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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이야 Jul 14. 2024

2024. 02. 10. 매홍손주의 <빠이>에 가다

빠이 762개의 커브길

2024. 02. 10. 매홍손주의 <빠이>에 가

오늘은 치앙마이에서 북쪽으로 3시간 떨어져 있는 <빠이>를 간다.

어제저녁에 <빠이, pai>행 버스표를 예매했다. 터미널에서 사면 더 싼데 인터넷으로 했다. 인터넷으로 하면 비용은 더 들지만 좌석을 고를 수 있다. 빠이에 가려면 762개의 커브를 돌아야 한다. 그래서 앞자리를 잡아야 하고, 멀미약을 먹으라 한다.


일찌감치 숙소에서 나왔다. 이렇게 외지고 이른 시간에 툭툭이가 돌아다닐지 걱정이 되었다. 골목길을 벗어나 큰길로 나오니 도롯가에 빨간색 툭툭이가 쫘악 도열해 있다. 그러나 기사가 안 보인다. 툭툭이가 세워져 있는 곳으로 걸어가 하나하나 안을 들여다보았다. 딱 한 사람이 있다. 아, 다행이다.


툭툭이를 타고 <치앙마이 아케이드 2> 터미널에 내려 빠이행 버스가 세워진 곳으로 찾아갔다. 그곳엔 미니버스가 몇 대 서 있고 레게머리를 한 집시같이 희한한 외모의 흑인 젊은이와, 집채만 한 배낭을 등에 매고, 끓어 안고 있는 서양  젊은이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젊은이가 내 자리에 앉으려다 버스 티켓을 확인하면서 뒷자리로 보내졌다. 남편과 나는 서로에게 말했다. “이렇게 자유여행한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다 젏은이들이 야. 우리 같이 나이 든 사람은 없어.”


버스기사는 12인승 미니버스 지붕으로 올라가 승객의 짐을 받아 올려 싣고 튼튼한 줄로 안전하게 묶었다. ‘멀미약이 안 들으면 어떡하나.’ ‘잠이나 왔으면 좋겠다.’


멀미약은 1시간 전에 먹었지만, 지나치게 긴장을 해서인지, 출발하자마자 멀미가 나는 듯했다. 길을 보았다. 아직 고갯길로 들어서지도 않았다. 세 시간 동안 시달릴 생각을 하니, 몸이 저절로 아파 오는 듯했다. 눈을 감았다. 그래도 컨디션이 안 좋다. 눈을 떴다.


버스가 고갯길로 접어들었는지, 오르락내리락하며 크게 커브를 돌기 시작한다. 그런데 멀미가 하나도 안 난다. 다른 여행객들도 아무도 멀리로 고생하지 않고 있다. 블로거나 유튜브가 극적인 재미를 위해 지나치게 부풀려서 겁을 준 것 같다.


난, 치앙마이 외곽의 산속을 여유로이 바라본다. 차가 쭉 올라가다 슬쩍 내리막길로 가다 또 쭈욱 올라간다.

한 시간 반쯤 가다가 <오케이 마트>라는 휴게소에 정차했다.


식사, 과일, 주전부리, 옷, 그중에서도 겨울 옷을 판다. 아무래도 북부 산악지대라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한가보다.


다시 출발한다. 굽이굽이 오른쪽 왼쪽으로 흔들거리며 올라간다. 어느덧, 사람들이 많은 한 마을로 들어선다. 시간을 보니 출발하고 3시간이 걸렸다. 여기가 빠이구나. 가기 어렵다고 블로거와 유튜버들이 그렇게 겁을 팍팍 주었던 빠이다. ‘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멀미약을 먹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여행자거리는 여행객으로 북적인다. 특히 서양 청춘남녀들로 말이다. 방콕의 카오산이나, 치앙마이의 님만해민 지역이나, 여기 빠이나 여행자 거리는 비슷하다. 북적이는 시장통이다.


택시비를 안내하는 패널이 세워져 있다. 라오스의 루앙프라방 까지는 14만 원, 치앙라이 까지는 4만 원, 수코타이도 4만 원, 치앙마이 까지는 2만 원, 방콕까지는 6만 4천 원이다.


 스쿠터를 대여해 주는 곳, 일일관광 상품 파는 곳, 마사지 샵, 거리에 널려 있는 군것질 거리와 과일들. 그 도로 사이로 걷는 사람들,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빠이는 태국 북부의 작은 마을로 미얀마 국경 근처에 있다. 매홍손 주에 위치한 빠이는 무성한 녹색 풍경과 아름다운 계곡으로 둘러 쌓여있다.


주민은 약 2,500명이라는데 이 조그만 마을의 거리가 여행객으로 북적 거리는 것이 신기하다. 여기 뭐가 있다고 사람들이 몰려들까? 보통 여행지를 개발하는 것은 서양인들에 의해서라고 한다. 어떤 서양인이 이곳 빠이에서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급속도로  알려진 것 같다. 고요한 분위기와 쾌적한 기후가, 녹색의 풍경들이 어우러져 여행객을유혹한다.


20세기 후반 태국에 관광 산업이 유입되면서 인적이 드문 경험을 원하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고요한 안식처로 빠이의 명성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원주민과 매혹적인 풍경, 보헤미안 분위기가 독특하게 혼재되어 있는 곳,이곳이 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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