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_9984
내가 매일 마주하는 대학생들.
그들은 Z세대다.
1995년부터 2009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
지금의 대학생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과의 소통이 극적으로 바뀌기 시작한 시점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지나간 바로 그해였다.
입학생은 2001년생, 대학 20학번.
그때부터 나는 강의실에서 어떤 '단절'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거리두기, 비대면 수업, 학습 결손 탓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가 이 세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기성세대의 기준으로만 대응해왔기 때문이었다.
Z세대를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나는 세 가지 키워드로 이들을 기억한다.
빠른 적응력, 진정성 있는 표현, 현실적인 선택.
그들은 불운했다.
20여 년 남짓한 인생 동안
그 이전 세대가 평생에 걸쳐 겪은 변화보다
더 많은 변화의 파도를 마주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 형제자매 없이 자라며
자유 시간보다 체계화된 일정에 익숙했고,
글로벌 경쟁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어릴 때부터 교육에 철저히 맞춰진 환경 속에서 자라났다.
놀 시간보다 ‘숙제’,
쉼보다는 ‘방과 후 활동’이 우선이었다.
이런 성장 환경 속에서
이들은 자연스럽게
권위적 리더십보다 수평적 협력을 선호하고,
국경을 넘는 감각을 익혔다.
그들의 세계는 처음부터 ‘로컬’이 아니라 ‘글로벌’이었다.
Z세대와의 소통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우리가 아직 이들의 언어와 감각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질문을 바꿔야 할 때다.
“왜 이렇게 다른가?”가 아니라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밖에 없었는가?”
기성세대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
그들이 겪은 복잡한 세계를 이해할 때,
비로소 세대 간의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가장 빠르게 변화를 겪은 이 세대와
함께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