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2
[알고리즘과 인공지능]
언젠가부터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내가 평소 좋아하는 사진이나 글들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세상은 내 취향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환호하고 있을 때, 곁에서 지켜보던 딸애가 약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황당한 알고리즘의 실체를 풀어주었다.
내가 검색한 장면들을 들여다본 순간, 나는 투명하게 노출되고, 그 노출은 알고리즘의 저인망 그물에 걸려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상공간 속 내 정서는 보기 좋게 움집하여, 내가 일부러 상반된 사고를 검색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열린 알고리즘에 갇혀 편식의 늪에 풍덩 빠질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수시로 나에게 접근한 무력증이 나를 붙잡고 어떤 구렁텅이로 끌고 갈 때면, 애써 고개 흔들어, "너는 직진해, 나는 지금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 지 찾아볼 게, " 이런 두 개의 자아가 충돌하는데, 타협 점을 찾기 위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유튜브에 접속하곤 했다.
내 방에는 항상 연두가, 눈물이, 웃음이, 해학이, 연민이, 감동이...... 그리고 나만의 색깔이 점철되어 나를 반갑게 마중했다. 그때 나는 보기 좋게 나열된 메뉴판을 손가락으로 눌러가며, 그날그날 당기는 구미에 따라 꺼내 먹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가끔은 “이건 아니야!”라고 소리치며 뒤도 안 돌아보고 뛰쳐나올 때도 있고, 호기심이 너무 팽창해서 끊임없이 주위를 기웃거릴 때도 있다. 어쩌면 내 마음을 이렇게 잘 알고 있을까, 감동하여 반복적으로 들여다보기도 하고, 아주 드물게는 내 관심에서 벗어난 단어를 골라 검색해 보기도 했다.
그날은 하도 어처구니없는 뉴스를 시청하다가 내가 평소 찾지 않는 색깔을 검색하게 되었다. 말 그대로 온통 원색이었다. 너무 극렬해서 말문이 막혔다. 그렇게 클릭 몇 번을 더하고 나왔을 뿐인데, 이튿날 내 방은 온통 뜨거운 색으로 인테리어가 되어있었다.
지금 당장 현 시국에서 일어난 일만 보더라도 그렇다. 자기 중심적으로 열린 색깔에 갇혀서, 더 자극적인 흑색 정보를 풀어 주머니를 채우려고 하는, 일부 유튜버의 실체를 까맣게 모른 채, 그들의 고성을 맹신하며, 점점 병들어가는 사람들로 아득하다. 그 바이러스는 자가면역 치료 외에 백신도 없고 약도 없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하지 않는 귀차니즘과 고정관념에 저당 잡힌 여지를 조금이라도 들킬라치면, 그 바이러스는 더욱 맹렬하게 확산되는데, 애석하게도 감염 양성자는 자신의 상태를 인지 못한 채, 마치 정의의 사도라도 되는 양 고통 속을 유영한다
언젠가 오프라인에서 급변한 세상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가, 다른 생각이 입은 갑옷을 한탄하며 내 생각을 꺼내기를 주저한 적이 있다. 그는 너무 진지하게 "세상이 아무리 급하게 돌아간다고 해도 느끼지 못해요. 예전과 똑같이 밥 먹고 숨 쉬고 있어요. 굳이 복잡한 AI는 알고 싶지 않고, AI가 아무리 잘났다고 해도 나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겁니다."
겉으로 보기엔 너무 그럴듯한 말씀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인지하지 못해서 그렇지, 이미 우리 삶 깊숙이 인공지능은 파고들었다. 예전에는 포토샾을 배워야 사진 편집을 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휴대폰 갤러리방에서 클릭 두 번만 하면 없애고 싶은 사물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그때 처음으로 나는 내 사진 편집 기술에 절망했다. 대형 포털 사이트나 어플에서 제공한 맞춤법 검사기는 또 어떠한가.
그런데 인공지능의 대부로 불리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제프리 힌턴은, AI의 위험성에 대해 심각하게 경고하며, 기술 변화 속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고 했다. 그리고 향후 30년 이내에 AI로 인해 인류가 멸종할 가능성이 10~20%에 이른다고 진단했다.
내 조카는 작년에 수도권 상위 대학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하고도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할 수 없었다. 최근에서야 아는 사람 소개로 겨우 첫 직장에 들어갔는데, 같이 졸업한 친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모조리 AI가 잠식하고 있고, AI가 할 수 없는 일은 사람이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해외 기종 웹 개발을 하는 아들은 아예 쳇 GPT를 켜놓고 일을 하는데, 불필요하게 낭비할 시간을 확실하게 줄여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 변화의 속도를 잘 따라가려면 AI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사람들이 축적해 두었던 수많은 데이터가 인공지능으로 넘어가서 그 인공지능에게 말만 하면 알아서 척척 결과물을 가져온 만큼, 사람은 너무 편하게 되었는데, 그 편리함이 사고의 근육을 사라지게 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이런 현실을 아무리 부정해도 30년 후에는 암을 정복하는 알약을 AI가 만들어낼 수 있다는 예측이 사람으로부터 흘러나왔다.
지난날 보았던 공상 과학 영화가 현실이 되는 가운데,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고 해도 그렇게 걱정하거나 두려워할 일도 아닌 것 같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데이터를 통한 모방 집약 채라면, 사람은 끊임없이 창의를 꿈꾸며, 가보지 못한 길을 향해 걸어갈 테니까. 그리고 사물이 사람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는 모습을, 인류는 원하지 않을 거니까.
가끔 나는 엉뚱한 상상을 한다.
지구의 멸망을 대비해 우주를 개척하는 것이 빠를까?
인공지능을 활용해 지구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빠를까?
내가 알지 못한 곳에서 사람은 끊임없이 윤회를 하고, 다른 어떤 세계에 도착하여 영생을 누리기도 한다는데, 나는 이생에서 끝없이 생성되는 두려움과 맞서 살다가, 가끔 아름다운 슬픔을 만나는 것으로 만족하며, 주어진 나의 배터리가 모두 소진되는 날, 우주의 티끌로 영영 소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