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02. 2018
아침의 단막극 by 서덕준
너의 아침은 항상 눈부셨으면 좋겠다
동쪽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과
흔들리는 들풀과 어귀의 꽃잎들이
모두 네게로 불어오면 좋겠다
아침 안개는 너의 가는 길에 은빛 카펫이 되고
새의 지저귐은 너를 깨우는 자그마한
연주가 되면 좋겠다
달이 잠시 무대의 뒤로 사라지고
화려한 단막극이 시작되듯
쏟아지는 햇볕이 너의 하루를
비추기 시작하는 이 순간
이처럼 너의 아침이
항상 찬란했으면 좋겠다
아침에 이 시를 고를 때만 해도
정말 진심으로 빌었다.
아침 햇살에 내 마음이 설레이듯
너의 아침에도 설레임이 가득하기를
조금이라도 즐겁기를 바랬었다.
펜조차 들 힘이 없는 내가
쉽게 포기해버린 내가 미워서
그래서 너의 찬란함을 바라고 싶지 않다.
속좁은게 나니까.
그냥 싫어.
밉다, 네가.
쉽게 물러섰던 내가 싫었으면서
이젠 그 앞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또다시 피해버린 내가 바보 같아서,
너의 찬란한 아침을 바랠수 없다.
그러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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