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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ERIN Jan 12. 2017

쉬운 하루

B#5.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by '광수생각'의 박광수


웹툰을 생각하며 쉽게~ 집어 들었던 책이었는데

시도 있고, 사연이 있는 단편들도 담겨 있었다.


빠르게 읽을 거라 생각하고 집었던 책인데

이 책도 다른 책들이 밀려 조금 읽다 말고 뒤에 다시 좀 읽다 말고..

첨부터 쉬운 책이야 라고 너무 아니하게 생각했었나 보다.

(작가님께 죄송합니다.. 흡!)


여태껏 광수생각이 그냥 가벼운 웹툰은 아녔듯이..

모니터가 아닌 책으로 보는 글들은 좀 더 긴 호흡이 필요하다 해야 할까.


가끔은 흐림_일상의 그런 그런 날 들의 이야기,
비 온 뒤의 무지개_이제는 행복해질 것 같은 기대 가득한 날들,
안개주의보_살아가면서 겪고 싶지 않은 차갑고 외로운 이야기,
오늘은 맑음_언제나 이대로이길 바라는 날들.


네 개의 카테고리 속에 작가 광수의 생각이 담겨 있다.


책을 읽으면서 맘에 드는 글들을 북마크 했었는데 되돌아보니 유독 행복에 관한 글에 집중되어 있었다.


나의 행복과 소중한 사람들의 행복.

남들이 말하는 행복을 좇는 게 아닌 나를 위한 나의 행복을 찾아야겠다는 다짐.

행복에 대해 더 목마름을 느끼고 더 집착하게 되었다.


무심코 읽어 내려가다 책장을 넘기는 손을 자주, 멈칫하게 만들었던 쉽지 않은 하루 이야기.




4_

"형, 우리 엄마도 병원에서 치매 판정을 받으셨어."

친한 동생이 어두운 표정으로 고백하듯이 내게 말했고,

그 말을 들은 나는 잠시 병원에 계신 엄마를 떠올렸다.

"이제 엄마와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어. 그래야 후회가 덜 될 거야."

내 말에 후배가 결의에 찬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 엄마를 위해 그래야겠어."

후배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의 말을 정정했다.


"아니, 너의 엄마를 위해서가 아니고 너를 위해서야."


7_

좋았던 날도

힘들었던 날도

결국 지나간다.


좋았던 날을 붙잡을 수 없듯이

힘들었던 날도 나를 붙잡을 수 없다.


좋았던 날, 힘들었던 날,

모두 어제이다. 오늘이 지나가면

난 내일 안에 서 있을 것이다.


좋았던 날이거나

힘들었던 날이거나

과거에 서 있지 마라.


18_

인간의 삶에서

해탈을 했다는 부처마저도

삶은 고난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그런 삶을

누군가는 견디면서 산다.

그런 삶을 누군가는 즐기면서 산다.

대부분의 비슷한 삶을 짊어지고

어떤 이는 견디면서 살고

어떤 이는 즐기면서 산다.


즐길 것인지, 견딜 것인지

모든 것은 각자의 몫이다.


49_

마음이 떠나면 1만 남는다.


내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그 사람의 1.


62_

행복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나의 것'아디.

행복은 개별적인 감정이고

그 개별적인 감정을 누군가와 나누면서

잠시 잠깐 '우리의 행복'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행복의 본질은 개인의 것이다.

그래서 한 가정을 이루는 구성원을 살펴본다면

남편의 행복, 아이의 행복, 본인의 행복이 각기 다 개별적인 행복인 것이다.


(중략)


'네가 행복해서 나도 행복해'라는 감정은 잘못된 감정이다.

내가 아는 행복은 '내가 이렇게 해서 너의 이런 모습을 보니

내가 행복해'가 맞는 감정이다. 행복 안에 '우리'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더 바람직한 행복은, 행복한 남편과 행복한 아내와

그리고 행복한 아이가 한집에 모여사는 모습이 아닐까?


우리는 이제 각각의 행복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배워 나가야 한다.

(중략)


행복의 빛깔은 다 다른 것이다.

각자가 모두 행복할 수 있도록 서로를 돕고,

본인 스스로는 자신의 행복을 늘려 나가며

자신의 행복에 최대한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들은 행복하고자 살면서도

자신의 행복을 고민하지 않으며 살고 있다.


76_

늦은 밤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는 익숙한 골목길을 걷다 멈춰 섰다.

내 발걸음을 멈춰 세운 것은 골목길을 가득 채운 꽃향기였다.

매번 다니던 길이었는데 나는 그 길에서 꽃나무를 본 기억이 없었다.

꽃향기의 진원지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골목 안쪽 담벼락에 기대어 화사하게 핀 꽃나무를 발견했다.

바삐 걸어가던 내게 향기로 말을 건네던 나무.

나무를 바라보며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의 바쁜 발걸음을 요란한 소리나

커다란 손짓으로 멈추게 하지 않고

자신의 향기로 멈추게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 나의 쉽지 않았던 하루들 ㅡ


여느 하루_

어렸을 땐 마냥.. 신나는 하루였다.

숙제랑 시험만 없음 종일 뛰어노는, 비교적 공부에 대한 압박이 덜한 편이었고

그래서 더 많은 걸 해볼 수 있었다.

ㅡ 아빠 엄마 고맙습니다..


비교적 그 나이 또래가 고민하게 되는 그런 힘듦은 없었는데..

예상치 못한, 아주 이른 현실적 문제가 눈 앞에 왔을 땐,

난 왜 달라.. 를 고민하며 안 그래도 힘드신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었더랬다.


이젠 그 경험이 현실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생각이 드는 것처럼..

매일매일 순간을 생각하면 쉽게 지나가는 게 없다 여겨지는데

또 지나고 나면.. 그나마 쉽게 지나간 거 같단 생각이 든다.


여느 이틀_

원치 않은 현실에 몸소 부딪쳤고 보내는 시간 동안 곁에 있는 친구들이 떠날까 봐 너무나 간절했는데

이젠 만날 수 없는, 먼 기억 속의 머나먼 사람들이 되었다.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나와 단짝이었던 Y는 여전히 쿨한 매력을 간직하고 있을까?

망가진 신발을 돌려받고 연락이 끊긴 B는 여전히 매력적일까?

버스 밖으로 나를 부르는 게 창피해서 소리 질렀던 S는 여전히 오지랖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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