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년 전 사진을 보며
새 컴퓨터로 이삿짐을 싸다가
스무 해 전 여름이 담긴 폴더를 열었다.
화면 속엔
고사리손들이 몽돌 사이 고둥을 줍고 있고
파도 소리보다 더 크게 웃던 아이들 뒤로
이제는 희미해진 고향 바다가 출렁인다.
반듯하게 펴진 아스팔트 길 아래
나의 구불구불한 유년은 낮게 잦아들었다.
흙먼지 풀풀 나던 산길은 덤불에 덮이고
숨을 고르며 바다를 내려다보던 언덕은
차가운 방파제 너머 깊은 물속에 잠겼다.
편리라는 이름으로 닦인 반듯한 길 위에서
나는 자꾸만 발이 미끄러진다.
세련된 새것들이 온기를 대신하는 동안
그 시절의 느슨한 곡선들이
아득한 시간 속으로 나를 부르고
걸음은 여전히 그곳에 남아서
다시는 갈 수 없는 풍경 속을 헤맨다.
그리움은 덮어둘수록 단단한 두께로 남는 것일까.
오늘도 내 마음 한구석에 묵직한 길 하나를 낸다.
현재의 고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