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ON, 진심 유지 중입니다

by 인또삐

– 요즘 유학생들과 ‘열정’이라는 단어 사이에서


한때 나도 유학생이었다.
짐을 꾸리고, 환전을 하고, 낯선 나라의 냄새에 스며들던 그 긴장감. 낯선 식당에서 망설이다 결국 한국식당에서 밥을 먹고, 은행 앱도 없이 뱅크타임만 기다리던 그 시절.
그런데 요즘 유학생들은 다르다. 너무 다르다.

인도네시아 학생들과 한 학기, 그리고 이번 학기에는 네팔에서 온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다. 출신도, 기질도, 수업 태도도 천차만별이다. 같은 ‘유학생’이라는 이름 아래 있지만, 유학의 의미는 각자 다르다. 누군가는 도전이고, 누군가는 탈출이고, 누군가는 그냥 스펙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유학생들을 보면 종종 이런 생각이 든다.
“얘들, 낯설다는 걸 안 낯설어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도착하기 전부터 모든 걸 알고 온다.
구글맵,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낯선 도시의 골목길조차 낯설지 않다.
‘처음’이라는 감정이 기술에 의해 미리 소비된 시대.

이게 좋은 걸까?
글쎄. 나는 가끔 아쉽다.
불편함을 버텨내면서 생기는 그 끈기,
외로움을 견디다 생기는 작은 용기,
그게 유학의 진짜 선물이었다고 생각하니까.


수업에서도 이건 비슷하게 나타난다.
첫 주엔 반짝거린다.
처음엔 “굿모닝, 프로페서!” 하며 눈을 반짝이던 아이들이
3~4주만 지나면 “굿모닝”은 남고, 눈빛은 빠진다.

물론 나도 안다.
매주 새로운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게 쉽진 않다.
하지만 그게 교육자의 숙명이라면,
나는 매주 내 수업의 열정 지수를 새로 측정한다.

“지난주에 10명이 웃었으면, 이번 주엔 13명 울려보자.”
“질문이 없었으면, 질문을 던지게 만들어보자.”
“수업이 끝났는데 머릿속에 뭔가 찜찜하다면, 그게 오늘의 숙제다.”

교육은 기술이 아니다. 관계다.
딱 맞는 콘텐츠보다, 딱 맞는 사람이 있는 수업.
그런 수업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PPT보다 얼굴을 먼저 본다.
한 명 한 명, ‘아직 포기하지 않은 눈빛’을 찾는다.
그리고 그 눈빛에 걸맞는 수업을 만들어본다.


이 글을 읽는 유학생이 있다면,
묻고 싶다.
“당신의 유학은, 지금 어떤 중간지점에 있나요?”
출발은 했지만 도착하지 않은, 그 사이의 불편함 속에 지금 무엇을 담고 있나요?

이 글을 읽는 선생님이 있다면,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오늘의 수업이 실패였더라도, 그건 내일의 교안을 위한 통찰입니다.
우리, 그냥 강의하지 말고, 같이 좀 더 고민해봅시다.
교실의 ‘와이파이 세기’보다 중요한 건, 질문의 온도니까요.


어쩌면 나는, 아직도 교육이 낭만이라고 믿는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그 낭만 하나가 오늘 수업을 지탱해주는 기둥이라면,
나는 그 위에서 한 마디를 더 외칠 수 있다.

“수업은 오늘도, 진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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