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 만큼 아프다

by 비령

"엄마와 살았던 아빠가 대단하다고 생각해"

말 한마디로 내 모든 걸 무너뜨리고 아들이 집을 나간 지 한 달째다.

이제 너를 포기하겠다고 있는 힘껏 뺨을 때려줬다. -때리지는 말걸-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던 남편의 모습을 그대로 빼닮아가며 크는 아들을 보면서 속이 상하고 가슴이 답답했지만

제 아빠랑 낳은 아이가 제 아빠를 닮지 않기를 바라는 내가 미친년이지 스스로를 탓했었다.

나도 그 나이 땐 엉망이었다고, 나도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딸은 아니었다고

탐탁지 않은 모습을 보일 때마다 나를 뉘우쳤다.


이제는 더 이상 너의 일에 대해 내 탓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

자식을 키우는 유일한 방법은 기대하고 기도하고 기다리는 것이라고 누군가 해준 얘기를 붙잡고 살았다.

유치원 때부터 영재원을 다닐 만큼 유난히 똑똑한 아이였다. 큰 눈에 쌍꺼풀이 지지 않아 내 마음에 쏙 들게 생긴 아이였다. 너무나 사랑했고 기대가 컸었다.


어쩌면

남편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자식에게 보상받기를 바랐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 마음이 은연중에 전해져 아이에게 큰 부담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제 엄마가 바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속도 겉도 나를 닮지 않아 저 역시 속이 상했을지도 모르겠다.


계획한 많은 일들이 어긋나고 많은 기대가 무너졌을 때도

기대만큼 자라주진 않았지만 걱정만큼 나쁘지는 않았다고 위로했었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면 된다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내 앞에서 널 꾸미며 자꾸만 너는 거짓말이 늘어갔다.

모르지 않았지만 모르는 척해왔다.

나에게 미안해서라도, 스스로가 부끄러워서라도 돌이키리라 믿고 기도하고 기다렸다.

왜 내 기도는 이렇게 이루어지기가 힘든가.

하나님은 내게 왜 이렇게까지 가혹하신가.


아이를 낳은 해 크리스마에는 태어나 가장 큰 선물을 받았다고 성탄카드를 보냈었다.

이십 년간 오로지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살았었다.

나를 잊고 너만 생각했다.


그래서 그러신 걸까.

자식을 하나님 보다 우선시해서. 자식을 우상으로 삼아서. 그래서 이러시는 걸까.


그래.

옆에서 속을 섞이며 사는 것보다 안 보는 게 마음 편할지도 모르겠다.

이제야 나를 찾고 나를 위해 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으니 한번 누려보자고 생각했다가

이게 맞나 싶다.

부모가 자식을 포기해도 되나 싶다.


억울하다고,

나 혼자 죽을 고비를 넘기며 낳은 애를 나 혼자 기를 쓰며 키워놨는데 왜 그 애는 딱 너냐고.

난 도대체 무슨 헛짓거리를 한 거냐 싶다가도

이 모든 걸 미리 알았었다 하더라도 난 또 그렇게 살았겠구나 싶다.


어쨌거나 난 여기 이 자리에 있다.

포기한다고 했지만 너를 위한 기도를 멈추지는 못하리라.

하나님 너무 하시지않냐고 한탄했지만 매달릴 곳 그분뿐이니 그 또한 놓지 못하리라.

무너졌지만 내내 무너져 있지는 못하리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순간에도 오로지 살아내는 것뿐이다.

어차피 살아야 한다면 제대로 살아내는 것뿐이다.

언젠가 네가 돌아왔을 때 부끄럽지 않도록.


내가 힘들 때마다

'우리 엄마는 나보다 몇 배 더 힘들었는데도 견뎌냈어. 이까짓 거'하면서 일어나듯

너 또한 내가 죽고 없을 때

죽은 내가 힘이 되기를.

그렇게 살아 내는 거뿐 다른 길은 없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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