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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tuti Feb 19. 2020

8화: 왜 어학연수만 갔다 하면 미국병이 드는 걸까?

그리고 미국 오면 다들 예수쟁이가 되는 이유 

주위를 보면 일 년 또는 6개월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갔다 와 놓고는 완전 미국병이 들어 미국에 살고 싶어 하고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종종 봐 왔을지 모른다. 또는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미국에 온 지 1-2년 된 사람들이면 대부분 한국을 그리워하기보단 미국 사람들보다 더 미국을 찬양하고 모든 자질 구래 한 일상을 한국과 비교하며 미국의 우월함을 칭찬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마치 눈에 콩깍지가 쒸어 미국 사랑에 푹 빠져 있는 사람처럼. 나는 이 사람들을 소설의 구성단계(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에서 전개 부분을 밟고 있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아직 한 번도 위기단계를 밟아 보지 않았기에 미국의 달콤한 맛만 보고 제대로 된 객관적인 판단이 서지 않은 상태. 


단지 영어를 공부하러 온 유학생들 뿐만이 아니다. 미국 사람들 중에서도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는 단 한 번도 해외여행을 다녀와 본 적이 없으면서도 미국만이 세계 최고 최강 국가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2000년대 이후로 일어난 학력에 따른 임금의 격차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대학에 자녀를 보내기 시작했지만 아직 미국은 평균적으로 고등학교 졸업자 중 60% 정도만이 커뮤니티 칼리지(2년제)를 포함한 대학에 입학한다. 그것도 고소득자들의 경우 79%가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대학에 가지만 저소득자의 자녀는 55% 만이 대학에 간다. 게다가 저소득자의 자녀의 20% 는 2학년 등록을 포기한다. 트럼프는 바로 그런 대학을 나오지 않은 백인 남자, 예전엔 기득권이었지만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처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변두리로 밀려나게 된 그들을 겨냥 해 선거에서 우승했다.  그럼 이런 우물 안 개구리들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재생산되고 또 번성할 수 있었을까? 


미국 공교육은 사회의 리더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공교육의 목적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각종 미국의 산업을 이끄는 곳에 들어가 미국이란 큰 공장을 잘 돌리기 위해 가르쳐 준 룰을 잘 따르고 단순한 기술을 빠르게 잘 습득하며 비판하지 않고 사회의 부품으로써 세금을 잘 내고 살아갈 대중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그 교육의 대상이 누구이든 간에(백인, 히스패닉, 아시아인, 흑인, 동유럽의 백인, 미국 원주민) 재료에 상관없이 거의 비슷한 모습으로 깎아 내어 새로운 '미국 시민'이란 부품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실제로 미국 공교육의 문제를 느꼈을 때 (저소득층 아이들이 수업을 못 따라오는 비율이 많아졌을 때) No Child Left Behind Act라는 법을 통해 부시 정부에선 교육개혁을 하였지만 그 결과는 많은 돈을 들여 교육을 저 평균화시키고(커트라인을 낮춤으로 전체적인 passing 비율이 높아지도록 보이게 했다) 각 주에서 시행하는 일괄적인 5지선다 multiple choice 시험을 기본으로 하는 standard tests의 비중을 높임으로 학교와 선생을 학생들의 점수로 서열화하고 비판적인 사고와 흑백논리로는 정확히 선을 그을 수 없는 오픈된 토론, 깊이 있는 탐색을 수업에서 서서히 몰아내게 했다.


