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04. 2019
비밀번호 by 문현식
우리 집 비밀번호
ㅁㅁㅁㅁㅁㅁㅁ
누르는 소리로 알아요
ㅁㅁㅁ ㅁㅁㅁㅁ는 엄마
ㅁㅁ ㅁㅁㅁ ㅁㅁ는 아빠
ㅁㅁㅁㅁ ㅁㅁㅁ는 누나
할머니는
ㅁ ㅁ ㅁ ㅁ
ㅁ ㅁ ㅁ
제일 천천히 눌러도
제일 빨리 나를 부르던
이제 기억으로만 남은 소리
보 고 싶 은
할 머 니.
인스타를 뒤적이다 이 시를 봤을 때
코 끝이 찡.. 눈 앞이 뿌예졌다.
할머니와 난,
커가며 점차 애증의 관계가 되었다.
할머닌 할머니대로
나는 나대로.
조금씩 치매 증상을 보이는 할머니는
나에게서 점점 시어머니의 모습을 보았다.
ㅡ 나의 행동이나 생김이 증조할머니를 닮았단다.
엄마만 붙잡고 힘들게 하는 할머니를 보며
자꾸만 화가 쌓여갔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알면서도 엄마가 그저 해주길 바라는,
그런 아빠 뒤에서 모른 척하고 있는
친척들을 보면 볼수록 더더욱,
아빠에 대한 원망이 할머니한테 쏟아지는 거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아들의 입장보다
남편으로서 아내의 힘듬을 보듬지 않는
모습이 더 싫었다.
그래도 가끔,
나를 질녀라고 부르실 땐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당황하시지 않게 장단을 맞춰 드리지만
내가 가장 먼저 잊혀지는 것 같아 속상하기도 하고
힘드셨을 시집살이를 떠올리지 않길 바라기도 한다.
할아버지 때와는 달리
모두가 조금씩 조금씩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힘들어하실 아빠가
마음 여린 엄마가
그리고 내가
우리 모두가 많이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