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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tuti Nov 14. 2020

18화:화상 수업이 불러온 부부싸움

나도 코로나 블루라고 당당히 말하자

작은 아이의 과제가 계속 밀려 숙제가 쌓여있고 그것이 고스란히 내 숙제처럼 되어 아이와 함께 밤늦게 까지 나머지 공부를 하고 있다. 밤늦게라고 해 봤자 한국처럼 늦게는 아니고 9시면 재우러 보낸다. 그래도 못한 것은 다음 날 어차피 또 해야 되는 일이니 아이는 어떨지 몰라도 나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마감일이 다가오는 금요일 밤이라면 더더욱 마음이 괴로워진다.


퇴근해 온 남편에게 아이 상태를 이야기하니 한국에 보내잔다.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고 읽고 쓰는 게 느린 4학년을 한국에 보내서 어떻게 하냐고 그랬더니 학원을 보내면 된단다. 사실 우린 둘 다 학원을 제대로 다녀보지 않은 부모다. 남편은 집에 돈이 없어서, 그리고 나는 중 3 때 설문조사에서 반에서 탁구부와 나  단 두 명만 빼곤 다 학원을 다닌다는 사실을 알고 엄마를 졸라 한 달 끊어 놓고 2주 다니다 중간고사 기간이 겹치자 내 공부할 시간이 없음을 깨닫고 엄마에게 양해를 구하고선 다시 학원을 안 다니고 혼공을 한 케이스다. 학원에 보내봤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의지력이 있어야 늘 것이 아니냐 그랬더니 한국애들처럼 학원 보내면 다 된단다. 개 같은 논리다.


내가 부엌 식탁에서 아이  숙제를 봐주고 있으니 저녁 먹은 설거지를 해 주더니 여느 때처럼 방에 들어가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핸드폰 게임을 즐기며 누워있다. 속이 터질 것 같다. 애가 점수가 저 모양이면 뭘 공부해야 하는데 뭘 못하는지 봐야 되는 게 아니냐며 왜 나한테만 애들 교육을 다 맡겨놓고 나 몰라라 하냐고 따졌더니 자신도 글쓰기를 제대로 못하는데 어떻게 가르치냐며 짜증을 내더니 급기야 방에서 안 잔다고 거실 소파에 누워 자기 시작한다. 다음 날 아침에도 혼자 일찍 일어나 아침을 챙겨 먹고 도시락을 챙겨 나간다. 나도 짜증이 나 침대 속에 계속 누워서 혼자 출근하는 걸 거들 떠 보지도 않고 자는 척을 한다.


지난주, 다음 봄 학기 수업방법을 두고 결정해야 하는 일주일 기간 동안 교육청장은 뉴스를 통해 현재 화상수업을 선택 해 실행하는 그룹 중 초중고 학년에 상관없이 지역에 상관없이 1/3 가량이 1분기에 낙제점을 받았고 그 결과는 대면 수업을 하는 그룹이 7% 미만인 것에 비해 상당한 문제를 가지고 있어 화상수업의 효과가 미미하거나 문제가 있다고 발표했다. 아니나 다를까 낙스 카운티 전체 학생 중에서 다음 학기 수업을 대면 수업에서 화상수업으로 바꾼  가정이 1000명 정도 되는 것에 비해 화상 수업에서 대면 수업으로 바꾼 학생이 5500명가량된다고 발표가 나왔다. 연일 기록을 경신하는 확진자 수와 지역 병상을 채우고 있는 입원 환자 수, 매일 발표되는 사망자 수와는 상반되는 발표에 당혹스러웠다. 주말에 모처럼 날씨가 따뜻해 반팔을 입고도 야외활동을 할 정도로 따뜻해 지자 공원엔 가족과 친구끼리 나와 걷고 놀이터를 이용하고 밥을 먹는 사람들은 물론 농구, 야구, 피켓 볼, 프리즈비 풋볼 등 단체 운동을 하는 사람들까지 가득 차 있어 주차장을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페이스북 학부모 페이지에선 코로나도 문제지만 일단 돈을 벌어야 하니 할 수 없다는 의견과 특히 어린 학생을 가진 아이들이나 사춘기 10대 아이들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수업하는 것을 너무 힘들어한다며 그 방법의 한계와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하고 있었다.