미국에서 영어를 배우면 ESL 과정 내내 영어 책의 내용은 미국의 역사와 문화, 정치와 선거제도 등을 포함하고 있다. 지리 내용에선 각 주의 특징을 배우고 각 주의 주요 도시, 그 주의 성장과정 중 업적, 위인의 업적을 배운다. 그런데 그 업적, 역사, 문화를 소개하는 배경엔 '우리 미국이 어떻게 이런저런 위기가 닥쳤을 때 잘 해쳐 나갔는지'  그 이루어 낸 성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위기가 생기게 되었는지 그 문제점의 발단에 대해선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그래서 수업을 듣고 나면 미국은 이런저런 문제점을 잘 해결해 나간 위대한 존재란 모습만을 각인하게 된다. 사실 처음 어떤 문제를 일으키기 된 원인도, 그 문제가 발단되고 전개되게 가만히 나 두고 부추긴 것도, 위기가 왔는데도 절정에 다다를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오히려 힘으로 덮어 새로운 생각을 짓누르며 지켜본 것도 결국엔 그 문제를 해결 한 미국임에도 그 앞에 단계에 대한 설명은 아주 간단히 짧게 하고 그 업적에 위인 한두 명의 이름을 붙여 그 위인들의 업적이 바로 미국의 업적인 듯 예전의 문제의 발단이 되었던 다수는 미국은 미국이 아니고 그 이후의 사람들만이 미국인 듯 포장하여 가르친다. 역사를 바라보는 이러한 입장은 다만 ESL 수업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미국 공교육에서도 ELA(영어와 문법), 역사, 지리, 정치, 사회 과목에서 이런 식의 수업이 이루어진다. 비판하지 않고 업적을 강조하는. 문제점 이전의 미국과 해결 이후의 미국을 서로 다른 두 인격체로 구분시킨 후 너는 후자의 미국이다 그러므로 너는 할 수 있다. 너는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만하고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다.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친 교육은 대학 또는 사립학교 교육에서 균형을 맞춘다. 그들의 목표는 리더를 키우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말 잘 듣는 고장안나는 부품으로써가 아니가 미국을 디자인할 엔지니어와 건축가를 키워야 하기에 다 알고 있던 사실에 딴지를 걸게 만든다. 


미국에서 공교육을 받으면서도 마음이 삐뚤던 아이들은 이런 관점의 전환에 적응을 잘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은 갑자기 바꿔진 관점에 적잖은 시간을 적응하는 것에 소비한다. 저소득층이나 소수인종계에서 온 많은 학생들은 금전적인 이유에서 뿐만이 아니라 이런 수업에 적응을 못하고 학점을 제대로 받지 못해 2학년 수강을 포기하고 대학 졸업장 대신 미국 사회의 부품으로 부모의 뒤를 따라 다시 그 시스템의 쳇바퀴로 들어간다. 미국은 비교적 한국에 비해 국가에서 제공하는 학자금 대출이 잘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학비뿐만 아니라 생활비도 빌릴 수 있고 대학 마지막 학년엔 학비 이외에 취업준비금도 학자금 대출에 포함해 빌려주므로 경제적인 이유로 학교를 중간에 그만두는 것에 비해 개인의 역량 때문에 그만두는 비율이 더 많다. 미국 대학에선 이공계를 가건 예체능계를 가건 사회과학을 하든 간에 졸업하기 위해 무조건 들어야 하는 필수 교양과목들이 있다. 그 안엔 영어, 수학, 과학 , 역사, 예술이 포함되어 있고 사회학, 가족학, 언어학이나 심리학 중 적어도 한 두 수업을 택하여 들어야 한다. 그래서 대학을 나왔다라면 음악가라도 고등학교 수준 이상의 수학, 과학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엔지니어라도 음악이나 미술의 역사를 알고 있어야 한다.  미국 대학에서 역사 첫 수업은 그동안 당신들이 잘못 알고 있던 미국 역사 10가지(10 American History Myths You Probably Believe)였다. 그리고 한 학기 내내 그것 들을 바탕으로 미국 역사에 대한 환상을 깨는 방식으로 객관적으로 역사를 바라보며 허와 실을 따지며 역사수업이 진행되었다. 


