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다행이다

위안이 되는 소소한 일상들 | AUG 29-30, 2017

by AERIN


1_

찬 바람을 맞으며 집까지 걸어야 했다.
서둘러 맞춰 나온다 했는데
지나가는 막차 꽁무니를 보니 속이 꼼양 꼼양...

하아..,
나에게 '이 바보야'라고 소리쳤다.



2_
차가운 바람 탓인지
집까지 오는 동안 내 속은 더욱 시니컬해졌다.
속이 안풀려서 인지 집 근처를 계속 서성이다가
그 감정 그대로 글에 쏟아버렸다.

그럼에고 불구하고,
내 속은 더욱 비틀어졌다.



3_
딴생각이 들까 봐 딱딱해진 몸이 풀리기도 전에
서둘러 집안일을 시작했다.

손에 닿는 대로, 눈에 보이는 대로,
쉬는 타이밍 없이 몸을 돌렸다.

한 주 놓쳐서 잔뜩 쌓인 분리수거부터 처리하고,
낮에 사두었던 사과들도 과일 칸에 채워 넣고,
세탁해서 널어뒀던 이불을 털어 장에 개켜 넣고,

천천히 우려내던 보이차도 물통에 옮겨 담고,
제조 중이던 수제 요구르트가 잘 됐는지 맛도 보고,

치즈 만들 만큼 통에 덜어 숙성통에 담에 넣고,
남은 요구르트는 컵에 담아 내 뱃속으로 꿀꺽-



4_
있는 대로 집안일을 하고 나니
지저분했던 생각들도 조금씩 지워져 갔다.

분리수거 상자가 말끔하게 비워져서,
이불 빨래가 빳빳하니 잘 떨어져서,

방치했던 보이차가 생각보다 깔끔해서,
내가 만든 요구르트가 기특하게 너무 맛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쓰담쓰담이 필요했던 오늘 하루.


다행이다.
오늘 하루 잘 웃고, 잘 견뎌줘서.

주변 사람들 붙잡고 징징대지 않아줘서.


잘했어 지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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