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2. 18. 수코타이에서 방콕으로 이동
7시간 버스 타고 방콕으로
2024. 02. 18. 수코타이에서 방콕으로 이동
전날 수코타이에서 방콕으로 가는 버스표를 예매했다. 수코타이에서 방콕까지 버스 타고 7시간 걸린단다. 너무 끔찍한 시간이다. 3-4시간 거리에 좋은 도시가 있으면 그곳에서 1박 하며 쉬어 갔으면 좋겠지만 의미 있는 중간지점이 없었다. 버스로 1시간 이동하면 <핏사눌록>이란 도시가 하나 있긴 한데 그곳에서의 1박은 시간 낭비다. 장거리 버스밖에 없다면 타야 한다.
수코타이 역사공원이 있는 올드시티에는 간이 버스터미널이 두 군데 있다. 우리가 간 곳은 Wintour(버스회사 이름) 터미널이다. 방콕, 아유타야행은 하루에 두 번, 오전 9시 30분과 오후 9시에 있다. 우린 오전에 떠나기로 했다. 버스비는 439바트 (17,560원), 딱 떨어지지 않는 버스비다.
짐을 쌌다. 어지간히 큰 캐리어 2개 안에 정말 불필요한 것투성이다. 유튜브 놀이한다고, 마이크니, 큰 배터리, 노트북 컴퓨터, 대용량 외장하드디스크 2개, 큰 카메라, 카메라 부속품들, 두꺼운 태국 여행 책자, 비행기에서 읽는다고 각각 1권씩 가져온 인문학서, 펄 벅 여사의 영어판 대지 (난 1주일에 한 번씩 온라인으로 영어 고전 읽기를 하고 있다) 누룽지, 쌀, 미니 밥솥, 화장품, 속옷 종류가 들었다.
자전거 맨을 보면 자전거와 어깨에 메는 가벼운 가방 하나가 전부다. 그렇다. 자전거 한 대로만 세계를 다니는 사람이 이렇게 가볍게 다니는데 우리는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매달고 끌려다니는 느낌이다. 다음부터는 가볍게 가볍게 다녀야겠다. 책도 필요 없다. 여권과 핸드폰, 속옷, 화장품 정도면 되지 않을까?
아침에 숙소 주변을 잠깐 산책했다. 도롯가에서 조금만 들어왔는데도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수코타이 유적들이 흩어져 있었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 같다.
숙소에서 윈투어 버스터미널까지 약 1km 되는데 걸어서 갈 참이었다. 숙소를 나오며 자전거맨과 작별인사를 했다. 그는 자기도 그쪽 가서 아침을 먹을 것이라며 나의 캐리어를 대신 끌어 주었다. 그는 오랜만에 한국말을 하게 되어서인지는 몰라도 끊임없이 말했고, 말하는 것에서 절대 밀리지 않은 남편이 이런 말을 했다.
“어휴, 그 사람 왜 이렇게 말이 많아. 나도 말해야 하는데 말할 틈이 없네.”
“ 참 대단한 사람이야. 무슨 생각을 갖고 자전거로 세계여행을 하는 걸까?”
“ 내가 세계 여행한다고 하면 그러라고 할 수 있어?”
“ 그러라고 해도 막상 실천하기는 힘들 것 같아.”
“ 그 사람 <세상에 이런 일이>에 제보해야 하는 거 아냐?”
윈투어 버스 터미널에 오니 많은 여행객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전거맨은 바로 그 옆집으로 들어가 아침밥과 ’ 창‘ 맥주를 시켰다. 9시 30분 출발이지만 9시 40분에 출발했다. 태국은 출발시간이 우리나라처럼 정확하지 않다. 매번 느끼는 바다.
버스는 깨끗하고 시원하고 안락했다. 버스안내원이 과자와 물을 주었다. 이런 것을 보면 인간적인 푸근함이 느껴진다. 점심시간이 되어 세워진 곳은 커다란 식당 겸 슈퍼처럼 생겼다. 버스표 받을 때 받은 점심 쿠폰을 내고 밥을 받아와 테이블에서 먹었다. 공짜라는 생각에 좋긴 한데 비주얼 면에서 엄청 떨어진다. 별로 먹고 싶지 않게 생겼다. 먹으면 먹을 만은 하다.
9시 40분에 수코타이 올드타운에서 출발한 버스는 오후 5시 20분 방콕의 <머칫> 역에 도착했다. 7시간 40분 걸렸다.
우리의 여행 일정은 다소 즉흥적인 요소가 많다. 머칫 역에서 내려, 우리가 어디로 갈 것인가를 생각했다. 곧바로 기차역으로 가서 <콰이강의 다리>가 있는 칸차나부리로 갈 것인가? 아니면 방콕의 숙소로 갈 것인가? 장시간 버스를 탔는데 또 기차를 타러 간다는 게 무리다 싶어 호텔을 예약하였다. 그리고 택시를 잡아타고 아속역 근처의 <로열 익스프레스인>으로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