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령에 대하여

intro

by 비령

한 남자가 있었다.

'짜장면을 넘기는 목구멍으로 울컥 눈물이 쏟구친다.'라는 말로 시작된 편지는 '어쩌면 나를 사랑했었던 여자에게'라는 말로 끝을 맺었었다.

전생처럼 오래된 기억이다.

비령은 그 남자가 지어준 나의 두 번째 이름이다.

뜻 같은 건 모르겠다.

어쩐지 나처럼 서글픈 음률에 나도 그 이름이 좋아져 버렸다.

늘 수염이 덥수룩했고 늘 눈빛은 쓸쓸했다.

'인과 인'이라는 카페를 열어두고 카페는 나 몰라라 알바생-나-에게 맡겨놓고선 휘적휘적 돌아다니며 글을 쓰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우린 그를 '인아저씨'라고 불렀다.

매일 원고지에 글을 써 건네던 남자. 가끔은 원고지 대신 꽃을 건네던 남자.

오로지 주기만 했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던 남자.

나는 그의 글에 빠져들었지만 사랑이라고 느낀 적은 없었다.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서도 잊혀지지 않을 줄은 몰랐었다.

어쩌면 그의 마지막 말처럼 나는 그를 사랑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