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7_비 오는 날 그대를 만나러 간다

MAR 05. 2018

by AERIN



비 오는 날 그대를 만나러 간다 by 김남권

비 오는 날 그대를 만나러 간다
우산 속 절반은 비워 놓고
가슴의 절반도 비워 놓고
행여 그대의 사랑이 젖지 않도록
가로수 촘촘한 숲길을 홀로 걸어간다

길 위에서
작고 어여쁜 청개구리를 만나
눈빛을 맞추고
파란 은행잎 하나 따서
우산으로 빌려주며
바람이 부는 방향을 일러 주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바쁘지만
오는 길에 청개구리를 만나
우산 하나 빌려주고 오느라
조금 늦었다고
우산 속 절반을 채우며
좁은 어깨를 감싸줄 것이다

비가 오면 그대를 만나러 간다
우산 속 절반은 비워 놓고
가슴 속 절반도 비워 놓고
행여 내 사랑이 젖지 않도록
그리움 촘촘한 숲길을 홀로 걸어간다.


오랜만에 눈 앞에 그림이 그려지는 시였다.

프로젝트의 압박으로 맘에 조급한 상태였는데

시를 한 자 한 자 옮길수록

이내 마음이 다독여졌다.


내 마음 절반 비워 놓고

그대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가면

기다리던 그대는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을 했다.


없다면,

저 끝에 당신이 없다면,


이 길을 갈 이유가 없는데

알길 없는 나로선 이 길이 어둠 그 자체인데


저기 보이는 빛이 스미는 다른 길로 가면

작은 한구석 쉴 틈이 있다는 걸 아는데 말이다.


이 길을 계속 가야 하는 이유는 무얼까

이유를 알 수 없음에도 계속 가고 있는 난..

무슨 마음 인걸까..



#1일1시 #100lab #김남권 #비오는날그대를만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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