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알집을 보다니 정말 행운이지 뭐에요.
아이가 잠들기전 침대에서 하루일과를 얘기하며 조그맣게 속삭였다. 작년 이맘때 기록이니 만6년하고도 3개월이 된 어느날의 일이다. 그날 나는 메모장에 하하의 이 말을 옮겨적고, "나에게 이런 신비하고 동화같은 일이 일어나다니."라고 덧붙였다.
우리집 옆에는 작은 산이 있고 거기에 생태텃밭 교육장이 있는데, 꼬마농부학교를 연다고 하여 하하도 신청을 했다. 하하의 초등학교 사회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데, 자연을 통해 생태적 감수성을 키우고, 환경과 자연순환을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토요일마다 한시간 반씩 하하에게 딱 좋을 거 같아 물어봤더니 "저는 농사 보다는 생물에 더 관심이 있지만, 한번 참여해볼게요."라고 했다.
농부학교 첫 수업에 아이를 데려다 주었을때 사마귀알집을 발견했다. 아니, 내가 발견한 것이 아니고, 한 아이가 발견하고 "사마귀알집이다!"하고 외치니까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보는 모습을 봤다고 해야 옳다. 첫시간이라 어색한지 혼자서 머뭇거리던 하하도 사마귀알집과 함께 자연스럽게 무리속으로 어우러들수 있었다.
돌아온 하하에게 재밌었냐고 물어보니 좋았다고 한다. 첫시간에는 자기소개를 하면서 모두가 자기의 자연명을 짓고 그 이름으로 부르기로 한 모양이다. 하하는 헤라클레스왕장수풍뎅이를 자기 자연명으로 지었다고 한다. 그럴줄 알았다. 하하가 가장 좋아하는 곤충이다. 이름을 부를때마다 얼마나 길고 번거로울 것이냐. 그냥 풍뎅이도 아니고 장수풍뎅이도 아니고 왕장수풍뎅이만도 아니고 헤라클레스왕장수풍뎅이라니.
어쨌거나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 하하의 초등학교에 감사할 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