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_9912
최근 한 중학교 급식 설문 조사에서 마라탕이 인기 메뉴 2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솔직히, 전혀 놀랍지 않았다. 내 주변의 조카들만 봐도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그들의 단골 메뉴는 당당히 마라탕이다. 맵고, 얼얼하고, 한껏 이국적인 그 맛. 우리는 어릴 적 미역국이나 김치찌개에 길들여졌지만, 이들은 알 수 없는 향신료의 향과 화끈한 자극 속에서 위안을 얻는다.
도대체 왜 이토록 자극적인 음식에 알파세대는 열광하는 걸까?
첫째, 세대의 입맛은 세대의 언어다. 마라탕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부모의 식탁과는 다른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상징적 도구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고 싶은 본능, 나만의 정체성을 찾고 싶은 욕망. 이국적이고 자극적인 음식은 그 욕망의 혀끝 표현일지도 모른다.
둘째, 외식 문화의 확산은 입맛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집밥은 기본적으로 절제된 맛이다. 영양을 고려하고, 조화를 우선시한다. 하지만 외식, 특히 '맛집'은 강렬하고 뚜렷한 캐릭터로 승부한다. 맛의 과잉, 감각의 폭주. 한 끼 식사가 아니라, 일종의 경험이자 콘텐츠다. 알파세대는 바로 그 콘텐츠 세상에서 자라난 세대다.
셋째, 집밥이 더 이상 일상적이지 않다는 슬픈 현실도 있다. 부모가 정성껏 차린 밥상을 매일 마주하는 아이들은 이제 드물다. 오히려 그런 아이들이 외식의 자극을 낯설어하고, 오히려 병치레도 덜 하는 경우를 본다. 건강은 음식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음식 문화의 문제이기도 하다.
마라탕은 단순히 매운 음식이 아니다. 그것은 세대 간의 간극이요, 시대의 반영이다. 더 이상 가족 식탁이 세대의 중심이 되지 못하는 지금, 우리는 이 낯선 음식 한 그릇을 통해 무엇을 잃고 있는지, 또 무엇을 새로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알파세대의 입맛은 단지 자극을 쫓는 게 아니다. 그들은 새로운 세계의 언어를, 미각이라는 감각으로 먼저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