원래 직장을 다니지 않고 있었고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는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큰 아이 꾸미는 그 기질에 따라 모든 과목을 honors 수업(상위 반 수업)을 듣는데도 불구하고 한마디 잔소리 없이도 자기가 척척 알아서 과제를 제시간에 다 제출하고 있다. 가끔 방에 들어가면 쉬는 시간을 이용해 유튜브 비디오를 보고 있을 때도 있지만 수업 시간엔 보지 말라는 충고만 해주고 알아서 잘할 거라 믿으며 나온다. 선생님이 강의를 하고 과제를 내주고 자기가 알아서 과제를 완성 해 다시 제출해야 하는 화상수업의 특징 때문에 혼자서 과제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반 아이들 중 과제물을 제출 못한 아이들이 많으면 일주일의 마지막 하루 금요일은 그 주에 제대로 못 끝낸 과제를 완성시키는 자율학습을 하는 날로 정해져 자신이 할 일을 뒤로 못 미루는 성격인 꾸미는 오히려 시간이 여유로워졌다. 그러고도 모든 과목에서 거의 만점에 가까운 A를 받고 있다. 도서관에서 읽을 책만 넉넉히 가져다 주면 혼자서 보내는 시간도 지루해 하지 않고 잘 보내고 있다. 다만 중학교를 시작한 첫 해에 사춘기를 맞이 하는 그 나이에 친구들과의 교류가 없이 혼자서 수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릴 뿐이다. 가끔씩 30분이 넘게 친구와 통화를 하거나 온라인 게임을 할 때도 있지만 저렇게나마 친구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에 안도감 마져 든다.


하지만 문제는 둘째 기쁨이다. 생일이 빠른 아이들이 저학년에선 잘하다가 4학년이 되면 뒤쳐지기 시작할 수 있다고 그러던데 6월 생이라 반에서 가장 막내라서 그런지 아니면 성격이 급하고 즉흥적인 그 기질 때문인지 내가 눈을 조금이라도 돌리면 컴퓨터로 딴짓을 하기가 일수다. 수학 문제를 다 풀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읽지를 않아 이제 여러 단계를 거쳐서 답을 이끌어 내야 하는 응용문제에서 실수를 자꾸 해 점수를 엉망으로 받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 수학은 100% 다 응용문제이다. 문제를 제대로 읽지 않고는 성격이 급해 제대로 풀었는지 확인도 안 하고 답을 제출하는 바람에 한번 제출하면 끝인 퀴즈 같은 것에 있어서 3분 만에 10문제를 다 풀어놓고도 2점을 받기도 한다. 우리 아이 같은 아이가 많았는지 처음엔 한 번만 기회를 주셨던 선생님도 가끔 3번까지 기회를 주기도 하신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영어수업이다. 말은 잘해도 글을 쓰기 싫어하는 ADHD 기질 때문인지 문제집 형식의 문법이나 단어 과제는 쉽게 끝내는 대신 문장을 써야 하는 글쓰기 과제는 그날 하루치를 수업시간 내에 끝내는 일이 없다. 그것도 내가 매일매일 체크하지 않으면 쓰지도 제출하지도 않다가 이제 매일 저녁 제출했는지 확인하다 보니 꽤만 늘어 답을 다 작성하지도 않는 파일을 제출만 해 놓았다가 선생님이 점수를 매길 때마다 연락이 온다. 매정하게 과제를 지정 날짜까지 제출을 안 했으니 그냥 점수를 안 주면 편하고 좋으련만 선생은 봉급만 받고 시간만 때우는 직업이 아니라 진짜 아이들에게 여러 번 기회를 주더라도 제대로 배울 걸 배우고 지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제대로 된 선생님들이라 자꾸만 연락이 오고 과제물 하나하나마다 첨삭을 하여 보충해야 하는 것과 잘한 것은 칭찬을 더해 놓으신다.


