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NOV. 2017 | 고맙습니다
여기 시간 기준으로 이틀 뒤면
제가 세상에 나온 날입니다.
두 분 덕분에 이렇게 시간도 위치도 정반대인
지구 남반구에 와있네요.
크면서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무사히 자라서 이렇게 여행도 다니네요.
이 곳 저곳 나눔을 다니면서
아이들부터 나이 많은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보고 만나보니
그동안 제가 자라며 경험한 것들이
살아가는데 쉽게 흔들리지 않는 힘이 된다는 걸,
그리고 우리 가족은 참 잘 견디며 단단해졌단 걸,
많이 느꼈습니다.
크게 흔들리게 되었을 때도
무너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버티게 된 것 또한
두 분이 있다는 것 때문이었어요.
두 분의 존재가,
그리고 친구 같은 동생까지도
가족이 큰 힘이 된다는 걸 다시 되새깁니다.
제가 하나하나 선택한 길들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그저 아무 말 없이 계신 것이
좋으면서도 때때론 서운하기도 했어요.
아마도 두 분 말을 안 듣는
고집 센 제 성격도 한몫했겠죠.
못미덮고 속상하고 맘에 안 들어도
덮어두고 우선은 믿어주셔서,
길을 돌아가게 되더라도 기다려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아빠랑은 정말 많이 투닥거렸고
그 옆에서 엄마는 중재하시느라
두 분 속 편하신 날이 얼마 없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나아지리라 장담할 수 없어서,
너무 죄송해요.
이런 말도 대놓고 하는 참.. 너무 솔직한 딸내미라.. 쓰읍..
산티아고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쓰는 글이라
글 쓰면서 심취한 나머지 훌쩍이는 바람에
옆에 있는 칠레 남자가 힐끔거리네요.
두 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습관적으로 엄마를 항상 먼저 적어서
아빠를 먼저 적어봤어요.
엄마 섭섭해하지 말아요~
부모님께는 너무 딱딱해서 쓰기 싫고..
동시에 나란히 적을 방법은 왜 없지..? 크으~
더 이상 훌쩍이면 안 될 것 같아서
여기서 살포시 덮겠습니다.
이 글은 제 때 무사히 전달되려나요..
가족방에서 대답 없는 동생님~
잘 좀 부탁드립니다.
또 아나? 누나가 밥 여러 끼 살지도..
P.S..
이 글은 인터넷 사정으로 이틀은 늦었지만 용기 있게 부모님께 전달되었습니다.
여전히 동생은 아무런 말이 없었답니다.
무심한 넘..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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