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ack Box | NOV 20. 2015
대단한 글솜씨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어디든, 끄적이는 걸 좋아해서 시작했었다.
고등학생 때까진 뭔가 그리고 쓰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싫었다기보다 하얀 종이에 내가 펜을 대는 순간 망쳐버릴 거 같아 겁이 났다. 한창 다이어리를 꾸미는 게 유행할 때도 예쁜 속지를 망칠까 봐 곱게 꽂아만 둔 적도 있었더랬다.
「망치는 걸 겁내 했을까..? 바보같이..」
대학을 가고 혼자 노는 법(?)에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레 끄적이는 재미를 알게 됐다.
펜과 쓸 수 있는 무언가만 있다면..
꼬물꼬물, 찌ㅡ익
알 수 없는 기하학적인 도형들과
뭐래는지 남들은 읽을 수 없는 꼬불랑 글씨들을 이 곳 저 곳에 남겼었다.
쓰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때로는 복잡한 마음이 정리가 되기도 했다.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하다가도
무지 노트에 한 시간이고 낙서를 하기도 했고 집에 오면 일기장으로 산 만년 노트에도 주절주절 끄적였었다.
이런 끄적임이 블로그를 할 땐 나름..
도움이 되는 점이 있었다.
블로그나 싸이월드를 통해 나의 대부분을 기록했고 대부분의 시간을 상자에 쏟았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 모든 것에 대한 열정이 한순간 사라져버렸다.
그러곤 다시 예전처럼 펜을 들고 끄적이기 시작했다.
블로그 대신 만년 노트에 조잘 됐고
남자친구한테 보내는 편지에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다 쏟아냈다.
블로그를 닫은지 몇 년이 지났지만..
이전과 같은 열정과 호기심은 아닌데..
미련.. 이랄까..
「그래도 여기에 나의 시간이 있있었으니까..」
아직까진 일기장이 더 좋고 낙서하기 좋은 드로잉 노트가 더 맘에 든다. 내 손으로 직접 다양하고 오묘한 색상들로 빈 종이를 채울 수 있어서..
한편으론..
예전에 비해 감추고픈게 점점 많아지는 나이가 되서가 아닐까 생각도 한다.
일기장은 물론.... 절대 안되지...!
「그래도.. 다시 시작해보려고..」
처음 시작부터, 다시 개설하면서도 블로그 이름은 영어였다. 왜 그랬는지 생각은 나지 않지만..
"Black Box"
내가 갖고 싶었던..
어린 왕자의 검은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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