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왜 우리는 청소년의 열정을 “대학 가서 해”라고 말할까

에피소드_9936

by 인또삐

한국 부모들은 이상한 습관이 하나 있다. 아이가 공부 말고 다른 것에 몰두하려 하면, 거의 자동반사처럼 이렇게 말한다.


“그건 대학 가서 해. 지금은 공부만 해.”


이 순간, 아이가 발견한 취향과 열정은 단지 ‘취미’라는 이름으로 밀려나 버린다.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그게 삶을 흔드는 소중한 불꽃일 수도 있다. 왜 우리는 이 불꽃을 꺼뜨리고, 입시라는 단 하나의 촛불만을 붙들게 만드는 걸까?


그 뿌리는 한국 사회의 독특한 문화, 특히 교육과 입시가 가족과 사회 전반에 미치는 압도적인 영향에 있다. 입시생이 있는 집안에서는 명절 모임조차 ‘당연히 빠지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진다. 고3 자녀가 있으면, 가족의 모든 리듬이 그 아이의 시험 일정에 맞춰 돌아간다. 어쩌면 우리는 아이가 아닌, 입시 제도 그 자체를 가족의 주인으로 모시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현명한 선택일까? 1년, 길게는 3년을 오직 시험만을 위해 바치고, 그 과정에서 아이의 호기심과 열정을 모두 봉인하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 우리는 누구를 탓해야 할까? 제도일까, 부모일까, 아니면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우리 모두일까?


물론 다른 길을 걷는 가족도 있다. 아이의 관심과 취향을 존중하며, 입시만이 아닌 삶 전체를 바라보는 부모들. 하지만 아직은 그 수가 소수다.


고전은 오래전부터 이렇게 말해왔다.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이 행복한 세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쯤이면 경쟁하지 않고도, 남의 행복과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아마도 그 시작은 간단할지도 모른다. 아이가 무언가에 눈을 반짝일 때, 이렇게 말하는 것.
“대학 가서 해”가 아니라,
“지금 해도 괜찮아.”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의미 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