처음엔 학교 특성상 초등학교인데도 불구하고 과목별 선생님이 따로 있어 수업시간마다 시간에 맞춰 다른 화상수업 채널에 접속해야 하는 것 때문에 어느 하나에 집중 해 있으면(그것이 학교 과제물일 때도 있고, 때론 선생님이 과제물을 다 한 사람은 교육용 게임 사이트에 가서 다음 시간까지 하라고 할 때도 있고, 때론 5분 10분 남았다고 게임이나 유튜브를 보고 있을 때도 있었다) 그 시간을 놓쳐 수업에 10분, 20분 늦게 들어가거나 아예 못 들어가거나는 일이 허다했다. 알람을 설정하고 5분 남았다 알려주고 지금 들어가라 알려주고 그러는데도 가끔 놓칠 때가 있다. 쉬는 시간엔 가만히 있다 수업시간만 되면 선생님이 실컨 설명하는 중에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한다. 그리고 가끔은 일찍 수업에 들어가도 선생님이 미팅을 열고 다른 아이들을 들어오게 하는 동안 시간이 10분 정도씩 소요가 되니 또 그걸 못 참고 딴짓을 하기도 한다. 꾸미도 다녔고 지금 기쁨 이가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는 메그넷 스쿨이라 다양한 자극을 통해 아이들의 교육과 성장을 추구하는 학교라 원래 숙제라는 게 없다. 더군다나 요즘같이 어쩔 수 없이 수업을 위해 컴퓨터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되는 시기에 교장선생님까지 나서서 모든 과목에 있어 컴퓨터로 작성해야 하는 숙제가 없도록 과제가 수업시간 이내에 다 완성할 수 있는 만큼을 주라고 학기 초에 공문을 보냈다. 담임선생님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학교에서 대면 수업을 하는 아이들은 지금 하고 있는 분량을 매일 아무 문제없이 제출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런데도 기쁨이는 매일 밤 7-8시까지 못 끝낸 숙제를 하고 있다.


사실 기쁨 이의 문제는 학교를 다닐 때도 있었다. 과제를 주고 하라고 시키면 계속 친구들과 떠들거나 종이에 만화를 그리고 있다던가 뭘 써야 될지 모르겠다며 버티며 내지를 않아 지난 4년 내내 선생님으로부터 문자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ADHD가 아닌가 걱정이 되어 한동안 상담을 받기도 했다. 한국처럼 때리며 가르치면 되는 걸 너무 말랑말랑하게 편의를 봐주며 하니 애 버릇이 나빠졌다는 남편은 ADHD란 건 그냥 돈 많은 어른들이 만들어 낸 핑계라며 그런 것이 더 아이를 게으르고 핑곗거리가 있으니 거기에 의지하게 만든다며 나와 말다툼을 하기도 했다.


