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그리고..

난 회전목마가 좋다

by 비령

난 회전목마가 좋다.

안정적이고 차분하고, 지겨우면 뛰어내린대도 다칠 염려가 없는 속도. 빙글빙글 돌다가 카메라가 보이면 씩 웃어주기만 하면 되는.

흥분할 필요도 소릴 지를 필요도 없지만 놀이공원이라면 하나는 꼭 있어야 하는 대표적인 놀이기구.

그런데

결혼은 한마디로 롤러코스터였다.

아찔하게 오르막을 타다가 숨이 멎게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날 녹초로 만들어버렸다.


결혼식은 대단했다.

뛰어나게 공부를 잘한 적도 없고, 대단한 상을 받아 온 적도 없고, 운동회 때마다 여섯 명 중에 잘해야 4등으로 들어오던.

자라면서 엄마 어깨를 한 번도 으쓱하게 만들어주지 못했던 나는, 결혼식을 통해 비로소 한번 엄마의 어깨를 으쓱하게 올려주었다.

그 당시엔 흔치 않았던 호텔 2부 예식에, 스테이크 정식 코스에, 축가는 "유리상자"가 직접 신부에게를 불렀다.

지방 소도시에서 올라온 엄마의 지인들은 눈이 휘둥그레 해졌고 엄마는 눈에 띄게 어깨가 올라붙었다.

그게 전부였다.

그다음부터는 정신없이 떨어졌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한 번씩 다 이런 고비가 온다고, 이 고비만 잘 넘기면 나아질 거라는 위로를 15년간 들으며 살았다.

남편이 세 번째 사업을 실패했을 때 이혼을 결심했고, 네 번째 사업을 실패했을 때는 아이가 스무 살까지만 살자는 마음으로 자포자기했다.


항상 꿈속에서 사는 사람.

말로는 세상을 제 멋대로 주무르지만 정작 행동이나 결단은 느려 "내가 저걸 쟤 보다 먼저 생각했었는데.."라는 말이 유일한 위로인 사람. -어쩌라고. 넌 안 했잖니.-

종잡을 수 없는 성격. 도대체 저 상황에서 왜 자기가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 없는.

제 성격을 가누지 못해 물건을 부수고 자해를 하고 집을 나가고.... 심지어 내게 손찌검까지 했을 때 난 아이가 스무 살까지는 참겠다는 다짐을 포기하고 법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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