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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all wins Feb 23. 2024

금쪽같은 내 새끼. 내가 금쪽이다.

나다, 나. 내가 그 금쪽이다. 

금쪽같은 내 새끼. 유일하게 챙겨보는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 새끼>가 방영하는 매주 금요일 밤, 본방 후 넷플릭스의 업데이트가 아무리 늦어져도 그 주의 에피소드를 꼭 챙겨 보고 잔다. 물론 훈육에 대한 팁, 어려운 육아에 대한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각 회차에 나오는 엄마들의 불안전한 모습에서 내 모습이 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 


이번 회(68회)에 나온 아이는 도전적 반항장애를 앓고 있는 금쪽이가 나왔는데, 이 편을 본 후 내내 마음 한 켠이 무겁고 저려오는 것 같았다. 사춘기 시절, 내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벽을 세우고 날카로운 날을 세워 상처 주는 말을 일삼는 금쪽이. 나도 그랬다. 집에만 들어가면 무엇 때문이지 화가 많이 나서 가족에게 상처 주는 말을 내뱉고 문을 쾅 닫고 2평 남짓의 작은 내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오은영 박사님의 해석에 의하면, 금쪽이는 엄마의 사랑이 고픈 아이라고 했다. 한창 사랑을 받아야 할 3살 때 동생이 태어나 두 살 터울 진 동생에게 엄마를 빼앗겨버린 것이다. 엄마의 사랑이 고프고 동생들에게 복수하는 마음에 동생에게 "동생이 없어졌으면 좋겠어." "동생을 누가 입양했으면 좋겠어." 라는 모진 말을 한다. 나도 어렸을 적 동생을 많이 괴롭혔는데, 아마 같은 이유이지 않을까. 


그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가부장적이고 엄했던 아빠와 그런 아빠에게서 나를 보호해 주지 않는 엄마에게 상처받고 소통이되지 않아 마음을 닫았던 것 같다. 내 기억으론, 나는 거의 사춘기 시절 내내 내 방에서만 생활했고 거의 모든 식사는 방에서 혼자 먹었다.  꼭 거실에 나와서 먹어야 할 때만 재빠르게 나와 숨죽여 먹어치우고는 다시 도망가듯 방에 들어갔다. 금쪽이는 굳이 자기 방이 아닌 거실 소파에 나와있던데 나는 방문도 마음도 꼭꼭 닫아놨었다. 


금쪽이가 강아지를 키우며 가족과의 관계가 조금 개선되었다는 것을 보고, 고등학교쯤부터 키웠던 삼순이가 생각났다. 삼순이가 아니었다면, 우리 가족은 진정 아무 대화도 나누지 않았을 것이다. 


12세 금쪽이가 애정결핍이었고, 엄마에 대한 집착이 심하다는 것을 보니 중학생, 고등학생쯤이었던 나는 그 아이보다 순수하지 못해서일까 더 아기 같았던 걸까. 엄마의 사랑이 고프다는 것은 깨닫지 못하고 수 겹의 벽을 단단히 세웠다. 


 내겐 내 아이와 끈끈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 단단한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출산 후 내가 다시 회사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커리어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이 시기에 왜 나의 커리어를 희생하면서까지 이 

것을 조금도 내려놓지 못하는지.. 항상 의문이었다. 왜 나는 다른 엄마들처럼 평범하게 아기를 다른 곳에 맡기고 회사를 가지 못하는 걸까. 아이와 건강한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혹시라도 아이와의 관계가 느슨해지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쉽게 결정을 못 하는 것 같다. 왜 이렇게 이 부분이 불안할까. 


 금쪽이를 보며 왠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그 골방. 골방에서 홀로 보냈던 시간 때문인 것 같다. 분명 사랑받고 싶고 가족과 섞이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항상 화를 냈고 외롭게 방에 들어갔다. '나는 이런 딸이야. 나는 이런 언니야. '라는 나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굳어질 대로 굳어져서 그것을 깨부수지 못하고, 그 골방에서 나오지 못했던 것 같다. 사춘기 시절, 다정한 말과 사랑이 필요했던 시기에 나는 그 골방에서 혼자 몇 년을 보냈다. 분명, 진로에 대해 물어볼 사람, 고민을 터놓을 사람이 절실히 필요했고 엄마의 사랑이 필요했는데 나는 혼자였고, 성인이 되어서도 꽤 오랜 시간 동안 나는 집에 있을 때는 그 방에서 혼자 있었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나를 키워주셨고 가장 사랑했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사춘기부터 꽤 오랜 세월 엄마와의 단절된 관계가 지속되었다. 그리하여, 내 아이는 그런 외로움을 겪게 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내가 느꼈던 엄마와의 단절감을, 방 안에 처박혀 느꼈던 외로움을 주하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나는 매일 주하와 대화하고, 주하의 일상을 함께 하고, 주하가 나를 필요로 할 때 언제나 그 자리에 있고 싶다. 주하가 진로를 고민할 때, 인간관계를 맺을 때, 어떤 어려움이 있을 때 엄마로서 하나하나 알려주고 싶고, 따뜻하게 들어주고 지도해 주고 싶다. 진로나 결혼과 같은 중대한 사안을 결정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난 언제나 혼자 고민하고 결정했기 때문에 그 당시 마음이 혼란스럽고 어려웠던 몇 순간들이 고스란히 기억이 난다. 난 주하가 나를 필요로 할 때, 언제나 옆에 있어주고 싶고 주하의 말을 듣고 같이 고민해 주고 싶다. 


그래서 그런 건가 싶다. 이제야 이유를 알게 된 것 같다. 내가 많이 외로웠고, 따뜻한 엄마의 부재가 컸기 때문에 부단히 노력해서 나의 자리를 지켜내고, 과거의 내 엄마의 빈자리까지 채우고 싶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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