미국의 ESL 선생님들은 그럼 어떤 수업을 받는가? 물론 내가 나왔던 TESOL 프로그램이 신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 나는 더 강한 기독교적 색채를 들어내는 수업을 받았다. 하지만 ESL 교육의 역사 또는 미국 공교육에서 영어교육의 역사는 성경을 아이들에게 또는 외국인에게 바르게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서 역사였다. 어학연수 시절 접해봤을 Basic English Grammar의 저자인 Betty S. Azer와  Stacy A. Hagen은 유명한 기독교 교육자로서 영어로 모든 열방과 족속에게 복음을 전하는 걸 삶의 목표로 정한 사람들이다. 미국 교회에선 초중고 아이들에게 ESL 선생님, 해외 파견 선교자의 꿈을 키워주며 다른 나라, 오지의 세계를 여행하며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것을 사역으로 삼기를 선동한다. 기독교 학교가 아니더라도 TESOL 교육기관의 교수진들 중엔 많은 수의 기독교인들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교회단체는 TESOL 과정 학생에게 외국 현지체험이나 졸업 후 외국의 취업, 또는 방학을 이용한 봉사를 지원하기도 한다. 그들이 봉사활동이나 ESL 선생님으로 가는 곳은 의외로 교회 여름 성경학교나 교회에서 하는 외국인을 위한 영어예배가 아니라 기독교 이름을 내걸지 않은 일반 학원, 영어유치원, 각 나라의 원어민 교사로서 자격으로 가는 이들에게 비행기 값 또는 생활비 지원이 나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단 조건은 지역 교회에 정기적으로 주일예배를 다니고 몇 명을 수업했고 몇 명을 전도했는지 매달 편지 형식으로 이메일을 써서 지원해 주는 교회에 선교보고를 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다녔던 신학교의 TESOL 수업에선 중국이나 중동지역에서 수업을 할 경우 기독교인임을 숨기며 어떻게 학생을 모집하고, 수업시간에 어떤 내용으로 은근히 기독교적인 내용을 전할지에 대한 시간도 나눴다. 또한 미국에 이미 있는 반 기독교 지역 출신의 사람들에게 자유와 해방, 투표 등의 주제를 통해 각 국가의 정치적 시스템을 비교하며 그것에 빗대어 복음을 전하는 방법도 배웠다. 모세의 출애굽기는 바다를 건너 미국으로 그들을 데려와 예수를 전할 기회를 만든 좋은 비유이다. 하나님이 당신을 사랑하셔서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악에서 구해 냈듯이 당신을 성령님이 인도하셔서 미국 땅에 데리고 오셨고 하나님의 품으로 이끄셨다. 그래서 이 곳에서 나와 같은 기독교인을 만난 것도 우연이 아니라 다 하나님의 크나크신 계획안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대학이나 공교육 과정에서 하는 정규 ESL 과정이 아니라도 미국에 정착해 살 사람들을 위해 지역 교회에선 무료 ESL 수업을 여는 곳이 많다. 기독교인들도 성경으로 영어를 가르치면 사람들이 수업에 오기를 꺼려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생활영어를 가르쳐준다고 홍보를 한다. 하지만 선생님들을 가르치는 세미나에 가면 어떻게 기독교적 아이디어를 문화, 명절,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꾸며 그 안에 학습내용으로 가르칠지 아이디어를 나눈다. 미국 영웅들의 발자취를 기독교적 색깔을 입힌 인물 소개를 통해 수업을 진행한다. 발렌타인즈 데이, 프레지던트 데이,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데이, 독립기념일, 노동절,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는 기독교 적인 색깔을 미국 역사와 기념일을 통해 전달하기 아주 좋은 주제들이다. 그래서 미국에 오면 '영어를 제대로 배우려면 성경은 영어로 읽어봐야지 그들의 기독교 문화가 미국 문화에 녹아 있기 때문에 영어가 는다'라는 말을 종종 들어 봤을 것이다. 100% 틀린 말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 안엔 예수 전도의 의도가 숨어 있다.  오직 미국 인구의 30-40% 만이 그것도 도시로 가면 10% 내외 만이 정기적으로 주일을 지키며 교회를 나가는 것에 비해 한국 이민자의 거의 대부분이 교회를 다니는 것은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물론 한국 교회는 종교단체의 역할을 떠나 이민자들의 삶을 보듬어 주는 커뮤니티의 역할을 많이 하는 건  부인할 수 없겠으나 한국에서 어떤 종교를 대대로 믿어왔건 간에 미국에 와서 한 번도 교회단체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가 미국에 오기 전 청교도의 종교의 자유, 링컨의 노예해방,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흑인 인권운동은 알아도 마녀사냥, 눈물의 길이나 인디언 정부, 씨팅 불, 이주 농부(migrant farmer)에 대해 들어본 적이 거의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미국 정부가 아이들에게 던지는 달다구리 사탕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STEAM 교육이라 할 수 있겠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공장에서 일할 아이들에게 STEAM 교육을 미래를 이끄는 교육이라 홍보하며 미끼를 던진다. 고소득층 아이들이 과학과 수학을 바탕으로 한 원리 습득에 우선을 두고 단계 단계 그 실력을 늘려가며 로직을 이해하며 프로그래밍에 접근하는 동안 저소득층 아이들은 공교육의 포장지 속에서 놀이와 흥미위주의 수업을 하며 중요 포인트를 놓친다. 그런 아이들의 부모들은 책 대신 각종 놀이교구를 검색해 아이들에게 사다 바친다. 아이패드와 연결 해 쓸 수 있는 그런 비싼 놀이교구가 있어야만  우리 아이가 뒤처지지 않고 새롭게 달라진 세상의 주체로 자라날 것만 같은 환상 때문에. 결국 그들은 다시 소비자로서 미국의 경제를 받쳐주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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