남편은 아이가 딴 짓을 못하게 옆에 붙어서 계속 지켜보란다. 아침 7시 45분부터 수업이 끝나는 2시 45분까지 계속 옆에서 붙어있으라는 것이다. 아무리 내가 집에서만 있는 가정주부라도 청소, 빨래도 해야 하고 두 아이 점심시간이 서로 다르니 점심도 차려야 한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으려 해도 아이 옆에 딱 붙어서 있다 보면 아이의 수업 소리에 신경이 쓰여 내 할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없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옆에 있으면 아이가 자꾸 나에게 말을 건다. 그리고 내가 아이가 답을 못할 때 바로바로 참지 못하고 답을 알려주게 된다. 체육시간엔 혼자서 선생님이 올려놓은 유튜브를 보며 운동하는 게 안타까워 같이 옆에서 뛰며 체육을 해 주고 무용시간엔 옆에서 같이 춤을 춰 줬다. 영어수업에서 스펠링을 하도 물어보길에 4학년 스펠링 단어 목록을 찾아 하루에 조금씩 받아쓰기를 시작했다. 어차피 구글에 물어보면 스펠링을 다 알려주는데 왜 이 굳이 스펠링을 외워야 하냐고 징징댄다. 수학 시간에 아는 문제를 계속 틀리길래 문장으로 된 문제를 읽고 식을 세워 풀어야 하는 문제만 있는 문제집을 사서 하루에 한 페이지씩 풀게 했다. 문제집에선 중요한 단어나 숫자에 밑줄도 긋고 동그라미도 그리면서 놓치지 않고 풀 수 있는데 컴퓨터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수업에선 화면에 동그라미를 치거나 밑줄을 그을 수 없다. 문장력과 독해력이 모자라 그런가 싶어 다시 저학년 때처럼 아이와 함께 하루에 30분씩 함께 소리 내어 책을 읽고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내가 4학년 공부를 하는 건지 아이가 공부하는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작은 아이한테만 공부지도를 하고 있는 게 아니다. 학교 수업에서는 안 가르쳐 주는 중국어와 화학, 고전, 그리고 지금 아이에게 수준에 맞는 수학 수업을 큰아이와 매일 저녁 과목을 바꿔가며 30분씩 가르치고 있다. 한국말을 꼭 알아야 한다는 아빠의 주문에 일주일에 한두 번은 한글책을 꺼내 작은아이와 한글 공부도 하고 있다. 하루 종일 아이들의 공부에만 정신없이 보내고 있는 샘이다.  아빠는 큰 애가 4학년이 되어서야 학교 위치를 알게 된 사람답게 온라인 수업은 어떻게 로그인해서 들어가는지, 점수는 어떻게 확인하는지, 과제 제출을 한 것은 어떻게 확인하는지 하나도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교육에 관한 모든 것을 나에게 전담하여 믿고 맡기고 있다 코로나 시대가 되자 엄마표 공부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나는 혼공 하며 컸는데 왜 우리 아이들은 엄마한테만 의지하는 징징이가 됐는지 모르겠다. Study Code의 조남호 코치는 코로나 시대야 말로 혼공 할 기회를 잡을 시대라 하는데 왜 우리 집은 점점 더 집중적으로 엄마표 공부 시기로 가고 있는지 막막할 따름이다.


본질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엄마의 역할 중 교육자로서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설명을 다 해 놨는데도 설명은 제대로 읽지도 않고 문제풀이부터 들어가서 요구사항을 지키지 않고 문제를 풀어놔서 계속 10 중 2점밖에 못 받았을 때, 매번 문제를 풀 때마다 제대로 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하며 그 습관을 고쳐주는 것이 엄마의 일일까 아니면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게 해서 자기가 알아서 그 결과를 보고 스스로 습관을 고치도록 내벼려 두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선생님이 점수를 다 매겼을 때만 한번씩 상기시켜주며 이번에도 신경을 안 썼더니 틀렸네 하고 말해 주는 게 엄마의 일일까? 일일이 과목별로 무엇을 제출했고 무엇을 제출하지 않았는지 알아보고 제출하였지만 틀린 답을 썼거나 빈 파일을 제출했을 때 그것을 고치도록 하고 제대로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 엄마의 일일까 아니면 선생님이 보낸 문자를 보여주며 리마인드만 시켜주고 스스로 하든지 말든지 신경을 쓰지 않고 그 결과에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엄마의 역할일까?

아이는 점수가 점점 떨어질수록 수업에 참여하는 적극성도 떨어지고 선생님께 모르는 걸 질문을 하는 것도 주저하는 것이 보이는데  언젠가 철이 들겠지 생각하며 그냥 놔두는 것이 엄마의 역할일까?


며칠 간 하두 아이에게 소리를 질러 목이 따갑고, 지난밤 9시가 되어 아이에겐 가서 자라고 해 놓고도 나는 잠이 안 와 새벽까지 잠을 설치고 나니 두통이 몰려와 진통제를 먹고 있는 나를 본 큰 아이가 나에게 엄마가 진정 심리 상담가를 찾아가야 될 것 같다는 조언을 해 준다.  


코로나 블루. 나만 비정상인 것이 아니다. 안 괜찮은 것이 정상이다. 힘들 땐 힘들다고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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