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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ERIN Jan 11. 2018

나를 유혹하기

B#7. 유혹의 학교 by 이서희


"유혹" 이란 단어는 매혹적이면서 왠지 부끄럽다.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첫 반응들이 그랬듯

나 또한 이 책을 추천받고 말머리 조금 읽었을 때 이성 간의 그렇고 그런 감정적인 부분을 떠올렸다.


본격적으로 책 읽기를 시작하기 전에

잠깐의 서치에서 찾은 독서 평은 대부분 '당신은 이쁘니까, 현실적이지 않다'였다.

작가 당신만이 경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작가의 얼굴이 너무 궁금해졌지만

더 깊은 편견이 생기기 전에 후다닥 책을 결제하고 읽어 내려갔다.


예상했던 대로 처음의 대부분은 이혼한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성적 유혹이었다.

중간중간 너무 섬세한 표현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여럿 과정과 만남을 통해 나에게 억압했던 면을 풀어가고, 무너졌던 자존감을 다시 다듬어갔가는,

"사람을 유혹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같았다.


이성 또한 어쨌든 사람이니까.


마흔이 넘어 두 아이의 엄마에서
이혼 후 나를 다시금 사랑하고 "사람"을 유혹하는 순간순간을 받아들이고 즐길 줄 아는 여자 사람.


책을 읽어갈수록 나와 다른 새로운 가치관에 빠져들었지만 책의 마지막이 되어갈수록 나는 다시 나의 세계로 돌아왔다.


작가의 삶이 당당하게 나를 드러내고 자유롭게 사는, 몇 안되는 본능에 대해 자유로운 여자였지만

나에겐 아직, 나에게 맞는, 그리고 앞으로도 내가 선택하고 싶은 삶은 아닌 것 같았다.


이성이던 사람이던, 내가 이해한 작가의 이야기는

그 많은 사람들 중에 결국


나를 유혹하라, 그러면 당당해질 수 있다..


였다.


자존감이 바닥에 철썩 붙어버린 그 당시의 나에겐,

나를 유혹할 자신이 없어서,

그래서 결국은 내 세계로 돌아와 버렸다.


그리고 다시 이 책을 들췄을 때의 나도

여전히 지금의 이 세계를 지키고 싶어 졌다.


혼자의 쓸쓸함도 느낄 수 있고

함께의 든든함도 느낄 수 있고

혼자된다는 두려움에 벌벌 떨 수 있고

함께한다는 안도감에 마냥 행복해할 수 있는.


작가는 나를 유혹하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이고 한 번쯤, 자유자재로 유혹할 줄 아는 당당한 모습을 꿈꾸어 본다.


아니, 지금은 어쩌면,

내 안 구석 한편에 묻혀둔 드러내기 겁나는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창피한 걸지도..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다시 한번 작가의 시선을 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마지막 장, 마지막 문장까지 읽는데 장장.. 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마지막 10-20장 정도를 두고 왜 그렇게 끝을 내기가 힘들었는지..


이 책에 대한 복잡한 내 감정들을 아직도 잘 모르겠다.


길게 질질 끌어가면서, 이 책의 감상문은 몇 번이고 고쳐져서 내 서랍장에 저장되어왔다.


더 이상 고치기는 그만하런다.

어지러운 생각들이 완전히 정리되진 않았지만,

그때 다시 한번 감상문을 써보기로..




81_나는 유효기간이 지났습니다.


  상대를 존중하는 버릇이 몸에 밴 사람.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이 일상이 된 사람만큼 안정을 주는 이는 없었다. 가까워짐을 이유로 나를 압도하려 하지 않고 존중과 관심, 예의의 균형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은 삶의 오랜 습관이자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감수성의 영역이다. 배려와 자기 성찰의 감수성이 봄에 밴 사람은 유연하다. 함께 대화하고 더불어 변화하는 과정이 편안하다. 함부로 지배하려 하지 않는 자세는 나 역시 마음 깊이 상대를 존중하게 한다. 무작정 가르치려 하지 않고 끊임없이 묻고 상대를 알고자 노력하는 것. 동시에 자신을 꾸밈없이, 그러나 부담 없이 드러내는 일. 일상을 나누는 사람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일상도, 삶도, 끊임없이 갱신하지 않고는 지탱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섬세하게 직조된 정직과 존중, 소통이 중요하다. 유효기간을 갱신하듯 혹은 새로이 만들어 내듯, 성찰과 실천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혼 후에 깨달은 것들이다. 이제야 알았냐고 자책하지 않는다. 이제라도 알아서 참 다행이라고 스스로 다독이는 중이다. 나는 새로운 무엇으로 다시 태어나는 중이니 더욱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의 아이를 돌보듯 나를 아끼고 살피려 한다.




너의 방식과 생각을 이제야 알았고 비로소 이해가 되는데

난 아직 마음으로 준비가 안된 듯하다.

그래서 난, 두렵지만 놓아보려고..


그래서 우리가,

함께라는 타이밍이 맞아진다면,

지금보단 편안한 웃음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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