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뜰-20
-이종희
다시 피려는 꽃잎에
인연의 실마리는 늘 더디게 걸어왔다
공을 들여 가꾼 다정이 말라갈 때
어떤 이는 침묵의 뒤란으로 시들어 가고
어떤 이는 포개지지 않는 이유를 꺼냈다
아무리 향기롭던 사랑도
만개한 무심 앞에선 짓무른 꽃잎이다
세월의 정맥을 타고
소박한 흙의 기억을 지운 토분은
피고 지는 보랏빛 권태를 아쉬워하며
하루하루 싱그러운 내면에 목말라했다
서운한 싹이 돋은 틈새를 뒤적이고
고독의 뿌리가 내린 시간을 꺾는 사이
바이올렛은 저 홀로 햇살을 찾아냈을까
저물던 그녀의 표정에 봄이 피었다
이 시는 오래된 관계, 변해가는 감정, 사랑의 권태와 희망을 바이올렛과 토분(화분)의 이미지로 은유한 작품입니다. 정성 들여 가꾼 사이도 점차 시들어가고, 때로는 침묵이나 서운함이 자리 잡지만, 바이올렛(변치 않는 마음의 상징)이 결국 끝내 햇살을 찾아 피어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토분의 소박한 역사와 피고 지는 꽃, 권태의 반복 속에서도 삶과 사랑은 계속 싹트며, 마지막엔 다시 희망(봄)과 생기가 얼굴에 피어난다는 의미로 마무리됩니다.
#현대시#바이올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