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뜰-21
-이종희
땅속 깊은 곳에서
뿌리는 하나로 영글지만
너와 나는 엇갈린 운명이다
우리는 일생을
피어나기 위해 시들어야 하고
시들기 위해 피어나지만
꽃이어도 좋았고
잎이어도 좋았다
꽃잎 벙근 자리는
겹치지 않는 그림자처럼
낙화의 시간을 모르기에
너무 진한 향기는
수혈하지 않았다
아득한 지상과 하늘에서
우리는 별이 아닌 빛으로
만날 수 있을까
마른 들풀을 향해
걸어가야 하는
위화(違和) 시간을 위해
네가 가만 손 내밀어
다가올 때까지
나는 한 떨기 사랑으로
피어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