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9. 흐느끼는 낙타 by 싼마오
산문집.
중간중간 읽기 힘든 순간도 있었다.
친구를 통해 우연찮게 접한 책이었는데 마지막을 향해 갈수록 내 맘에 훅 파고들었다.
한 챕터를 통째로 옮겨 적을 만큼.
처음엔 작가가 언제 때 사람인지, 언제 이 책을 썼는지 알지도 못한 채 읽어갔다.
뭘 읽을까 고민하던 차에 접한 책이라 바로 읽어 내려갔는 데는
중간쯤이 돼서야 엄청난, 오래전 이야기란 걸 알았다.
근래의 일이었다면 격분해서 책을 던져 버렸을지도..
처음에 등장하는 사막 도시에서의 생활 이야기는 정말 매력적이다.
동경하지만 쉽게 결정하지 못할, 여행도 가장 마지막 리스트로 잡아둔 곳이 사막이기도 하다.
그곳에 가면 금방이라도 숨이 막히고 내가 타버릴 것 같아서.
그런 내게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게 만든 작가가 너무 멋있다.
중간에 노예와 군인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물론 작가가 노예를 부리는 건 절대 아니다.
되려 그런 사람들을 경멸하고 비난했고,
너무 친절을 베푼 나머지 그 노예가 팔려가게 돼버렸다.
여기서부터 이후 군인 이야기,
점령국인 스페인과 점령지인 서사하라 지역 주민의 싸움이 지나가기까지
읽어가는 데 조금 힘이 들었었더랬다.
지금은 맘이 아프거나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감당하기가 버거워서, 쳐다보기 싫어서였던 것 같다.
작가의 이야기는 스페인 남편 호세와의 결혼 생활 이야기로 시작되어
함께 사는 이주민과 원래 살던 동네 주민 이야기들,
다른 나라서 이주해 온 늙은 노인 이야기까지 다양한 얘기들이 담겨 있다.
착 감기는 작가의 필체가 너무 좋았고, 작가의 삶의 자세나 행동, 방식들이 너무나 맘에 들었다.
실제로 내가 작가를 알았더라면 언니 사랑한다고 외쳤을지도!
나랑 친구 해달라고 매달렸을 것 같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지막 챕터, 여러 번 읽게 되고 통째로 옮겨 적게 된 '털보와 나' 이야기는 내가 생각하는 두 사람의 삶을 그대로 옮겨 적어 놓은 것 같아서! 그래서 혹 했던 것 같다.
책을 마치고 작가가 쓴 작가의 말에서는 예상외의 모습이 나타나서 내가 보듬어주고 싶단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작가처럼 살 수 있을까?
내가 바라던 삶..
사막에서의 삶을 바라는 게 아니라 작가처럼 진정한 내 자유를 느끼며 사는 삶.
함께 하는 이의 자유를 존중해주고 서로 공유하며 사랑할 수 있는 삶.
P.S.. 책 제목을 '흐느끼는 낙타'라고 했을까..
책 제목을 결정하신 작가의 부모님은 작가가 힘들었다 생각 하신걸까..
슬픈 순간이 있기도 해지만 분명 즐거운 순간도 있었는데..
꿈속의 밭
ㅡ 싼마오 작사 / 치위 노래
모든 이의 마음속엔
한 조각 밭이 있어
모든 이의 마음속엔
한 조각 꿈도 있지
한 알 한 알의 씨앗들이
내 마음속 한 조각 밭이지
거기에 무엇을 심을까
복숭아도 심고 배나무도 심고
봄바람도 심어야지
배꽃이 활짝 피면 봄이 오겠지
이것이 내 마음속 한 조각 밭
내 마음속 한 조각 깨지 않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