이번엔 전화였다.


"일어났어?"

"으어.. 잠들었다."

"너 오늘부터 미라클인가 뭔가 한다며. 그럼 그렇구먼."


엄마의 목소리에 순간 잠이 확 달아났다. 급하게 시계를 확인하니 6시 34분이었다. 전날 일찍 일어날 거라고 으름장을 놓아둔 덕에 엄마가 확인 전화를 해주었다. 이래서 사람은 뭔가 일을 벌이려면 소문을 내야 하나? 오늘은 엄마의 전화 덕분에 일어났다.


우선 일어났다.

그걸로 충분한 1일 차였다.


오늘 아침에 한 일. (2022년 2월 15일, 눈이 솔솔 내렸다.☃️�)

> 일간 이슬아 보기

> 따뜻한 물 마시기

> 스트레칭하기

> 아침 산책하기(1시간) + 짧은 러닝

> 아침밥 먹기






2일 차 : 첫날보단 괜찮네?


는 개뿔.

6시에 알람을 듣고 다시 잠들었다.


아침마다 처음 울리는 알람은 나에게 항상 모르는 척 당한다. 무시할 걸 알면서도 열심히 알람은 맞춘다. 26년쯤 그렇게 살아왔다. 어제와 다른 점이 있다면 6시 20분에 스스로 잠에서 깼다. 그도 그럴 것이, 어제 10시도 안 된 시간에 잠들어서 지금 일어나도 넉넉하게 8시간의 숙면은 취한 것이다.


'나도 양심이 있으니까 이만 일어날까?'


**


일어나서 기지개를 켰다. 읏차. 오른쪽 어깨, 왼쪽 어깨를 꼼꼼하게 스트레칭해줬다. 간밤에 잠들어있던 팔다리를 하나씩 움직여 깨워줬다. 눈 뜨자마자 핸드폰 하던 때와는 다르게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따뜻한 차를 마셔야지. 전기포트에 물을 담아 올렸다. 보글보글.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새로운 책을 읽었다. 북클럽에 참여했던 곳에서 보내준 것이었다. 아는 작가가 한 명 더 생기다니. 신기하다. 산책을 갈까 하다가 너무 추워서 집 근처 슈퍼에 장을 보러 가기로 했다.


이 페이지만 마저 읽고 다녀와야지. 두유와 샌드위치를 사 와야겠다.


오늘 아침에 한 일. (2022년 2월 16일, 영하 8도 춥다!)

> 스트레칭하기

> 따뜻한 물 마시기

> '로컬 브랜드 리뷰 2022' 읽기

> 일간 이슬아 보기

> 장보기

> 아침밥(샌드위치) 먹기






3일 차 : 작심삼일은 면했다!


6시에 일어났다. 정확히는 6시 9분. 첫 번째 알람에 벌떡 일어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단잠을 깨기 위해 세수를 하고, 스트레칭을 하고, 물을 마셨다. 하루를 살아갈 준비가 어느 정도 갖춰졌다. 오늘은 산책을 나가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침대 아래 꽁꽁 숨겨놨던 리빙박스를 꺼냈다. 2년에 한 번, 1년에 한 번씩 이사를 위해 이 박스를 꺼낼 때면 지난 시간 동안 내가 얼마나 짐을 늘리며 살았는지 여실히 실감하게 된다.


자, 짐을 좀 싸 볼까. 오늘은 장롱 하나만 조져볼 생각이다. 옷이 적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반절도 채 넣지 않았는데 박스 하나가 꽉 들어갔다. 중간중간 옷장 구석에서 오래전에 구매한 맨투맨이나 이제는 잘 입지 않는 바지 같은 것들이 드러났다.


'1년 동안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도 있네.'


유행이 변한 것인지,  취향이 달라진 건지는 모를 일이지만  몸뚱이 하나에 너무 많은 옷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기간 동안의 옷만 남겨두고 지퍼를 닫았다.  많던 옷이 박스 2개로 정리되었다.


오늘 아침에 한 일. (2022년 2월 17일, 공기는 춥지만 햇살은 따뜻!)

> 스트레칭하기

> 따뜻한 물 마시기

> 일간 이슬아 보기

> 이삿짐 정리하기

> 아침밥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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