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12. 2018
이마 by 허은실
타인의 손에 이마를 맡기고 있을 때
나는 조금 선량해지는 것 같아
너의 양쪽 손으로 이어진
이마와 이마의 아득한 뒤편을
나는 눈을 감고 걸어가보았다
이마의 크기가
손바닥의 크기와 비슷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가난한 나의 이마가 부끄러워
뺨 대신 이마를 가리고 웃곤 했는데
세밑의 흰 밤이었다
어둡게 앓다가 문득 일어나
벙어리처럼 울었다
내가 오른팔을 이마에 얹고
누워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 자세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아팠다.
혼자있던 그 순간, 그 공간이
엄청나게 서러웠다.
혼자서 아픔을 견디고 있는 것보다
수많은 날들을 생각하니 서러웠다.
그랬다.
점점 그 순간들이 덤덤해지긴 했지만
한심해지면서 더욱 단단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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