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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에 기대어

詩의 뜰-3

by 이종희


풀꽃에 기대어

-이종희


들녘에는

뿌리에 달라붙은

질긴 그늘이 있습니다


양지를 모른 채

겨우겨우 살아낸

어두운 향기가 있습니다


새벽 찬 공기를 마시며

가난에 짓눌린 줄기를 세우고도

작은 바람에 파리해져

금세 마음을 닫고 마는

여린 꽃잎이 있습니다


가장 예쁘게 피어나

남부러운 시선을 받고도

제자리걸음으로 살아가는

바보 같은 그림자가 있습니다


숱한 방황의 날들을 꺾어내며

마침내 질긴 그늘을 밀어내


누군가의 처진 어깨를 토닥이는,


하늘빛 꽃이 되지 못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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